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영교 기자
  • 입력 2021.03.11 17:54
형제복지원사건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모임 등은 21일 국회 앞에 모여 농성장 해단식과 더불어 제2기 '진실과 화해 위원회'에 촉구하는 바를 발표했다. (사진=전현건 기자)
형제복지원사건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모임 등이 지난해 5월 21일 국회 앞에 모여 농성장 해단식과 더불어 제2기 '진실과 화해 위원회'에 촉구하는 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조영교 기자] 정의당은 11일 대법원이 형제복지원 사건 비상상고를 기각한 데 대해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판결에 법 위반이 있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절차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원장 고 박인근씨의 무죄 판단이 잘못됐다며 당시 검찰총장이 제기한 비상상고가 오늘 대법원에서 기각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를 꼭 바로잡아달라'는 피해 생존자들의 호소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며 "참담하다. 비상상고 기각이라는 결과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조 대변인은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시민들을 불법 감금해 강제수용, 노역, 학대, 살해, 암매장을 일삼고 이를 국가가 지원했던 참혹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들의 고통을 국가는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9년 법원은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 씨의 불법 감금 혐의 등에 대해 당시의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형법상 정당행위로 판단해 무죄를 확정했고 횡령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지난 2018년,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 감금에 해당한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사건 재조사 권고에 따라 당시 검찰총장이 비상상고했다"며 "비상상고로 과거 판결의 문제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다시 죄를 물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지원에서의 고통을 그간 가슴에 묻고 살았지만 이제는 억울함을 끝내고 싶다'는 피해 생존자의 말씀이 아프게 다가온다"며 "피해 생존자들의 간절한 호소에 응답하지 못한 대법원의 비상상고 기각에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날 부랑자 수용을 명분으로 감금, 강제노역, 암매장 등을 자행한 고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의 무죄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검찰의 비상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박 전 원장에게 무죄 판결이 선고된 직접적 근거는 나중에 위헌으로 확인된 옛 내무부 훈령이 아니라 형법 20조"라며 "판결이 법령을 위반했을 때에만 인정될 수 있는 비상상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신체의 자유 침해가 아닌 헌법의 최고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는 점"이라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 진실규명 작업으로 피해자의 아픔이 치유돼 사회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의 기각 판결로 인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국가 차원의 과거사 정리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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