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3.17 11:40
브리핑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손진석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위력이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이 주축이 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은 17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A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통해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A씨의 입장문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대독했다.

A씨는 "그분(박 전 시장)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해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번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직면하게 될 상황을 두렵게 만들고,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A씨는 박 전 시장의 위력이 자신을 비난하는 세력의 '보호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 그들의 이념 보호수단으로 활용됐다"고 강조했다.

A씨의 입장문은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입장문을 대독한 송 대표는 "(피해자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행위가 멈추지 않고 있다.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교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8일 박 전 시장을 강제 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박 전 시장은 고소 이튿날 오전 시장 공관을 나선 뒤 7월 10일 사망한 채 발견됐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A씨의 고소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고, 이후 A씨는 박 전 시장의 지지자 등에 의한 '2차 가해'가 심각하다고 여러 차례 호소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일부 사실로 인정했으며, 법원 또한 A씨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장 전 비서실 직원의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로 인해 A씨가 입은 피해를 일부 인정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입장 전문]

더 늦기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해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번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이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더라도 제가 온전히 감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직면하게 될 상황을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 그들의 이념 보호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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