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3.06 07:35

겉모습과 패티 제외한 구성품은 거의 유사…'기름진 맛 vs 텁텁' 맛 차이는 상당히 커

플랜트 와퍼(사진 왼쪽)와 와퍼. 외관상 큰 차이는 없다. (사진=전다윗 기자)
플랜트 와퍼(사진 왼쪽)와 와퍼. 외관상 큰 차이는 없다.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신제품 출시 소식을 듣고 매장에 모인 사람들. 버거를 한입 가득 씹더니 이내 만족한 표정으로 한 마디 던진다. "신상품인데 와퍼랑 뭐가 다르지? 이건 100% 와퍼다" 

버거킹 신메뉴 '플랜트 와퍼' 광고는 30초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와퍼와 똑같다'고 수차례 강조한다. 와퍼는 버거킹의 간판 메뉴다. 버거킹의 히트작 대다수가 와퍼에서 파생된 제품임을 고려하면, 와퍼와 유사한 점이 신제품의 세일즈 포인트인 건 다소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랜트 와퍼는 기존 버거킹 제품들과 결이 다르다. 고기가 없다. 소고기 패티 대신 콩단백질을 주원료로 한 식물성 대체육 패티로 바꿨다. 해당 패티는 버거킹과 호주 식물성 대체육 대표 기업 'v2 food'가 함께 개발했으며 콜레스테롤과 인공 향료, 보존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와퍼 특유의 강한 불맛과 풍미를 고기 없이 재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대체육 대부분이 '이질적'이란 평가를 받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광고의 사실 여부다. 진짜 와퍼랑 같은 맛이 날까? 직접 먹어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일반 와퍼도 함께 주문했다. 

플랜트 와퍼(사진 오른쪽)와 와퍼. (사진=전다윗 기자)
플랜트 와퍼(사진 오른쪽)와 와퍼. (사진=전다윗 기자)

◆와퍼와 꽤 비슷한 플랜트 와퍼…헷갈리진 않는다

와퍼와 플랜트 와퍼의 겉모습은 유사했다. 크기와 무게 차이도 느끼기 힘들었다. 수치상으로는 플랜트 와퍼가 다소 무겁지만, 구분할 만큼 민감하지 못했다. 포장지 디자인을 제외하면 두 버거의 외관상 차이는 거의 없었다. 

내용물도 거의 동일했다. 양상추, 토마토, 양파에 와퍼 소스와 마요네즈가 눈에 띄었다. 패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와퍼와 플랜트 와퍼는 닮아있었다.

중요한 건 맛이다. 플랜트 와퍼를 맨 처음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잠깐 놀랐다. '와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와퍼와 동일한 구성에 패티만 다른 셈이니, 맛이 다르면 그것대로 이상하다. 하지만 그간 대체육 식품들이 특유의 이질적인 맛으로 외면받았던 점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 정도면 구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오리지널 와퍼를 입에 댄 순간 사라졌다. 입맛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라 고기 패티의 식감과 육즙을 의식해 본 적 없었지만, 비교하니 차이가 컸다. 패티만 따로 떼 먹으면 차이는 더 두드러졌다. 쫄깃하고 기름진 와퍼 패티와 비교해 플랜트 와퍼 패티는 텁텁했다. 특유의 불맛도 인조적으로 느껴졌다. 다소 탄 맛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기존 와퍼의 맛을 안다면 두 버거를 헷갈릴 일은 없어 보였다. 

플랜트 와퍼 홍보 포스터. (사진제공=버거킹)
플랜트 와퍼 홍보 포스터. (사진제공=버거킹)

◆애매한 타깃 선정…다이어트·채식주의용으로 부적합

기자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고기 마니아에 가깝다. 식탁에 동물성 단백질이 없으면 수저를 드는 손이 무거워지는 타입이다. 이런 입맛에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지는 걸 보면, 플랜트 와퍼는 기존 대체육 제품들의 단점을 상당 부분 개선한 제품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타깃 선정이다. 과연 플랜트 와퍼가 겨냥한 주요 고객층은 어디인가 묻고 싶다. 일단 육식을 하는 일반 고객들에게 플랜트 와퍼는 매력적이지 않다. 호기심으로 몇 번 먹을 수 있겠지만, 일반 버거를 포기하고 먹을 수준의 맛은 아니다. 

다이어트식으로도 부적합해 보인다. 플랜트 와퍼의 열량은 704kcal로 와퍼(619kcal)보다 더 높다. 포화지방, 당류는 와퍼보다 낮았지만 나트륨은 오히려 많이 들었다. 체중 및 건강 관리를 위해 플랜트 와퍼를 선택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제품으로 보기엔 다소 허술한 면이 있다. 플랜트 와퍼에 사용된 마요네즈, 빵 등은 밀과 우유, 계란 등이 들어간 일반 제품이다. 난류 섭취까지 제한하는 엄격한 단계의 채식주의자들은 즐기지 못한다. 아울러 대체육 패티를 소고기 패티와 같은 공간에서 조리하기에 '교차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버거킹 관계자는 "플랜트 와퍼는 채식주의자 메뉴가 아니다. 식물성 패티로 와퍼를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여러모로 찜찜한 부분이 많은 셈이다. 

일반 고기 맛을 뛰어넘기 힘들다면, 차라리 채식주의자들을 저격하는 게 어떨까 싶다. 급성장하는 비건 시장을 공략한다면 플랜트 와퍼는 성공적으로 안착할 듯 보인다. 대체육 햄버거는 아직 흔치 않고, 현재까지 나온 경쟁 제품들보다 여러 방면에서 우수하다고 느껴졌다. 육식을 못 하거나, 안 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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