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1.31 06:55

"간결한 말과 이미지로 시청자 공감 얻는게 관건…심상정, 가장 적합하지만 '네 번째 도전' 식상한 이미지 벗어나야"

배틀 토론의 한 장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배틀 토론의 한 장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오는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36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측할 수 없는 돌발 변수는 논외로 치고 이미 예정된 대선 일정표에서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할 변수는 대선후보자들끼리의 TV토론이 아닐 수 없다. 

TV토론을 통해 여야 후보들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들의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오해도 풀 수 있다. 반면 잘못 대응하다가 의외의 단점을 드러낼 수도 있다. TV토론 이후 크건 작건 간에 각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대선후보 토론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진단한다.

◆"이재명, 감성적 공감력 부족…윤석열, 다소 우둔한 모습"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1일 오전 막바지 협상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끈다면 이날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간의 양자토론이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자료 지참 여부 등을 두고 시각차가 워낙 큰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극력 반대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런 난관을 뚫고 양자토론이 강행된다면 기자들의 실시간 취재가 이뤄지면서 실시간으로 양 후보간 공방이 알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커뮤니케이션 박사인 박태순 미디어로드 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간의 지상파 방송 합동 TV토론회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함으로써 무산됐다"며 "이에 윤석열 후보 측은 이재명 후보에게 제3의 장소에서 31일 합의됐던 양자 토론을 열자고 제안했으나 이재명 후보 측이 거절하다가 태도를 바꿔 양자 토론이 추진되고 있다. 양자 토론이 이번에 결렬되더라도 지상파 방송사 초청 TV방송토론회는 2월 3일 저녁 8시에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가세한 4자 토론회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 소장은 앙자토론회가 열릴 경우를 가정해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장·단점부터 평가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수사적 언변, 순발력, 논리적 설명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본인이 안고 있는 여러 의혹과 수시로 말 바꿈 한다는 대중의 인식, 감성적 공감력 부족 이를테면 '옳은 것도 싸가지 없게 말한다'는 인식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후보에 대해선 "직설적 언변, 감성적 열정을 통한 공감력과 신뢰감을 주는 능력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무속논란 문제와 대표적 정책 브랜드 부재, 논리적 설명력과 순발력 문제, 그리고 둔탁한 이미지 달리 말하면 다소 우둔한 모습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박 소장은 2월 3일 다자토론과 2월 21일과 25일, 3월 2일 실시될 법정 TV토론을 놓고 '텔레크라시(Telecracy)의 꽃'이라고 규정했다. 텔레크라시는 텔레비전(Television)과 데모크라시(Democracy)의 합성어로 TV정치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는 "후보들이 TV방송토론에 대해 민감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주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라며 "현대 민주주의 사회를 미디어크라시(Mediacracy) 혹은 텔레크라시(Telecracy)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민주주의 운영에 있어 미디어와 TV의 영향이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간한 역대 대선 후보 TV방송토론회 시청률은 1997년 15대 대선때 초청 2차 토론회가 59.6%로 최고 시청률을 보였으며, 2007년 17대 대선의 초청 3차 토론회가 21.5%로 가장 낮았다. 지난 2017년의 19대 대선 당시 1차 토론회 시청률은 38.5%에 이르렀다.

그는 "1월 27일 한국리서치를 비롯한 몇몇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 후보가 있는 경우 응답자의 33%가 'TV 토론회 결과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라고 응답했다. 지지 후보가 없는 경우 응답자의 55%가 'TV방송토론회 결과에 따라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며 "이제 후보자에게 TV방송토론은 다른 어떤 선거운동보다도 중요한 전략적 지점이 됐으며 유권자에게는 후보들을 종합적으로 비교하고 판단할 기회가 된다"고 잘라 말했다. 
    

박태순 미디어로드 소장. (사진제공=박태순 소장)
박태순 미디어로드 소장. (사진제공=박태순 소장)

◆"이재명·윤석열, 중대한 시험…안철수·심상정, 유력 후보 폐부 찌르는 시간"

그는 "방송과 미디어의 폭발적 증가와 개인 미디어의 발전은 민주적 공론장을 무한정 확대하기도 했지만 가짜뉴스와 욕설, 비방, 반사회적 담론들이 폭주하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며 "이러한 혼란스러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TV방송토론은 유권자들이 후보의 자질, 인성, 정책 능력 같은 다면적 평가와 검증, 선택의 기회를 주는 민주적 공론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내달 TV방송토론의 관전 포인트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소장은 이번 TV토론의 성격과 관련해 "4자 TV방송토론회는 혹독한 신상털기일까, 엄중한 정책 대결일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4자 토론에서 누가 가장 불리할까, 혹은 누가 가장 이득을 얻을까"라며 "토론을 앞두고 각 진영은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후보는 토론을 회피하려 한다. 토론이 오히려 상대 후보에게 약점을 보이고, 공격당하는 시간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반면에 지지율이 약한 후보는 당선이 유력한 후보와 같은 공간에서 대등하게 있는 모습만으로도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더구나 이 유력 후보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먹이거나 예상외의 선전을 할 때는 지지율 상승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며 "이런 점을 봤을 때,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에게는 중대한 시험이 될 것이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는 유력 후보들의 폐부를 찌를 수 있는 결정적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 선거방송토론 백서. (자료 출처=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TV방송토론, 감성적 설득력에 보다 적합화"

박 소장은 지금까지 세간에서 각 후보에 대해 제기한 껄끄러운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가족통화와 대장동 문제 의혹을 받는 이재명 후보 그리고 무속과 부인·처가 문제를 안고 있는 윤석열 후보에게는 곤혹스러운 검증의 시간임이 분명하다"며 "토론은 실시간으로 경쟁 후보에 의해서 신상털기, 집요한 검증과 폭로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언론 보도보다 영향력이 훨씬 크다. 그러므로 개인 의혹이 아직 제기되지 않은 안 후보와 심 후보에게는 두 유력 후보가 안고 있는 의혹이 주요 공격지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소장은  "반면에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제기되는 의혹들을 걷어내고 정책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지지율을 더 높이고, 견고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포퓰리즘 정책을 수없이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각 후보의 공약을 검증하는 깊이 있는 논쟁이 일어나기는 어렵다"며 "후보들은 무수히 쏟아내는 상대 후보의 공약을 이해하고 논쟁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역량이 부족하다. 다만, 부동산 정책의 공공주도냐 민간주도냐 하는 문제와 기본소득, 쩐의 전쟁이라 부르는 100조 얘기가 나오는 재난지원금 같은 문제 정도가 국민의 시선을 끄는 논쟁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박 소장은 '각 대선 후보의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케네디와 닉슨의 TV방송토론은 선거의 역사를 바꾼 토론으로 기록되고 있다"며 "정치적 경륜이 넘치고 노련한 닉슨은 젊은 정치 초년생 케네디와의 토론에 별 준비 없이 지방유세에 몰두했다. 전일 도착해 토론을 준비한 젊고 패기 넘치는 케네디의 모습과 유세 하다 지쳐 도착한 닉슨의 모습이 TV를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TV를 시청한 유권자들은 케네디에 손을 들어준 반면, 라디오를 청취한 유권자들은 닉슨에 손을 들어줬다"며 "이 사건은 TV방송토론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TV방송토론은 이성적 이해력보다는 감성적 설득력에 보다 적합화된 토론"이라며 "시각과 청각의 공감각을 자극하는 TV방송토론은 장문의 논리 구조보다는 간결한 말과 이미지로 빠르게 흐르는 전파망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에 공감과 지지하는 마음을 소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지난 대선 때, 곤욕을 치렀던 '갑철수' 내지는 'MB아바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큰 국가적 어젠더를 제시하고, 큰 포용력과 믿음직한 리더십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상정 후보와 관련, "논리적 설득력과 감성적 공감 능력이 중요한 TV방송토론에 가장 적합화 돼 있는 후보"라면서도 "그럼에도 좁은 이념적 프레임에 갇혀 있는 모습과 네 번째 대권 도전으로 인한 식상한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앉고 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날 대책을 갖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4명의 후보는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고 장점을 활용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 국민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후보자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TV방송토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며, 후보들도 가장 핵심적인 선거전략으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김형남 경기미래전략연구원 상임공동대표. (사진제공=김형남 대표)
김형남 경기미래전략연구원 상임공동대표. (사진제공=김형남 대표)

김형남 "안철수·심상정, 윤 후보 공격 집중할 것"

김형남 경기미래전략연구원 상임공동대표는 대선 후보자들의 TV토론에 대해 비교적 짧게 전망했다. 

그는 "4자 TV토론회가 성사될 경우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등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신변 관련 소위 '본부장 리스크'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취하겠지만, 디테일한 정책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서 실수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는 양자 TV토론이 위법이라며 가처분신청을 냈고 그것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싸잡아 공격하면서도 포커스는 주로 윤 후보쪽이 될 것"이라며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정권교체가 아니라 자신이 진정한 정권교체의 적임자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심상정 후보는 '민주당 2중대'답게 주로 윤석열 후보쪽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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