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1.07.04 08:00

공기질 정보·해수욕장 밀집도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 제공…유료전환 'T맵'과 달리 데이터 무료 통해 고객만족도 제고

KT와 LG유플러스가 손잡고 만든 ‘원내비’가 20일 출시했다. 같은날 SK텔레콤의 'T맵'은 무료개방 1주년을 맞았다. <사진제공=KT>
지난 2017년 KT와 LG유플러스가 손잡고 만든 '원내비'가 출시됐다. (사진제공=KT)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T맵이나 카카오내비는 아는데 '원내비'는 처음 들어봐요." 

지방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28세 직장인 A씨는 '원내비'를 알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자가 A씨에게 통신사 KT의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원내비'라고 설명하자, 몇 년 전 KT 고객일 때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어 잠시 이용해 봤으나 서비스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T맵, 카카오내비 등 쟁쟁한 내비게이션 서비스에 밀려 KT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져왔던 원내비가 정보제공 플랫폼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원내비는 지난 2017년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 'T맵'을 추격하기 위해 만든 모바일 내비게이션이다. 지난 2019년부터 3년째 월간실사용자수 100만명 근처를 맴돌며 미운 오리 새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동맹군이 이탈했을까. LG유플러스는 2019년 카카오와 손잡고 'U+카카오내비'를 출시한 후 원내비 서비스에서 손을 뗐다. 

SKT의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은 올해 4월 기준 누적 가입자수 1845만명을 달성, 전체 내비게이션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다. T맵은 지난해 '티맵모빌리티'로 분사됐으며, 지난 4월 국내외 사모펀드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내비게이션 시장은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모빌리티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꼽히며 이와 관련성 깊은 내비게이션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내비, 네이버지도, 구글지도 등 다양한 모빌리티 관련 기업이 뛰어들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T맵과 함께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카카오내비는 누적 이용자수 1600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방문세차·정비, 발레, 맛집리뷰 등 다양한 기능과 빠른 업데이트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지도 역시 내부적으로 업계 1위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지도는 도보 및 대중교통을 이용한 길찾기에서 강세를 보이나 내비게이션 서비스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모델이 KT 원내비의 교통신호 정보를 실행하고 있다. (사진제공=KT)
모델이 KT 원내비의 교통신호 정보를 실행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이런 막강한 경쟁자들 사이에 끼어있는 원내비는 정보제공 플랫폼으로 변화를 시도하며 시장의 틈새를 노릴 계획이다.

KT에 따르면 내비게이션 사업은 지속 운영된다. 다만 다른 내비게이션 서비스와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단순한 길 안내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아닌 정보제공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KT는 지난해부터 전사적으로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외치며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KT의 디지털 전환은 순조롭게 진행돼 지난 1분기 매출 6조294억원, 영업이익 4442억원을 내며 시장 예측을 넘어서는 성과를 기록했다. 전 사업부 대부분에서 균형 잡힌 성장 기록을 나타냈다.

KT는 향후 AI·클라우드·빅데이터 역량을 기반으로 B2B(기업간거래) 플랫폼 사업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원내비의 정보제공 플랫폼화도 KT의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원내비는 정보제공 플랫폼으로 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실시간 해수욕장 밀집도, 현위치·목적지 공기질 정보, 공적마스크·투표소 위치, 그룹주행 같이가자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신호등 현시정보(제주), 운전면허시험코스, 적녹색약자를 위한 도로속도 정보 색상 제공 등 고객 안전과 관련한 기능을 제공한다. 예컨대 원내비는 제주 교통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제주특별자치도내 909개 교차로의 정확한 신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KT가 구축한 제주도 내 차세대 교통시스템(C-ITS)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차량이 운전자에게 주변 도로, 교통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주는 서비스인 'C-ITS'는 방향 통신이 가능해 자율주행 레벨4(완전자율주행) 실현을 위한 필수 요소로 꼽힌다. KT는 현재 현대차·현대모비스 등 5G 커넥티드카 기술을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및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C-ITS를 활용한 B2B(기업간거래) 사업 등에도 주목하고 있다"며 "C-ITS를 통해 보유하게 된 교통정보를 카카오내비, 티맵 등과 나눌 의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KT는 고객 혜택에 집중해 장기적인 고객 만족도 향상에 힘쓴다. 지난 4월 SKT가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하던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한 데 반해, 원내비는 여전히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이용하는 KT 고객에 데이터 통화료와 정보 이용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KT는 원내비를 고객 혜택형 서비스로 포지셔닝하고 '제로레이팅(특정 콘텐츠 사용 시 발생하는 데이터이용료를 면제해주는 제도)'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경우 쓰던 것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뚜렷한 차별점이 있어야 고객을 유입하고 수입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시장 점유율을 바꾸려는 것보다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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