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1.15 07:45

분상제 민간 확대 공약과 상충…이은형 "1,2,3종 주거지역 용적률 일부 상향으로 정비사업 촉진 가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이재명 인스타그램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이재명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지율을 높이기위해 부동산 카드를 들고 나왔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거리를 두면서 중도층 표심 확장에 주력하기위한 결정이다.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 정부에서 막아놓았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활로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4종 주거지역을 신설, 최고 500% 용적률을 적용한다면 사업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안전진단 기준 하향', '재개발 재건축 신속 협의제 도입'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어서 사업 진행도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다만 실제 추진과정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 동안 정비사업의 독소 조항으로 불리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분양가상한제(분상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을 막고 있는 규제 완화 정책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런 공약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이은형 "4종 주거지역 검토할 수 있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3일 "지지층의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용적률, 층수규제 완화를 통해 재개발·재건축이 필요하다는 게 제 입장"이라며 용적률 최대 500%의 4종 주거지역 신설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신속 협의제를 도입하고 500%까지 용적률 상향이 가능한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하겠다"며 "정부·지자체와 주민 간에 신속개발에 협의가 되면 인허가 통합 심의를 적용해서 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4종 주거지역 적용을 포함한 용적률 상향, 층수 제한, 공공기여 비율 등도 유연하게 조정하고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하겠다"며 "다만 과도한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사업구역은 적절히 공공 환수를 해서 지역 사회에 환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아마 가장 좋은 방법은 청년 주택과 같은 공공주택 공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의 국토를 입지 등을 고려해 용도별로 밀도, 높이, 형태 등 토지이용에 대한 일정한 규칙을 정해 놓고 관리하고 있다. 주거지역(1종, 2종, 3종, 준주거), 상업지역(중심, 일반, 근린, 유동), 공업지역(준공업), 녹지지역(자연, 생산, 보전) 등으로 분류해 각각 지을 수 있는 주택, 시설 등을 규정해 놓은 '용도지역제'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의 경우 전체면적(605.96㎢) 중 주거지역이 절반 이상(51.6%)인 312.66㎢다. 이어 녹지지역(239.1㎢), 공업지역(27.52㎢), 상업지역(25.95㎢) 등이 차지한다.

이 후보가 신설하겠다는 4종 주거지역은 주거지역 중에 '3종 주거지역' 보다 용적률이 더 높고 '준주거지역'에 비해선 상업시설, 업무시설 등 지을 수 있는 시설이 제한된다. 3종 주거시설은 현행 일반주거시설 중 가장 높은 300% 용적률까지 적용된다. 준주거지역은 최고 용적률 500%에 상업시설, 업무시설 등이 들어간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새로 지정될 4종 일반주거지역은 설 이전 발표할 부동산 대책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주택시장의 문제를 공급을 통해 풀겠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며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해서 용적률 500%를 적용하는 것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90년대에는 주거지역이 현재의 1,2,3종으로 세분화되지 않았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세분화된 것"이라며 "따라서 사회환경여건 등이 변화했다면 지금 시점에서 4종 주거지역도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업지역·준공업지역들과 달리 주거지역에서는 최대 용적률이 500%라고 하더라도 건축물간의 이격거리 등 주거지역의 조건을 적용받는다"며 "그렇다면 상업지역에서 1m 이격거리로 건물이 들어서는 등으로 발생하는 일조권 분쟁 등의 문제발생 소지가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 있는 1,2,3종 주거지역의 최대 용적률을 일부 상향하는 것으로도 일정수준 정비사업의 촉진은 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면서 "한번에 500%로 올리는 것은 충격이 심하니, 4종 주거지역의 언급은 충격완화의 방안으로 검토가능한 대안이 된다"고 전했다.  

◆'민간에 분상제 도입' 공급 확대 공약과 상충

부동산 업계에선 이 후보가 발표한 재건축‧재개발 정책이 실제 반영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행 법 체계에선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담당하는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얼마든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3종 주거지의 법적 용적률 허용치(300%)보다 50%포인트 낮은 250%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분상제와 재초환에 대한 규제 완화 없이는 사업에 참여할 재건축 단지는 소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용적률과 층수 제한 완화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 조합의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분상제는 재건축 사업의 진행을 막는 암초로 평가되고 있다. 분양가격을 안정시켜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자 도입됐지만 기대했던 수준을 밑도는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2020년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분양가를 낮추려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지방자치단체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분양을 못 하고 있다. 

더구나 이 후보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부동산 공약에서 "분양가상한제를 민간에 도입하고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해 분양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방침은 용적률 상향을 통한 공급 공약과 상충된다.

분상가 조합원들이 사업 추진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인 실정에서 분상제가 민간 부문에 확대된다면 이 후보가 밝힌 규제 완화 조치들은 의미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초환도 마찬가지다. 재초환이란 재건축 추진위 설립 당시 집값과 준공 당시 집값을 비교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 넘게 차익이 생기면 초과 금액의 10~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경우 2020년 재건축 부담금으로 총 5965억 6844만원을 통보받았다. 조합원 한 사람당 부담금이 4억원이 넘는다. 

최근 강남구 한양7차 재건축조합은 재초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합 해산을 검토하고 있다. 현 상태로 사업을 추진하다 막대한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받느니 아예 새로 시작하는 게 재건축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에 대한 보완 없이는 실효성이 없다"면서 "분상제로 분양가를 낮춰도 3개월만 지나면 주변 시세와 키맞추기를 한다. 재초환 역시 이미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상당 수준의 기부채납을 하고 있는데 이중부담적인 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간 부문까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하면 공급이 위축될 수밖에 없음에도 용적률 상향을 통한 공급 확대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면서 "만약 당선이 돼도 공약을 실현할 지도 의문이다. 당에서 거센 반발이 있을텐데 그걸 이겨낼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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