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2.13 07:00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노조 리스크 해결 못하면 글로벌 '깐부' 자리 위태"

삼성전자 노사 대표들이 지난해 8월 12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단체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완우 삼성전자 DS부문 인사팀장,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 김만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항열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노사 대표들이 지난해 8월 12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단체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완우 삼성전자 DS부문 인사팀장,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 김만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항열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쟁의권 확보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다. 노조의 요구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몸집을 불리기 위한 노조의 '무리수'란 지적도 나온다. 노조 리스크가 주식 가치를 희석시킨다는 주주들의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1등 기업 삼성마저 '귀족 노조'에 발목 잡힐까 두렵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1차 조정회의를 한 삼성전자 노사는 14일 2차 조정회의에 돌입해 치열한 조정 협상에 나선다. 

앞서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 등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5개월 동안 15차례에 걸쳐 2021년도 임금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 측 요구 조건인 전 직원 계약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등의 임금 인상안을 두고 입장차가 컸다. 회사 측은 지난해 3월 노사협의회에서 정한 기존 임금 인상분 외에 추가 인상을 무리란 입장을 고수했다.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자 노조 측은 전략을 바꿨다. 지난 4일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조정 신청이 있는 날부터 10일간 통상 2~3회의 사전조정을 실시한다. 이 기간 동안 노사 모두 중노위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되지만,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노조는 쟁의권을 얻게 된다.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 확보 후 더 큰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말하며 파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조의 강경한 행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성과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는 건 노조의 타당한 권리지만, 요구안이 무리한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1조원 수준으로, 노조 요구대로 성과급을 지급하면 13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지출된다. 이를 총 11만명의 직원들에게 나눠주면 1인당 성과급만 평균 1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 측이 의도적으로 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세워 파업을 유도한다는 시선도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공정 대부분에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아울러 11만명이 넘는 삼성전자 직원 중 노조 구성원은 4500명 수준에 불과하다. 노조 파업으로 반도체 공정이 멈춰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일각에서는 현장에 있는 노조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며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퍼포먼스'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부위원장은 지난 8일 '삼성연대 2022년 임금인상 및 제도 개선 6대 공동요구안 발표' 회견에서 "임금인상 요구가 국민들이 보기에 무리한 요구로 보일 수 있다"며 "(임금인상이라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공동교섭이란 달을 봐 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쌈짓돈을 투자한 소액주주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519만명에 달한다. 국민 10명당 1명이 삼성전자 주주인 셈이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주가는 7만원대 초반에서 여전히 횡보하는 터라 주주들의 속앓이가 한창이다.

삼성전자 한 소액주주는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 "매년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투쟁하는 게 말이 되냐. 삼성맨의 배부른 소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소액주주 역시 "노조가 주가 끌어내리는 주범"이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사진=뉴스웍스 DB)

전문가들은 국내 재계 서열 1위 삼성전자도 '귀족 노조'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강성 노조로 유명한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매년 '습관성' 파업에 신음하는 중이다. 한 번 채용하면 사실상 구조조정이 불가능하고, 실적과 무관하게 연봉을 올려줘야 하기에 고용 경직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19년부터 생산직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는 실정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회사가 망해봐야 정신 차린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나오는 이유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은 "삼성전자가 초기에 노조 리스크를 확실하게 관리하지 못한다면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대차가 노조 문제를 초기에 잘못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노조 리스크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래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됐나. 글로벌 기업들은 현대차와의 협업을 상대적으로 꺼린다. 언제 노조 문제가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도 노조 문제를 초기 해결하지 못 한다면 현대차처럼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글로벌 기업들이 서로 '깐부' 맺는 시대"라며 "지금 삼성은 전 세계 기업들이 협력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지만, 언제 그 흐름에서 튕겨 나갈지 모르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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