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7.03 10:00

비싼 몸값·점유율 급락·배민 경쟁력 강화…사모펀드 외엔 관심 못 끌어

요기요 앱 화면. (사진=전다윗 기자)
요기요 앱 화면.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국내 배달앱 2위 요기요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시큰둥하다. 인수 유력후보로 꼽히던 유통 대기업들은 앞다퉈 본입찰에서 발을 뺐다. 인수 후보자들의 미지근한 반응에 본입찰이 두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각축전이 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요기요 인수전은 사모펀드들의 경쟁으로 압축됐다. 현재 요기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등 사모펀드들뿐이다. 

비슷한 시기 시장에 나와 함께 '대형 매물'로 꼽히던 이베이코리아와는 판이 다르다.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막판까지 경쟁하던 이베이코리아와 달리, 요기요는 신세계·롯데가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혔다. 몸값 보전도 쉬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배달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화가 가속화되며 더욱 주목받는 분야다.

통계청에 따르면 모바일을 통한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지난 2017년 2조 3500억원에서 지난해 16조 5200억원으로 8배 가까이 커졌다. 요기요(점유율 18%)는 이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점유율 66%)에 이어 2위다. 배달시장의 위상과 요기요의 위치를 고려해 보면 지금의 매각 부진은 의아하다. 요기요는 왜 외면받고 있을까.

우선 판매자와 구매자가 생각하는 몸값 차이가 크다.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DH)의 매각 희망가는 최대 2조원 수준이다. 반면 인수 후보자들은 요기요 몸값을 1조원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1조원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한 후보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기요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지난 2019년 9월 기준 4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배달 앱 시장을 배민과 양분하던 요기요는 불과 1년 사이 점유율 10%대로 추락하는 등 하락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위 쿠팡이츠(점유율 13.6%)의 추격이 매섭다. '단건 배달'을 앞세운 쿠팡이츠는 어느새 요기요의 턱 밑까지 쫒아왔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선 배민의 점유율을 넘어서기도 했다. 

단건 배달은 한 번에 한 상품만 배달하는 것을 뜻한다. 빠른 배달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최근 배민도 이를 벤치마킹해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원'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매각을 앞둔 요기요는 단건 배달 경쟁에서 한 발 빠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언제든 2위, 3위 자리가 바뀔 수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매물로 나온 요기요의 독특한 상황도 한몫했다. 사실 DH가 요기요를 시장에 내놓은 건 자의가 아니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대신 현재 운영 중인 2위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 명령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가 정한 매각시한은 오는 8월 2일로, 이때까지 요기요를 팔지 않으면 배민 인수가 무산된다. 불가피할 경우 6개월 연장을 신청할 수 있으나, 시간 제한에 걸린 건 마찬가지다. 인수 희망자가 '배짱'을 부리면 DH만 마음이 급해지는 구조다. 잠자코 기다리면 '파격세일'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 

매각 대금을 고스란히 DH가 갖게 된다는 점도 거래를 꺼리게 되는 이유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배민에 막대한 자금을 수혈해 주는 셈이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들만 요기요 인수 의사를 밝힌 이유도 여기 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가치를 단기간에 높이고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다. 여러 요인으로 인해 몸값이 깎일 가능성이 큰 요기요를 싸게 사야할 사모펀드 입장에선 인수 이후 발생할 장기적 리스크는 관심 밖이다.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배달시장을 이커머스 시장만큼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요기요 본입찰 불참을 밝히며 신세계 관계자는 "유통과 배달 플랫폼 접목 시의 시너지를 면밀히 검토했지만,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앞으로도 성장 잠재력이 있는 플랫폼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에 밀린 뒤 요기요 인수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던 롯데도 "처음부터 요기요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배달시장 성장세도 결국 꺾이고 말 것이라는데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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