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영교 기자
  • 입력 2021.02.25 17:50
(사진=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사진=헌법재판소 홈페이지)

[뉴스웍스=조영교 기자]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처벌받는 명예훼손죄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25일 재판관 5명 찬성, 4명 반대 의견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규정한 형법 307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법 310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를 두었다.

이번 심판을 청구한 A씨는 지난 2017년 8월 수의사 잘못으로 반려견이 실명 위기까지 겪자, 수의사의 실명과 함께 병원의 잘못을 온라인에 게시하려 했다. 하지만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해당 형법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오늘날 매체의 다양화로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 속도와 파급 효과가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명예가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점 등을 볼 때 명예훼손적 표현 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심판 이유를 밝혔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의 민사적 구제 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 효과 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을 고려해 심판대상 조항을 전부 위헌으로 결정한다면,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진실을 적시할 경우 개인의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네 재판관은 표현의 자유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최소한의 제한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 국가·공직자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형사처벌 주체가 될 경우 국민의 감시와 비판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점,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손상되는 명예는 허명(헛된 명예)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일부 위헌' 근거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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