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7.09 15:50

지자체 신고 피하기위한 '꼼수' 이은형 "임대가격 상한선 인위적으로 강제한 것에 의해 유발된 결과"

서울에 있는 한 원룸의 내부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에 있는 한 원룸의 내부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된 임대차3법의 막내인 '전·월세 신고제'가 지난달 시행됐다. 하지만 신고제를 피하기 위해 집주인들의 편법 거래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세입자가 보다 정확한 임대료 시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월세 신고제를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대다수 집주인이 신고내용을 과세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에 매물로 나온 원룸은 보증금 700만원, 월세 29만원, 관리비 29만원에 등록됐다. 전·월세 신고제는 수도권과 광역시, 도·시 지역의 보증금 6000만원 이상이나 월세 30만원 이상인 거래를 체결하는 경우 관할 지자체에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내년 6월부터 신고하지 않을 경우엔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고 내용은 계약 금액과 기간, 주택 정보 등이다. 전·월세 거래는 정확한 시세 정보가 없거나 있더라도 시세 차이가 커 정보 불균형이 심했다.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시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임대인의 불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 제도가 과세 강화를 위한 '밑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고 자료를 임대소득 과세 근거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설명했지만 임대인들의 예상은 다르다. 광범위한 정보를 신고하는 만큼 향후 과세 근거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연 2000만원 이상 임대소득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고, 그 이하는 분리과세한다. 일부 임대인들은 전·월세 거래가 신고 대상이 아닌 점을 이용해 소득을 일부 줄여서 신고해왔다. 이들은 앞으로 소득이 낱낱이 드러나면 과세 세원으로 포착될 것이란 예상에 신고를 꺼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관리비는 전·월세 신고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이용되고 있다. 관리비는 전기·수도 사용료, 공용시설 유지관리 비용 등과 함께 전·월세 신고 대상이 아니다.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는 이 방법을 쓰기 어렵지만 원룸은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신고를 피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보통 소형 원룸 관리비는 10만원 밑이지만 전월세 신고를 피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서울 월세 매물 가운데 관리비가 10만원 이상인 원룸은 전체의 10%로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1%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당장은 작은 꼼수 정도에 그치지만 향후 임대인들의 부담이 가중되면 임차인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욱이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대소득이 노출될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당국이 규제를 한다해도 늘 빠져나가는 구멍은 있기 마련"이라며 "규제만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자와의 연락에서 "관리비를 올리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는 임대가격의 상한을 인위적으로 강제한 것에 의해 유발된 결과"라면서 "앞으로도 임대시장에 임대인은 강자, 임차인은 선한 약자라는 이분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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