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1.12.05 07:00

김정태 회장 후임자 놓고 3명 '각축'…권광석 행장 거취에 유진PE 사외이사 변수 '관심'

김정태(왼쪽부터) 하나금융지주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사진제공=각 사)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은행권이 연말연초 정기 인사철을 맞았다. 일부 4대 금융지주 회장과 임기가 12월 혹은 내년 3월 만료되는 가운데, 은행권의 관심은 이들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은 인사 키워드로 코로나19로 촉발된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안정'을 택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한 노고를 인정받으며 지난해 3연임에 성공했다. 허인 국민은행장도 국내외 영업환경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속하고 효율적인 위기관리능력으로 리딩뱅크의 입지를 수성한 점 등을 인정받아 연임할 수 있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경영능력과 조직관리 역량을 높게 평가 받아 3연임이란 관문을 뚫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1년 연임에 들어갔다. 

내년도 인사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변화에 '세대교체'가 키워드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KB금융이 차기 KB국민은행장으로 만 55세 '젊은 리더'를 발탁하면서 대규모 인사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때문에 금융권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회장의 후임자가 관심사다. 3연임에 추가 1년까지 더해 10여년간 하나금융지주를 이끌어온 김 회장은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최근 금융감독원장 간담회에서도 연임 의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회장 나이가 만 70세를 넘길 수 없도록 돼 있는 점도 용퇴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로 꼽힌다. 김 회장은 1952년생으로 내년에 만 70세가 된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함영주 ESG 부회장과 지성규 디지털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을 거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연말 이후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회장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중에서 현재로선 함 부회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채용 비리 관련 재판과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관련 중징계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달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관여해 점수 조작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고, 지난 8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DLF 사태 관련 문책경고 등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서 부담감을 더는 모습이다. 

지성규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경력과 함께 글로벌 거점인 중국법인장 경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행장으로 글로벌 경험을 갖췄으며 IT 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를 역임해 글로벌과 디지털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평가된다.

은행권에서는 허인 KB국민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각각 오는 12월과 내년 3월 만료된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재근 현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추천했다. 이 행장 후보는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심층 인터뷰 등 심사·추천을 거쳐 은행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허인 행장은 은행장 임기 만료 후 지주 회장으로 승진이 예정돼 있다. 허 행장은 2년 임기 만료 후 1년씩 두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KB금융의 인사 키워드는 '안정'보다는 '변화'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대추위도 "빅 블러(Big Blur) 시대에 KB 시장 지위 공고화와 차기 디지털 경쟁력 강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1966년생으로 만 55세인 이 행장 후보는 진옥동 신한은행장(1961년생), 권광석 우리은행장(1963년생), 박성호 하나은행장(1964년생) 등 주요 은행장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다.

이 행장 후보는 서울고, 서강대 수학과, 카이스트 금융공학 MBA를 수료한 인재로 지주와 은행에서 재무기획과 경영기획 등 은행에서 재무통으로 통한다. 은행 영업그룹대표(이사부행장), 은행 경영기획그룹대표(전무) 및 지주 CFO(상무) 등 그룹내 주요 핵심직무(영업, 재무·전략 등)에 대한 다양한 경험도 강점이다.

우리금융지주에서는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거취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우리은행의 실적 개선에 따른 연임 전망과 우리금융 민영화에 따른 수장 교체설이 공존한다. 권 행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이례적으로 1년 임기를 받았다. 지난 3월 임기 연장 당시에도 1년만 추가됐다.

권 행장은 실적 개선으로 경영 성과를 입증했다.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986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조1590억원보다 71.4% 급증했다. 또 올해 3분기 만에 2019년 연간 순이익 1조5408억원, 2020년 1조3632억원을 넘어섰다.

실적 개선은 권 행장 연임 당시 주어졌던 임무였다. 지난 3월 자추위는 "지난해 경영성과가 부진한 상황하에서 올해의 경영성과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권광석 은행장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해 경영성과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연임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뱅킹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의 성과가 크다.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앱 '우리원(WON)뱅킹)' 가입자 수는 2019년 1797만6000명, 2020년 1854만5000명에 이어, 올해 3분기에는 1903만4000명으로 꾸준히 증가 중이다.

반면 우리금융지주의 완전 민영화와 권 행장의 임기가 맞물린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가운데 10%를 민간에 매각했다. 4%의 지분을 낙찰받은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했다. 유진PE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임시주총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권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3월 정기주총 이전에 새로운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행사하는 한 표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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