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3.05 14:1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유튜브 법무부TV 캡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월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유튜브 법무부TV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발하며 지난 4일 총장직을 내려놓은 가운데 일선 평검사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살려주십시오"라며 읍소했다.

박노산(37·사법연수원 42기)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법무부 장관님, 살려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살려주십시오'라는 제목은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었던 박 장관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예산 문제와 관련해 "의원님, 살려주십시오"라고 말해보라고 해 논란이 된 것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박 검사는 "법무부장관님과 장관님 동지분들의 칼날에 목이 날아가게 생긴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참회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장관님의 명을 경청하고 받들어 비천한 목숨이라도 연명하고자 키보드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대범죄로 취급하여 수사 중인 월성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등에 대하여 수사를 전면 중단함은 물론 현재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 등의 사건,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 등에 대해서도 모두 공소를 취소하면, 저희 검찰을 용서해주시겠나"며 "당연히 앞으로도 어떠한 중대범죄, 부패범죄가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조용히 묻어버리고 수사를 금하며 그러한 사실이 절대로 밖에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비꼬았다.

또 박 검사는 "저희는 그저 심히 무지한 탓에 범죄가 의심되면 사람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를 함이 본분인 줄 알았을 뿐, 높으신 분들을 수사하면 그것이 반역이 된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며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수사하되, 아무리 의심이 들더라도 청와대나 국회의사당 그 밖의 고관대작님들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건은 감히 그 용안 서린 기록을 쳐다보지도 않겠다"고도 했다.

이어 "장관님과 동지분들이 '검찰이 수사를 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하셨는데, 그 '모순'이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그 뜻이 맞나"라며 "제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기소 여부 결정'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사실관계와 법리를 조사해보아야 할 것이고 그게 바로 '수사'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콕 짚어달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판사가 재판절차를 진행했으면 그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여 판결을 하는 것은 모순이고, 경찰 또한 수사를 진행했으면 그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여 송치 또는 불기소하는 것은 모순이겠나"며 "아직 소인이 헷갈리는 게 남았는데 그러면 왜 저번에 만드신 공수처는 수사를 하고 나서 스스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박 검사는 "글을 올리다 보니 소인의 무지함에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부끄럽다"며 "미리미리 공부하여 중대범죄 수사도 스스로 금하고, 분수를 알아 높으신 분들의 옥체를 보존하며, 모순되는 행동을 삼갔어야 했건만, 왜 장관님과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을까"라고도 말했다.

그는 "다행히도 장관님께서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주시겠다고 먼저 길을 터주시어 위와 같이 여쭙나니, 바라옵건대 장관님의 고매한 뜻을 감추지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하명해주시면 저희 검찰, 다시는 거역하지 아니하고 완수하겠나이다"라며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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