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지해 기자
  • 입력 2021.12.16 16:33
한국경영자총협회 현판. (사진제공=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 현판. (사진제공=경총)

[뉴스웍스=안지해 기자]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두고 벌어진 현대중공업 노사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자,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6일 대법원 3부(김재형 대법관)는 현대중공업 근로자 A씨 등 10명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과 달리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로 현대중공업이 지급해야 할 3만8000여명 대상의 통상임금 소급분의 규모는 6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이 같은 판결에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불인정한 판결이라며, 이는 결국 기업 경영에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의칙은 권리의무의 양 당사자는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신의와 성실로써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상의 원칙을 뜻한다.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소급분 지급으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로 해석한다. 앞서 2013년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신의칙을 근거로 과거분 소급 지급을 막은 바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국가 경쟁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는 이번 판결로 인해 예측지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경연은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누적 32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업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법원이 2심과 달리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던 신의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대법원은 사용자가 경영 상태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기존 신의칙 판단 기준을 더욱 좁게 해석하며 부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부정, 기존 노사가 합의한 내용을 신뢰한 기업이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어 경총은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으로 산업 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법원은 노사의 자율적 관행과 신뢰 관계를 존중하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산업 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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