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9.22 12:55

SNS에 '호남비하 멈춰달라'는 포스터 게재돼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억지기소 후 1,2,3심 무죄, 비오는 김포 연설'이란 제하의 글을 올렸다. (사진=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억지기소 후 1,2,3심 무죄, 비오는 김포 연설'이란 제하의 글을 올렸다. (사진=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화천대유 논란'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이른바 '수박논쟁'이 불거졌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1일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낙연 캠프가 지난 16일 이재명 지사 지지자들을 향해 '수박'이라는 표현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상황에서 이번엔 이 지사가 직접 해당 표현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낙연 캠프에서는 '수박'이라는 표현이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에서 호남과 5·18을 모욕하는 단어로 널리 쓰여왔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억지기소 후 1,2,3심 무죄, 비오는 김포 연설'이란 제하의 글에서 "민간개발업체에 뇌물 받아먹고 LH 공영개발 포기시킨 건 국민의힘 정치인들. 성남시 공영개발 막으려고 발버둥친 것도 성남시 국힘 정치인들"이라며 "저에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표현했다.

바로 여기에서 표현된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은 물론 호남인들 일부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일베에서 통용되는 '수박'이라는 표현은 5·18 당시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광주 시민을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 지난 2015년에는 바로 이 '일베'에 김대중 전 대통령 얼굴에 수박을 합성한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인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최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유튜버와 네티즌 사이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과 지지자를 수박이라고 비하하는 끔찍한 일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며 "수박이란 용어는 일베라는 극우 커뮤니티에서 쓰기 시작한 호남 혐오, 호남 비하 멸칭이다. 사용을 멈춰달라"는 취지의 논평을 공식적으로 낸 바 있다.

이 의원은 그 논평에서 "수박은 '홍어'와 함께 일베 사용자들이 호남과 호남인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단어다. 이 단어가 우리 당 안팎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며 "특히 반이낙연 성향을 띠는 팟캐스트나 특정 후보 지지성향을 보이는 유튜브, 커뮤니티 등에서 사용이 목격되고 있다. 호남의 아픔을 희화화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어느 네티즌이 지난 21일밤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린 포스터. (사진=원성훈 기자 캡처)
어느 네티즌이 지난 21일밤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린 포스터. (사진=원성훈 기자 캡처)

어떤 네티즌은 이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호남비하 용어 사용을 멈춰주세요'라는 제하에 수박이 그려진 포스터를 올리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함께 올린 포스터에 '일베용어 수박이란?'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광주 특산품이 무등산 수박임에 빗대어 지난 1980년 광주민주화 항쟁 당시 진압군에 의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머리를 다친 사람들을 일컫는 의미"라며 "수박은 바로 호남혐오 용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재명 지사의 페이스북에는 "수박?, 이게 호남 비하 일베용어인걸 뻔히 알면서도 '수박'이요?"라며 "그러면서 뻔뻔스럽게 호남에 표를 구걸하나"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수박이라는 일베가 쓰는 호남과 호남분들을 비하하는 단어를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쓰네. 두눈을 의심했다"며 "평소대로 한거겠지?, 태도가 본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질타했다.

이재명 캠프 측은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관용적인 표현일 뿐"이라며 "갑자기 광주 5·18과 연결 짓는 이낙연 캠프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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