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4.25 17:29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정국을 시끄럽게 흔들었던 총선이 끝나고 정치권이 뒤늦게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5대 구조조정 대상 업종을 선정해 발표했으며 여야 모두 협의체를 꾸려 구조조정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지만, 그래도 지금이나마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가 왜 구조조정의 적기(適期)를 놓쳤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방안은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때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했더라면 지금처럼 대규모 감원이나 지역경제 한파라는 부작용을 조금은 덜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이 미뤄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바로 금융권의 구조조정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로 이어지는 정책 당국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상위 정책기구로 의사결정에 전반적으로 관여한다.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는 당연히 정부는 물론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금융권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지연의 근본적 원인이다. 

비단 국책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A라는 대기업이 시중은행 B로부터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A의 경영이 악화되고 재무상태가 부실해져셔 B가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면, A기업이 위치하는 지역 주민 또는 해당 국회의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당장 일자리가 줄어들고 지역경제가 침체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목소리가 금융위원회로 흘러들어가고 B은행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시중 은행의 고위 의사결정자들 중 상당수가 정치권과 연결된 인사라는 점도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금융당국의 독립성 보전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제고가 구조조정의 상시화·효율화의 장기적 해답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내부 구조로 들어가서 탈(脫)정부기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지난 IMF 외환위기 당시 권고사안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목소리가 금융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크지 않다. 지금이라도 금융 관리 기구가 정치에서 독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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