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2.05 19:35

강신업 변호사 "상황상 사법부 길들이기" vs 이민석 변호사 "당연한 탄핵이지만 너무 지연"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지난 4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가결된 현직 법관 탄핵이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비화되고 있다.

탄핵의 당사자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문제와 관련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내부 적폐를 그대로 두고 사법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인들도 이번 탄핵과 김 대법원장의 발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신업 변호사 "여권이 판결문 '침소봉대'…본보기 위한 대단히 부적절한 탄핵"

바른미래당 대변인 출신인 강신업 변호사는 뉴스웍스와 인터뷰를 갖고 "의원들이 걸핏하면 언급하는 '선출직'에 대한 강조는 법치주의 개념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국민이 선출을 통해 부여한 입법·행정권력을 법의 지배하에서 행사하도록 사법권력으로 통제·견제하는 것이 법치주의 개념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원들은 본인 행위가 절차에 맞으면 절차를 지키고 있다고 하고, 실체가 맞으면 실체를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며 "최근 절차를 어긴 대표적 사례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례를 보면 김학의라는 중대 피의자 신병 확보라는 실익을 추구하기 위해 절차를 어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번 임성근 탄핵 건은 절차를 다 지켰다고 하면서 절차와 실체를 자기들 편의대로 갖다 붙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핵이 절차를 다 지키고 있다고 해서 그 발의와 의결이 합리화될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임성근이 부장판사직에 계속 있거나 재판을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재판에서도 배제되고 사표도 안 받아주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탄핵을 발의하고 의결한다는 것은 사법부 길들이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신업 변호사와 뉴스웍스는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소재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강 변호사가 손을 펼쳐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강신업 변호사. (사진=이한익 기자)

강 변호사는 "이번 탄핵이 절차적 위법은 없지만 그 실질적 목표를 들여다보면 최근 법원이 정경심 교수 판결, 윤석열 총장 판결 등 여당에 반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이런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며 "법원이 그런 판결을 계속한다면 우리도 판사를 탄핵시킬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기에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여당이 탄핵 사유로 언급한 1심 재판부의 판결문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보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했는데 이 '적'이라는 말이 붙은 것이 중요하다"며 "판결 이유라고 하는 건 법리 해석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무죄를 선언하면서 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위헌적 요소는 있지만' 이라고 걸치는 식이 많다. 여당에서 그걸 강조하는 것은 침소봉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판결문의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언급 하나를 침소봉대해서 해석하는 것은 판결의 논리에도 맞지 않고, 정치적 활용을 위한 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자기들 편의에 따라서 갖다 붙이기 나름으로 법을 해석하고 있고, 그래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특히 강 변호사는 지난 4일 공개된 김 대법원장의 녹취록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기교적 독재'라며 수위 높은 비판을 가했다.

그는 "박정희 정부가 힘으로 하는 권위적 독재라면 문재인 정부는 기교적 독재를 하고 있다. 사법부와 검찰 같은 힘 있는 기관을 자기 사람을 통해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번 녹취록 발언이 김명수 대법원장 개인의 의견이라면 대법원장답지 못하다는 해프닝 정도로 끝날 수 있지만, 정치권이나 청와대와의 교감이나 일종의 사주가 있었다면 그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자 사법농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석 변호사 "탄핵은 당연하나 너무 늦어…진실성 문제 나올 수밖에"

인권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민석 변호사는 강 변호사와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이 변호사는 임 부장판사를 '적폐판사'라고 단언하며 "임성근에 대한 탄핵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의라는 건 임성근과 같은 부장판사를 하루 빨리라도 내쳐야 하는 것"이라며 "탄핵을 통해 부적절한 인물이 법관이라는 직에 있지 못하게 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엄밀히 말하면 임성근은 작년에 1심 선고가 나오자마자 바로 탄핵됐어야 한다. 여당은 탄핵을 늦게 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범여권의 이번 탄핵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임성근이 위헌을 저질렀다면 빨리 탄핵해서 내쳐야 하는데 임기가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탄핵)한다고 하니 탄핵의 진실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사안의 경중에도 혼란이 있다. 탄핵은 단순히 직에서 파면하는 것이고 형사처벌은 그와 별개로 수감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인데, 임성근과 같은 경우엔 하루라도 빨리 직에서 물러나게 해 민간인 신분에서 공판을 받게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이탄희 의원 블로그 캡처)

이 변호사는 "처음에는 임성근이 버텨서 탄핵하는 건 줄 알았는데,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본인이 나가겠다고 했음에도 사표를 반려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정무적 판단이라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적폐판사를 법원에서 내친 뒤 민간인 신분에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는데 정무적 판단으로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역설했다.

임 부장판사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은 오는 28일 임 부장판사의 퇴임 이전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여권은 임 부장판사가 퇴임한 이후에도 탄핵안을 이어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탄핵은 현직에서 내치기 위해서 필요한 건데 임기가 지나 이미 나간 사람을 무슨 수로 파면하나"라며 "지금 탄핵은 실효성도 없는 건데, 임기가 만료될 즈음에 탄핵한다고 하면 누가 봐도 쇼이지 않겠나"라고 조소했다.

김 대법원장의 사표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이 변호사 또한 강 변호사와 같이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사법 행정의 총 어른인 대법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완전히 위반했다"며 "적폐청산을 하려면 순수한 의도를 갖고 진짜 국민을 위한 적폐청산을 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전략이나 정쟁으로 하려니까 문제가 됐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 건은 적폐청산이 아니라 거꾸로 적폐를 더 보여준 셈이 됐다"며 "결과적으로는 정부 여당이 문제를 만들어 놨다. 탄핵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다 보니 이상하게 꼬인 건데, 적폐판사가 나가겠다고 하면 나가게 해서 항소심을 통해 법적 처벌을 하면 될 것을 대법원장이라는 사람이 정치권을 의식하면서 이를 질질 끌다 보니 오히려 적폐가 살아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일단 탄핵소추안이 가결돼서 임성근의 직무정지는 되겠지만 정지된 상태에서 임기는 계속 진행된다. 임기 만료인 2월 말 전에 재판이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절차도 많고 결부된 형사사건 등 연관된 사안이 많아서 아무리 빠르게 처리해도 2월 안에는 힘들 것이고, 만에 하나 결정을 빨리 내린다 해도 졸속 진행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 자명하다"며 늦은 탄핵에 대한 아쉬움을 거듭 밝혔다.

◆이탄희 의원 측 "1심 선고 땐 탄핵 정족수 부족…이중조사 불필요해 법사위 안 거쳐"

한편 이번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주도한 이탄희 의원 측은 탄핵 과정에서 특별한 결점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탄희 의원의 보좌관은 왜 1심 선고가 나오자마자 임 부장판사를 탄핵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1심 선고가 나온 지난해 2월은 20대 국회였다"며 "20대에선 정족수가 부족해서 탄핵 추진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대신 민주당·정의당에서 법관 탄핵 리스트, 즉 헌법 위반 리스트를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4개정당, 161명의 의원이 동의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기자회견이 1일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탄희 페이스북 캡처)
지난 1일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탄희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번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21대 국회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합쳐 더불어민주당 174석, 국민의힘 102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10석이다.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도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인 151석을 훌쩍 넘는다.

반면 지난 5월 20대 국회 폐회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 128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112석, 민생당 20석, 정의당 6석, 우리공화당 2석, 국민의당 1석, 열린민주당 1석, 민중당 1석, 친박신당 1석, 무소속 18석이었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의원들을 모두 합쳐도 151석에 미치긴 어려웠다.

이에 대해 이 의원 보좌관은 "당시에는 정족수가 부족해서 정치적 퍼포먼스 정도밖에 못 하는 상황이었다"며 21회 국회가 구성되고 여러 준비를 거치다 보니 1년여가 지나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탄핵 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소추안이 1심 판결문을 중심으로 세팅이 됐는데, 1심 판결에서 임성근의 행위가 이미 사실관계로 확인된 바 있다"며 "2월 28일에 임 부장판사가 퇴직할 예정인데 굳이 이중 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제 칼자루는 헌법재판소가 쥐게 됐다. 다만 임 부장판사의 임기가 오는 28일 만료되고, 그 전에 헌재의 결론이 나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이번 탄핵소추안은 면직을 목적으로 하는 탄핵 요건에 해당하지 않게 돼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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