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2.20 08:00

친환경이 가치소비 대표 키워드로 부상…MZ세대 중심 미닝아웃 트렌드로 발현

CU 직원이 HEYROO 미네랄워터 500㎖ 무라벨 패키지 제품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CU)
CU 직원이 HEYROO 미네랄워터 500㎖ 무라벨 패키지 제품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CU)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유통업계에 총성없는 '덜어내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덤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앞으로 덜어낸 제품만 구매하겠다는 고객도 생겼다.  

이유는 덜어내는 대상에 있다. 플라스틱, 비닐 등 생활폐기물이 주된 제거 대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생겨난 변화다. 이제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세상이 됐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 동물복지 등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는 '미닝아웃' 트렌드가 확산되며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미닝아웃족은 제품이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면 설령 웃돈을 주더라도 구매하지만, 반대로 가치관에 어긋날 경우 불매운동도 서슴지 않는다. 

편의점 CU는 이번 달부터 PB 생수의 라벨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상품 전면에 부착된 라벨을 제거하고, 브랜드를 포함해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투명 페트병에 물을 담아 판매한다. 상품명 및 필수 표기사항은 병뚜껑의 밑봉 라벨지에 인쇄되며, 뚜껑을 개봉하는 동시에 라벨이 분리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라벨 제작에 들어가는 비닐 양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폐페트병 수거 후 고품질 원료로 재활용하기 쉬워진다. CU는 올해 1분기 내 PB 생수 전 제품의 라벨을 없애는 것이 목표다. 

상품 라벨은 사람으로 치면 얼굴과 같다.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제조사 상품이 아닌, 유통사 PB 상품이 라벨을 제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CU는 라벨을 없애면서 얻는 비닐 절감, 고객 유인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코카콜라도 최근 탄산수 씨그램의 라벨을 없앤 '씨그램 라벨프리'를 출시했다. 기존 라벨에 기재되던 제품명과 로고 등은 패키지 자체에 양각으로 구현했다. 

씨그렘 라벨프리 제품 외에도 씨그램 전체 제품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코카콜라는 씨그램 플라스틱 경량화를 통해 연간 445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플라스틱 절감 및 재활용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제품으로 무라벨 패키지를 점차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빨대없는 컵커피 2종. (사진제공=세븐일레븐)
빨대없는 컵커피 2종. (사진제공=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커피 제품의 빨대를 덜어냈다. 지난달 서울F&B와 손잡고 '빨대없는 컵커피' 2종을 출시했다. 

빨대없는 컵커피는 뚜껑을 열고 용기 리드지를 제거한 다음 뚜껑을 닫고 마시도록 제작됐다. 뚜껑엔 이중 흘림방지 락킹 기술이 적용돼 컵을 기울여도 내용물이 잘 쏟아지지 않는다. 다 마신 후에는 별도의 조치 없이 그대로 분리수거하면 된다. 편의점 컵커피 제품 중 빨대 없이 출시된 제품은 빨대없는 컵커피가 처음이다. 

국내 플라스틱 빨대 폐기량은 연간 100억개로 추산되며,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빨대없는 컵커피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 저감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올해 ESG 경영 선언 이후 처음 출시하는 친환경 상품"이라며 "이번 상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친환경 상품 개발 행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마트의  친환경 세제 리필 파우치. 플라스틱 뚜껑 대신 절취선을 뒀다. (사진제공=롯데마트)
롯데마트의 친환경 세제 리필 파우치. 플라스틱 뚜껑 대신 절취선을 뒀다. (사진제공=롯데마트)

롯데마트는 지난 18일 플라스틱 뚜껑이 없는 '친환경 세제 리필 파우치'를 출시했다. 중소기업 '무궁화'와 롯데마트가 협업해 개발한 제품으로, 파우치 상단에 플라스틱 뚜껑 대신 손으로 찢을 수 있는 절취선을 뒀다. 

세제를 담아 쓸 수 있는 친환경 소재(재활용 플라스틱 90%, 사탕수수 10%)의 공용기도 판다. 해당 용기는 라벨이 없어 재활용하기 쉽다. 

롯데마트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세제 대신 리필 파우치 형태의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파우치 역시 모두 플라스틱 뚜껑이 없는 상품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 판매 중인 세제 리필 파우치는 총 97종"이라며 "모든 상품의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하면 연간 약 10톤의 플라스틱 폐기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도 올해 설 선물세트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대폭 줄였다. 스팸의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거나, 용기를 모두 투명하게 바꿔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했다. 덕분에 올해 CJ제일제당 설 선물세트에 사용된 플라스틱은 지난해 설과 비교해 173톤 줄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로 환산하면 약 2억5000만개의 사용을 줄인 셈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약 282톤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CJ제일제당은 오는 추석에도 모든 스팸 선물세트를 뚜껑없는 스팸으로 구성하는 등 친환경 패키징 정책 강화에 힘쓸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의 덜어내기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어느덧 주류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집단적 사고방식이 강조되고, 소신을 밝히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경향이 있다. MZ세대는 그렇지 않다.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대"라며 "이 때문에 각자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상봉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장은 "친환경은 가치소비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를 통해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을 나타내는 미닝아웃 트렌드로 발현되며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