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1.05.21 05:00

놀이·운동 겸해 플로깅·클린세션도 열풍…친환경 추구 MZ세대 가치관 부합

SNS 인스타그램에서 '등산스타그램'을 검색하면 78만 이상의 게시물이 뜬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SNS 인스타그램에서 '등산스타그램'을 검색하면 78만 이상의 게시물이 뜬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날 좋은 주말이면 북한산과 관악산 등 서울 주변 명산에는 레깅스나 반바지 차람의 20~30대 '등산크루'들이 넘쳐난다. 젊은 사람들은 등산을 싫어한다는 것도 옛말.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등산의 인기가 고조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한 갑갑함을 산을 타며 해소하고 있다. 녹음이 우거진 산속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여기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2030세대의 등산에 대한 관심은 점차 증가했다. 이른바 '등린이(등산+어린이)', '산린이(산+어린이)'의 등장이다. SNS에 등산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며 산은 젊은이들의 '힙'한 장소로 떠올랐다. 실제로 SNS에서 등산 사진을 찾아보는 것도 쉬워졌다. 

등산 관련 해시태그인 '#산스타그램', '#등산스타그램'이 달린 인스타그램(SNS) 게시물은 20일 기준 각각 61만6000여개, 78만7000여개에 달한다. 지난 4월 12일 경 해당 해시태그와 관련해 각각 57만9000여개, 72만6000여개 게시물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약 한 달 사이에만 각각 약 4만개, 6만개 증가했다.  

◆챌린지 나서고 쓰레기 주우며 등산 즐기는 '등린이'

2030세대에게 등산은 일종의 놀이다. 가까운 사람과 삼삼오오 함께 산을 오르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등산크루를 모으고 친목 도모를 겸해 산에 오른다. 등산크루는 산을 같이 오르는 모임으로 기존 산악회와 같은 의미의 신조어다.  

'등산 챌린지'도 유행이다. 한국 100대 명산을 등산하고 이를 플랫폼에 사진으로 인증하는 '블랙야크 100대 명산 챌린지', 등산 초보자를 위한 '산린이 첫걸음' 등 등산과 관련한 다양한 도전이 펼쳐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K2가 국내 등산 명소로 알려진 전국의 11개 산 중 한 곳을 선택해 개별로 하이킹을 하며 다양한 인스타그램 미션을 수행하는 온라인 기반 하이킹 프로그램 '온택트 어썸하이킹'을 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4월 1일 접수를 시작했는데, 2030 젊은 층의 높은 인기 속에 총 700명의 참가자 모집이 당일 2시간 만에 마감됐다. 

인기 산행 커뮤니티 플랫폼 중 하나인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에 가입해 활동하는 도전단은 지난 2019년 4월 10만명을 돌파한뒤 올해 20만명을 넘어섰다. 블랙야크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매달 BAC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에 산행을 즐긴다는 20대 후반 직장인은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헬스장이 문을 닫으며 운동할 방법을 찾다가 등산을 하게 됐다"며 "요즘은 확실히 전보다 젊은 사람들을 산에서 보기 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플로깅', '줍깅', '클린세션' 등의 키워드도 등산 유행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플로깅(Ploking)은 스웨덴어 'plocka-upp(이삭을 줍다)'와 'walking(걷다)'를 합친 신조어로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의미다.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것은 '줍깅', 산행하면서 줍는 것은 '클린 세션'이라 불리는데 이는 착한 소비뿐 아니라 친환경 행동 실천을 추구하는 MZ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MZ세대가 산을 찾고 있다. (사진제공=K2)
MZ세대가 산을 찾는 일이 잦아지며 이에 따른 다양한 등산복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제공=K2)

◆2030세대 등산 유행에 아웃도어 브랜드 '웃음' 

2030세대의 관심에 힘입어 등산복, 등산화 등 아웃도어 관련 제품의 인기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장년층을 겨냥해 출시됐던 등산복이 2030세대 맞춤형으로도 등장했다. 기존 등산복뿐 아니라 레깅스, 아노락 등 일상 속에서도 즐겨입을 수 있는 옷까지 등산복에 범위에 포함되고 종류도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기업들은 2030세대로부터 인기가 높은 아이유, 수지 등을 모델로 삼으며 브랜드 홍보에 나섰다. 최근에는 아이유가 비와이엔블랙야크의 등산화를 홍보해 화제가 됐다. 아이유 등산화로 불리는 '야크343 D GTX'는 지난 3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97%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이유가 광고에서 입은 자켓은 일부 색상이 완판되고 리오더에 들어가기도 했다. 

수지가 신은 아웃도어 브랜드 K2의 신발 매출도 고공행진 했다. K2는 신발 부문에서 3월 전년 대비 120% 신장했으며, 플라이하이크 시리즈는 500% 이상 증가했다. 수지가 신은 일명 '수지 하이킹화', 플라이하이크 큐브는 출시 한 달 만에 3만족 이상이 판매되기도 했다. 

K2는 지난 3월 신발 매출 중 2030 고객 비중이 전년 동월 대비 3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의류 부문에서도 2030 세대가 좋아하는 아노락 스타일과 레깅스가 인기를 끌었다. 아노락 스타일의 바람막이 자켓군이 전년대비 200% 증가하고, 씬드롬 레깅스 등 아웃도어 레깅스 부문도 전년대비 150% 이상 신장했다. 아노락은 목에서 가슴까지만 지퍼가 열리는 스타일의 상의를 뜻한다. 

신선철 K2 마케팅팀 부장은 "최근 젊은 등산 인구가 늘어나면서 매장으로 유입되는 고객층도 젊어지고 있다"며 "기존 고객층뿐 아니라 MZ세대를 겨냥한 제품 스타일을 확대하고,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2030 세대 새로운 연령층 고객의 등장으로 하락세를 걷던 아웃도어 시장도 활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에 약 7조원 시장으로 정점을 찍은 아웃도어 시장은 2018년 시장 규모가 2조원대로 떨어지는 등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에도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운영하는 더네이처홀딩스, K2를 운영하는 케이투코리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35.7%, 39%, 44%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전문가는 "2015년부터 하락세를 걷던 아웃도어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아웃도어 브랜드의 타깃층이 확대된 만큼, MZ세대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느냐가 브랜드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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