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2.07 12:00
(자료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7일 노동이사제를 최초 도입한 독일과 우리나라의 도입 배경 차이를 설명하며 "노동이사제 도입은 의무화하기보다 기업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이날 발표한 '노동이사제 도입 시 문제점'을 주제로 한 노동정책이슈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국회는 지난달 11일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개정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서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중 근로자대표(과반수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1인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 대표가 의결권과 발언권을 갖고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 과제 중 하나다. 

노동계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경영 책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강화되고,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체계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노조의 경영 개입이 강화돼 이사회의 의사 결정이 지연·방해받아 경영 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라 우려한다. 

경총은 "노동이사제를 최초 도입한 독일과 우리나라는 도입하게 된 역사적 배경, 교섭 형태, 이사회 구조, 경제 시스템 등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있다"며 "우선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패전과 연합국 점령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연합국, 노조, 기업, 정부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도입됐다. 역사적,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도입된 특수한 경영참가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독일은 산업별로 노조가 조직되어 있어 단체교섭이 주로 산별노조와 사용자단체 간에 진행된다. 개별 기업 수준에서는 근로자의 경영 참가가 종업원평의회를 통해 이뤄진다. 산업 단위 단체교섭에서는 근로시간, 임금, 휴가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기업 단위 종업원평의회에서는 단체협약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항만 다룰 수 있다"며 "아울러 이사회가 일원적 구조로 이뤄진 우리나라와 달리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 이중구조로 구성됐다. 노동이사는 그중 감독이사회에만 참여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총은 독일의 경제 체제가 주주자본주의인 우리나라와 달리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으로 봤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 외에도 근로자, 채권자, 지역사회를 위한 기업 경영을 목표로 하며 기업을 사회의 구성요소이자 공동체 일원으로 본다. 독일에서 노동이사가 참여하는 이사회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발현되는 장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독일과 달리 노동이사제의 부작용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경총은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를 가진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독일과 달리 노동이사제가 이사회를 노사 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이사제 도입은 의무화하기보다 기업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유럽 국가에서도 정치·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라 노동이사제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경영자총협회(BDA)는 독일 기업에서도 노동이사제의 비효율성과 공동결정제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며, 세제 및 공동결정제도 등을 이유로 EU 회원국으로의 이전을 신중하게 고민하는 실정"이라며 "노동이사제 도입 후 발생할 부작용들을 예방하기 위해 임기 동안 노조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민간 부문에 대한 도입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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