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재갑 기자
  • 입력 2021.12.02 18:1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한재갑 기자] 전국 시도교육청이 미래교육환경을 구축하겠다며 전자칠판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한 전자칠판이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에 이어 교육청이 특정 업체 제품을 불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중국산 전자칠판이 버젓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조달청에 등록되고 있다는 업체 관계자의 폭로가 나온 바 있다.

업체 대표 A씨는 지난 10월 7일 조달청 등을 대상으로 한 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교육당국이 엄청난 규모의 전자칠판 사업을 발주하고 있지만 국내 생산제품은 경쟁을 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A씨는 당시 "전자칠판이 최근 교육시장에 엄청난 발주가 나오고 있다. 부산 560억, 서울 750억, 대전 92억 정도 발주됐다"며 "그러나 현실은 그림의 떡이다. 중국산 완제품을 박스갈이하거나 라벨갈이 하는 정도로 극소수 몇몇 기업이 대부분 시장을 선점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실질적으로 중소기업간 경쟁이 아닌 중국 기업 간 경쟁으로 불법 경연대회 경기장과 같다"고도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면서 일선 학교현장 교사들은 국내 생산제품이 아닐 경우 AS가 우려된다는 의견과 함께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대전교육청이 전자칠판 구매를 통합발주하면서 업체 선정을 위한 심사가 불공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자칠판 발주 규모는 일괄구매 1763대, 자체구매 447대 등 총 2210대로 일괄구매 가격은 대당 550만 원으로 96억9650만 원에 달한다.

대전교육청이 학교를 대상으로 일괄구매와 자체구매의 의견을 받아 자체구매를 원하는 학교를 제외하고 일괄구매 방식을 선택해 입찰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대전시교육청은 97억 규모의 전자칠판 일괄 구매를 추진하면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심사를 불공정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며 입찰비리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공교롭게도 낙찰받은 A사 영상은 촬영하지 못했다는 대전교육청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더구나 직원 교체 과정에서 영상 촬영이 누락된 것은 실수일 뿐 고의가 아니라는 교육청의 주장은 매우 궁색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감사관실이 나서야 한다. 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업체가 '무상 AS 7년'을 약속했는지, 그게 평가 점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조사해 진상을 밝히면 될 일"이라며 "위원마다 진술이 엇갈리거나, 물증에 해당하는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민권익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교육감도 이 사안을 잘 알고 있다. 감사관실에 즉각적인 조사와 경찰 수사 의뢰를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교육청의 전자칠판 일괄구매 입찰에는 7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최종 6개 업체가 PT시연에 참여했다.

대전교육청은 전자칠판 선정을 위한 '정성 평가표'를 ▲기능 및 성능의 우수성 30점 ▲편의 및 활용성 30점 ▲사후관리 30점 ▲전반적 만족도 10점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최종 선정된 업체가 PT 당시 조달청이 정한 '무상수리 AS 2년' 지침을 넘어서는 제안을 교육청에 했다는 주장과 함께 업체당 15분 분량의 영상을 촬영했는데도 불구하고 선정된 업체 영상만 기록되지 않았다는 주장 등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교육청은 애초 전자칠판 선정 공정성 확보를 위해 17명의 심사위원을 구성해 녹화까지 진행한 만큼 의혹과 비리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에 선정된 업체의 영상이 없다고 해명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막대한 교육예산이 투입되는 전자칠판 설치 사업을 놓고 국내산이냐 중국산이냐 논란부터 AS가 보장되는지 여부 등의 논란에 이어 대전교육청의 일괄구매 입찰비리 의혹이 불거져 교육부가 전자칠판 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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