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8.13 13:52
삼성SDI가 헝가리에 짓는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조감도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가 헝가리에 짓는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조감도. (사진제공=삼성SDI)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삼성SDI가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날 가석방 출소한 삼성 총수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를 계기로 삼성SDI의 현지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로이터통신은 딕 더빈 미국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해 삼성SDI가 미국 일리노이주 중부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장 부지로 언급된 미국 일리노이주에는 전기 자동차 스타트업인 리비안(Rivian)의 공장이 있다.

더비 의원은 "삼성의 공장이 리비안 옆에 위치하기를 바란다"며 "공장이 갖춰지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국내 울산과 중국 서안, 헝가리 괴드 등 3개 거점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두고 있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생산시설이 없다.

지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삼성SDI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공장의 설립을 공식화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손 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전무는 "세계 전기차 3대 시장인 미국은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예상보다 더 높게 성장할 것"이라며 "2025년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 발효에 따라, 전기차 부품 역내 생산이 불가피함에 따라,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SMCA는 'United States Mexico Canada Agreement'의 약칭으로 미국·맥시코·캐나다 간에 맺은 자유무역협정을 말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로운 협정으로, 자동차 수출 시 관세 특혜를 적용 받으려면 자동차 핵심 부품 중 75%를 북미산으로 충족해야 한다. 만일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2.5%의 관세율을 부과한다.

따라서 주요 전기차 생산 국가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세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손 미카엘 전무는 전기차용 원형 배터리와 관련해선 "대량 생산이 쉽고 가격 경쟁력이 있어 스타트업 OEM 위주로 선호하고 있다"며 "최근 공급 계약을 체결한 미국 리비안 외에도 여러 고객과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br>
13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로 삼성의 주요 사업의 투자 결정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직후 서울 강남구 서초사옥을 찾았다. 가장 먼저 서초사옥으로 향했다는 것은 사실상 경영 복귀를 시사한다. 이를 두고, 경제계는 이 부회장이 미뤄진 시설 투자, 인수합병(M&A) 등 삼성 계열사의 현안에 대해 일제 점검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 앞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 가운데 언급한 '큰 기대'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기업의 투자, 고용 등을 뜻하는 것인 만큼, 경제계는 이 부회장이 주어진 역할에 부응하기 위해 삼성의 투자 결정을 이른 시간 내 진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석방 이유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직접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실 삼성의 시설 투자나 M&A는 장기적 안목으로 결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총수가 없어 미뤄진 것 아니겠냐. 이제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공장, 삼성SDI는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 투자 프로젝트라는 시급한 현안이 있고, 그룹 전체로 볼 때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M&A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라고 말했다. 이어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바탕으로 M&A를 하겠다고 삼성전자가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것처럼 이미 실탄은 마련되어 있다"면서 "이 부회장의 복귀가 이런 것들의 결정과 실행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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