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2.11 13:18

2년간 서울서만 벌써 열 번째…서울교육청 "학부모 집단행동 매우 유감"

한 학부모가 경원중학교 교문 앞에서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원중학교 비대위)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가 일부 지역 주민들과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에 '혁신학교' 지정을 끝내 철회했다. 혁신학교 지정 철회는 지난 2년 동안 서울에서만 벌써 열 번째다.

서울시교육청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학교까지 직접 찾아간 학부모들의 항의 행위에 대해 "매우 우려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경원중학교는 지난 10일 학교운영위원회 입장문을 내고 "마을결합혁신학교(혁신학교) 운영을 취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회와 관련해서는 "공모절차에 따라 지정을 추진했지만,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며 "마을결합혁신학교 지정과 관련해서 큰 상처를 입으신 학생, 학부모, 교직원분들과 마음 아파하셨을 지역사회 주민 여러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혁신학교는 학급당 25∼30명, 학년당 5학급 이내의 작은 학교(농촌형·도시형·미래형) 운영을 통해 교사와 학생들이 맞춤형 교육을 하는 새로운 학교 형태다. 토론 중심의 수업 등 교육 과정을 다양화·특성화하고, 입시 위주의 획일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런 이상과는 달리 '명문대 진학'을 중시하는 교육 풍토에서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혁신학교는 학부모들의 강한 반대를 불러왔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입시 공부하기도 바쁜데 토론이나 창의학습 같은 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12월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송파구 핼리오시티 단지 내 시설 학교 3곳을 모두 혁신학교로 직권 지정하려다 학부모와 주민 등의 반발로 예비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데 그쳤고, 지난해에도 서울 강남·광진구 초등학교 3곳에서 혁신학교 공모 신청 전부터 학부모들이 반대해 신청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서울 강서구의 신설 중학교, 서울 송파구 초등학교, 서울 강동구 고등학교에서도 학부모 반대로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됐다. 이번 경원중의 혁신학교 지정 철회는 지난 2년간 서울에서만 열 번째다. 

경원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 철회 결정 입장문. (사진=경원중학교 홈페이지)
경원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 철회 결정 입장문. (사진=경원중학교 홈페이지)

다른 학교의 전례들과 같이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월 경원중을 혁신학교로 지정한 이후 경원중은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달 30일 게시된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결사반대'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이달 7일에는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이 학교를 직접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과 교직원 간 충돌이 발생했으며, 학교 측은 "교사들이 퇴근 시간이 지나서도 학교에서 나갈 수 없는 등 (학부모들에 의해) 사실상 감금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시교육청은 "코로나19 위기가 2.5단계로 격상된 단계에서 집단 감염의 우려와 학교에 갇혀 퇴근하지 못하는 교직원들의 불안을 빨리 해소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학교운영위원회 간담회 합의 결과를 존중하고 추후 경원중학교에서 마을결합혁신학교 운영과 관련하여 결정한 내용을 존중해주겠다고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부모들의 물리적 반발에 대해서는 "7일 밤에 있었던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의 집단행동은 매우 우려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향후 적법한 절차로 지정된 혁신학교를 교육과 관계없는 개인 또는 집단 이기주의에 바탕하여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고 교권침해, 교육권과 학습권 침해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시교육청은 경원중의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교육청은  "경원중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의거 마을결합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요청할 경우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여 관련 절차를 밟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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