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1.02.06 07:40

멜론보다 3000원 가량 비싸…아이유·임영웅 등 국내 유명 가수 노래 없어

(사진제공=스포티파이)
지난 2월 2일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제공=스포티파이)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음원계 '공룡'이자 '넷플릭스'로 불리는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다. 

스포티파이에서는 그동안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었던 희귀 해외 음원을 구할 수 있다. 다만 카카오M에서 배급하는 국내 유명 가수의 음원이 없는데다 다른 진출 국가와는 달리 국내에선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아 초기 시장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스포티파이는 6000만개 이상의 트랙과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알고리즘 기반 개인 맞춤형 음악 추천 서비스인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3년부터 8년째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이용해온 멜론 골수 고객 기자가 스포티파이를 직접 이용해봤다. 

◆국내 요금제 2종, 사라진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해외에서 구독자에게 광고 없는 무제한 음악 감상과 인터넷 연결 없는 오프라인 재생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게임 기기 엑스박스, TV 등과 호환돼 다양한 기기에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스포티파이는 국내에서 '프리미엄'과 '프리미엄 듀오' 두 가지 요금제를 내놓았다. 프리미엄과 프리미엄 듀오는 각각 월 1만900원과 1만6350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요금제는 현재 미국에서 각각 월 9.99달러와 12.99달러에 이용 가능하다.

국외 스포티파이에서 제공하는 6명이 계정을 공유할 수 있는 패밀리 전용 요금제(14.99달러)나 비교적 저렴한 학생 전용 요금제(4.99달러)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  

현재 스포티파이는 서비스 론칭을 기념해 오는 6월 30일까지 요금제 구독 시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3개월 무료 이용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별도의 신용카드 등록 없이도 모바일로 7일간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 볼 수 있는 혜택 또한 제공한다. 

기자는 기존에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에서 월 7900원에 '스트리밍클럽 정기결제' 요금제를 이용해왔다. 기기 제한 없이 온라인으로 무제한 음악 감상이 가능하며, 스포티파이 프리미엄에 비해 월 3000원가량 저렴하다. 오프라인 재생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으나 와이파이가 안되는 곳을 찾기 힘든 국내 데이터 환경상 불편 없이 사용해왔다.  

국산 플랫폼들의 요금제 선택의 폭은 스포티파이보다 넓다. 멜론은 요금제의 종류가 가장 저렴한 6900원부터 MP3 음원을 내려받을 수 있는 2만9900원까지 10개 이상의 요금제를 갖고 있다. 또 KT가 운영하는 '지니'는 7400원부터 시작되는 무제한 음악감상 요금제 3종과 음악 감상 횟수별로 요금을 내는 횟수별 음악감상 4종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 스포티파이의 강점으로 여겨지는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국내에서 제공되지 않고 있다. 고객이 광고를 시청하면 그 대가로 무료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광고를 통한 수익은 아티스트에게 제공돼 불법 음원 감상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서비스로도 알려져 있다. 

이 서비스는 알고리즘 큐레이션 서비스와 더불어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스포티파이의 상징적인 서비스로 유명하다. 스포티파이 한국 상륙을 기대했던 팬들 사이에서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포티파이 국내 서비스 론칭에 기대했는데 무료 스트리밍조차 안 돼서 실망했다"는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스포티파이 앱 캡처)
스포트파이 구독 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선택하면 알고리즘에 따라 음악을 추천받을 수 있다. (사진=스포티파이 앱 캡처)

기대 이상의 알고리즘…티 나는 '카카오M'의 부재 

기자는 카드를 등록하고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무료로 3달간 이용하기로 했다. 

스포티파이 구독을 진행하며 가장 눈에 띈 것은 넷플릭스와 같이 내 취향에 맞는 아티스트를 선택하는 단계였다. 이용자가 좋아하는 영화나 TV 시리즈를 고르면 이와 비슷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OTT 플랫폼처럼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고르면 비슷한 가수와 장르를 추천해줬다.

한국 음악부터 트로트, 팝, 클래식, 재즈, 메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원하는 가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을 클릭하면 또 다른 남자 아이돌 그룹인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가 뜨는 동시에 드라마 OST를 부른 방탄소년단 멤버 '뷔'와 OST를 자주 발매하는 가수 '에릭남'이 함께 보여졌다. 

높은 해외 인기를 구사하는 '블랙핑크'를 누르면 역시 최근 해외 인기가 상승 중인 '화사'가 검색되고, '트와이스'를 누르면 같은 소속사 걸그룹 ‘ITZY'가 뜨는 것을 보며 세분화된 알고리즘의 힘을 실감했다. 스포티파이의 장점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처음 체험한 순간이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몇 명 고르지 않았음에도 알고리즘은 취향에 맞는 노래를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최근 들은 음악 기반 추천' 코너에 들어가서 음악을 감상하면 10곡 중 1곡 정도는 반드시 기자가 기존에 잘 알고 좋아하던 노래가 나왔다. 나머지 8~9곡도 기자 취향에 딱 맞는 음악들이 추천됐다.  

스포티파이의 메인 화면에는 최근 재생한 항목, 인기가요&신곡, 활기찬 아침 등 개인에 맞는 추천곡이 직관적으로 보이도록 배치돼있었다. 넷플릭스에서 개인별 시청 데이터에 따라 추천작품을 상단에 띄워주는 것과 같은 형태였다. 이를 통해 메인화면에서 기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바로 고를 수 있었다. 

지난해 멜론, 지니 등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스포티파이 진출 등에 대비, 메인 화면에 알고리즘 기반의 이용자 취향 음악을 추천하는 구성으로 개편했다. 기존 메인 화면에는 음원 순위를 한눈에 보여주는 '실시간 음원 차트'가 있었으나 현재는 음악과 가수를 기반으로 음원을 추천하는 '저스틴 비버 같은 느낌', 'XXX 곡의 유사곡 믹스' 등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한다. 

본격적으로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 따라잡기에 나선 멜론은 사실 몇 년 전부터 개인을 위한 '맞춤 플레이 리스트'와 같은 알고리즘 기반 음악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자는 과거 이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겹치는 노래가 많다고 느꼈다. 맞춤 플레이 리스트를 몇 번을 새로 고침해도 계속 같은 노래가 제시되거나 그간 많이 들었던 음악이 반복돼, 새로운 음악이 추천되는 비중이 적었다. 현재 메인화면에서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 또한 기존에 들었던 음악 위주로 구성돼있다.  

반면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으로 유명하다. 이용자가 좋아하는 노래는 기본이고,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노래와 전세계 신인 가수들의 음악까지 추천해준다. 대중의 인기 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에 집중한 추천곡 리스트를 생성한다. 한 이용자는 "해외에서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다 국산 플랫폼의 음악 추천 서비스를 사용하면 알고리즘 품질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에서는 그동안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찾기 어려웠던 해외 음원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6000만개 음원을 보유한 만큼 음악 장르도 국산 플랫폼보다 다양했다. 다만 유명 가수인 '아이유', '임영웅', '지코' 등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느껴졌다. 

국내 대형 음원 배급사인 카카오M은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M을 통해 배급했던 가수 아이유의 신곡 '셀러브리티'나 지난해 유행이었던 지코의 '아무노래' 등은 스포티파이에서 감상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스포티파이에 아이유를 검색하면 10년도 전에 음악예능 프로그램에서 부른 2~3곡 노래가 검색된다. 카카오M을 통해 배급한 아이유의 대표곡 '좋은날', '너랑나', '밤편지' 등은 검색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두고 '스포티파이'를 견제하기 위해 카카오 측에서 음원 유통을 하지 않는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M은 카카오에 속해있는데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 또한 카카오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시즌2' 될까…변화한 소비자 트렌드 고려해야 

스포티파이는 해외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은 만족할만한 서비스다. 기존에 다양한 해외 음악을 찾기 위해 유튜브와 '애플뮤직' 등을 이용해 왔던 고객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또한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것을 즐기는 소비자에게도 추천할만한 플랫폼이다. 

다만 기자는 저렴하고 익숙한 기존 국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3개월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기 전에 스포티파이 구독을 해지할 생각이다. 스포티파이 알고리즘이 국내 플랫폼에 비해 매우 뛰어난 것에는 동의하지만, 아이유와 같은 국내 대중 가수의 곡을 즐겨듣는 기자에게는 아쉬움이 컸다. 

소비자의 반응은 대체로 "국내 음원이 적어 국내에서 이용하기엔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제품"이라는 평이다. 한 네티즌은 "스포티파이 자체는 좋으니 VPN을 미국으로 변경하고 해외 버전 스포티파이를 이용하시라"고 편법을 추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스포티파이가 '애플뮤직 시즌2'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국내 진출한 애플뮤직은 카카오M의 전신인 로엔엔터테인먼트와 KT 뮤직 등과 음원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음원 확보에 실패했다. 이후 국내 음원 시장 진입의 대표적인 실패 케이스로 언급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스포티파이의 시장 초기 반응이 좋지 않긴 해도, 애플뮤직 국내 진입 당시와는 달리 국내 소비자의 음악 감상 동향이 변화했다"며 "사재기 등으로 음원 차트 방식에 질린 소비자들이 알고리즘 음원 추천 서비스 1위 기업이라 볼 수 있는 스포티파이에 점진적으로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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