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재갑 기자
  • 입력 2021.11.11 17:04

조달청, 국내 중소기업 보호 위한 직접생산 대상 품목 규정…중국산 거르지 못해 무용지물 비판 제기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한재갑 기자] 서울시교육청 등이 수천억 원을 투입해 학교 전자칠판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감사에서 중국산 완제품을 라벨갈이 등으로 국산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일선 학교에서 전자칠판 선정을 둘러싼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12월까지 관내 모든 중1 학급에 전자칠판을 설치한다. 올해만 2878학급에 학급당 1000만 원, 총 287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2024년까지 2300여억 원을 투입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학급에 전자칠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대전시교육청 역시 지난 8월 전자칠판 보급 계획을 세우고 81여억 원(총 1763대)에 달하는 입찰을 진행했다. 부산시교육청 역시 ‘블렌디드 교실 구축 계획’을 세우고 총 900여억 원을 들여 관내 모든 학급에 전자칠판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에서 학급에 전자칠판 설치 사업을 진행 또는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으로는 중국산이 박스갈이돼 국산으로 둔갑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정광열 ㈜이제이정보시스템 대표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자칠판 발주가 엄청 나오고 있지만 중국산 완제품을 박스갈이하거나 라벨갈이 하는 정도이며 몇몇 기업이 대부분 시장을 선점했다”며 “국내 중소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간 불법 경연대회 경기장과 같다”고 폭로했다.

전자칠판은 조달청 등록시 직접생산 대상 품목이다. 국내 중소기업간 경쟁 유발로 제품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산을 거르지 못해 무용지물이라는 것.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 현장에서는 전자칠판 구매 후 사후 AS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A 교사는 “4년 전 알만한 곳에서 구매해 2년 사용 후 고장이 나 AS를 요청했는데 한 달이 지나서야 학교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또 “그에 더해 부품이 중국에 있어 보유 여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며 "결국 전자칠판은 전시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사들이 단체로 사용하는 대화방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AS가 어려운 제품 보다는 AS를 철저히 하는 업체 제품을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B 교사는 “선정위원회를 꾸려 전자칠판 관련 정보를 공유하다 중국산 AS 문제가 화두로 등장했다”며 “위원들은 업체별 제품 기능 등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AS 가능 여부를 진지하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칠판 업계 관계자는 “전자칠판 내구연한은 8년 정도이다. 8년 안에 문제가 생기면 폐기할 수도 없다”며 “중국산 또는 국내산이라 할지라도 직접 국산부품을 가지고 만든 제품이어야 오래 사용할 수 있으니 선택 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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