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1.31 23:30

신규 조성 주택 입지 놓고 LH와 경쟁 불가피…GH, 3기 신도시 중 과천·안산장상·하남교산 지구만 참여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 기본주택 국회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 기본주택 국회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강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부동산 투기를 원천 차단하면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 카드를 야심 차게 추진하면서 3기 신도시 등에 실제 도입 가능할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도는 정부의 용적률 상향에 대한 시행령 개정이 이뤄짐에 따라 걸림돌로 작용했던 가구별 부담을 더욱 낮출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며 기본주택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기본주택을 실행하기에 앞서 법령 정비가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향후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옹적률 500% 높이면 59㎡ 예상 임대료 48만5000원…45% 인하

이재명 지사는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에 참석해 "공공 영역에서 주거문제에 대해 최소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보여주면 공포 수요도 사라지고 거기에 덧붙여서 투기가 불가능하도록 세제와 금융제도를 개혁하면 부동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주거권을 공공이 보장해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이라며 기본주택 도입을 촉구했다.

기본주택이란 소득에 관계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형'과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주택은 개인이 분양받아 소유하다가 되팔 때는 반드시 공공에 환매하도록 하는 '토지임대부 분양형' 두 가지로 나뉜다.

기존 임대아파트의 차이점으로 임대아파트는 대상이 주거취약계층인 만큼 청약통장이나 소득 등으로 입주자격을 제한하는 반면 기본주택은 소득, 자산 등의 요소와 상관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좋은 여건의 아파트에서 주거할 수 있다.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이헌욱 사장은 지난 26일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제안한 '기본주택'을 실현할 핵심인 장기임대주택의 임대료 추가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앞서 기본주택 방안을 제시할 당시) 주택원가 인하방안은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용적률을 700%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에도 적용된다면 임대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200%에서 500%로 용적률을 늘리면 임대료가 45% 정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도시지역 역세권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 복합용도 개발을 할 때 용적률을 700%까지 높일 수 있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만약 개정안에 따라 용적률을 높일 경우 '반값' 임대료도 허상은 아니다.

이 사장은 "용적률 500%를 전제로 구상한 모델을 바탕으로 59㎡(제곱미터)의 예상 월 임대료는 50만원이 채 안 되는 48만5000원"이라며 700% 상향시 더 낮은 임대료 구현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본주택의 두 골격인 분양형에도 적용된다.

분양형 기본주택의 개념과 시행방안에 대해 발표한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조성원가가 평당 2000만원인 토지에 1000세대(용적률 500%)를 조성할 경우 기본주택 74㎡(30평형)형의 주택 분양가는 원가인 6억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2억7700만원에 토지 임대료는 29만5000원이면 입주할 수 있다. 같은 기준에서 기본주택 장기임대형은 임대료 53만8230원, 임대보증금 7305만4956원 정도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택지 확보, 시공 비용 및 유지·관리를 충당할 자금 부족 등이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누구나 입주할 수 있을 만큼의 역세권 부지 공급량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재원과 택지 등에 대한 논의가 잘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GH는 28일 경기도 주거문제 해결과 3기 신도시의 본격 추진 등 핵심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임시 조직으로 운영해 온 기본주택 추진단을 정규 직제에 편성하고 신도시사업처(TFT) 한 개 부서에서 담당하던 기본주택 추진 사업을 지구별로 과천안산사업단, 하남사업단, 용인사업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를 통해 3기 신도시 내 기본주택 50% 공급과 각종 특화계획, 부지조성 계획을 수립하는 등 경기도형 도시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3기 신도시 위치. (지도제공=3기신도시 홈페이지 캡처)
3기 신도시 위치. (지도제공=3기신도시 홈페이지 캡처)

주택법 개정, 신도시 지구단위·기금운용 계획 반영 등 제도 개선 필요…국토부와 논의 없어

이 지사는 그간 부동산 투기를 없애겠다며 대안으로 기본주택을 제안해왔다. 앞서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시주택공사(GH)가 참여하는 3기 신도시 주택공급 물량의 50%를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3기 신도시에 기본주택이 실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기본주택 실행을 위해서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주거유형 신설), 주택법 개정, 신도시 지구단위 계획 및 기금운용 계획 반영 등 각종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이 지사 역시 3기 신도시에 기본주택이 도입되기 위해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과 기본주택 분양형 공급촉진 특별법 제정, 공공주택 특별법, 주택법, 지방공기업법 개정 등 제도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유연한 기금 조달을 위한 금융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주무 부처인 국토부와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별다른 진전도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8월 국토부에 장기임대형 도입을 건의한 데 이어 이달 8일에는 '분양형 추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아울러 상반기까지 제도 개선 및 특별법 법제화를 마무리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하반기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전에 작업을 마치고 실제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현재까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주택을 도입하겠다는 경기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산·소득과 관계없이 입주하는 기본주택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대신 기본주택 취지를 살려 질 좋은 평생주택에 대한 후속 조치로 통합 공공임대주택 제도를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국토부를 설득해 관련 법령 정비가 되더라도 기본주택을 도입할 수 있는 3기 신도시는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규 조성되는 주택입지를 두고 G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3기 신도시에는 LH와 각 지자체별 공기관 등이 지구별 시행사로 참여하는데 경기도 산하인 GH가 참여 하는 곳은 과천과천(GH 지분 30%), 안산장상(20%), 하남교산(30%) 지구 정도다. 

3기 신도시 북부권역인 남양주 왕숙, 왕숙2와 고양 창릉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이들 신도시에도 GH의 추가 참여를 요청했고 협의를 진행 중이나 이 역시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GH와 LH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엔 기본적으로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법 제도 개선과정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치게 되는 만큼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택지개발 시 35% 이상은 관련법에 따라 임대주택을 공급하게 돼 있고, 경기도 기본주택은 이를 확장하는 정책"이라며 "법 제도개선을 위한 공론화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와 함께 의견수렴을 거쳐 원만하게 처리할 계획이어서 LH도 긍정적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경기도 사업은 각 지자체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고, 국가적으로 해야 할 사업과 국토부와 진행할 사업이 있으면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국토부 산하 기관으로서 현재 역할에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엇갈린 반응…참신한 모델 vs 실효성 부족

경기도 기본주택을 놓고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참신한 모델이라는 평이 있는 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없던 방식이어서 참신한 시도인 것은 사실"이라며 "세입자는 저렴한 주택을 장기간 거주할 수 있어 좋고 공공기관은 우수한 입지에 공급할 수 있어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3기신도시 50%를 기본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은 과하다"며 "일정 수준으로 시도해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확대를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기도 기본주택 정책을 두고 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투기 수요를 차단해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이끈다는 기본주택의 근본적인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과연 의도대로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현재 4차 산업혁명으로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에 공공이 공급하는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상당량의 물량 공급 없이 시장 안정화가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통한 공급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는 힘들다"며 "이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지사의 기본주택 정책은 괜찮아 보이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주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명확하게 시장 수요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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