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2.25 16:06

FDPR 조항, 반도체 수출 영향 불가피…현대차 러시아 공장 부품 수급 우려도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라인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br>
반도체 생산 라인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뉴스웍스=전다윗·김남희 기자] 우리 정부가 미국의 러시아 수출 통제 조치에 동참키로 하면서 일부 품목의 대러시아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며 사상 최대 수출 호황을 거두고 있는 한국의 수출 행보에 예상치 못한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수출 지역이 가로막힌 것은 수출 채산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 열어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키로 했다.

앞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법·항공전자,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의 품목·기술의 수출 통제, 수출 허가가 필요한 품목에 대한 거부정책 적용, 모든 전략물자 수출 제한, 특정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제3국 생산제품에 대한 역외통제 등의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제3국 생산제품에 대한 제재,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은 국내 수출기업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전망이다. FDPR은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어도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됐을 경우 수출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통제 대상 기업에 납품하려면 미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 '투톱'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반도체 기술의 원조 격인 만큼, 시장에 있는 반도체 제품 대부분에 미국 기업의 기술이 적용된 상태다. 앞서 미국은 중국 화웨이 제재를 위해 FDPR을 적용한 바 있고, 화웨이는 해당 제재로 대만 TSMC 등으로부터 반도체를 납품받지 못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대 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400만달러 수준이다. 전체 반도체 수출 비중의 0.06%여서 당장 중대한 타격은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어 제재 범위가 늘어나면 피해는 더 커진다. 미국이 수출 규제 품목을 반도체가 들어간 스마트폰, 자동차 등 일반 소비재까지 대폭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 30%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수출 비중 또한 1.5% 크지 않아 일반 소비재 품목까지 제한되더라도 막대한 손실은 없겠지만, 예상보다 큰 피해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제재 여파로 현지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대차 러시아 현지 생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공식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 러시아 현지 생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공식 홈페이지 캡처)

자동차 산업도 정부 경제 제재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현지 공장을 두고 연간 23만대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도 현지로 수출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10만대 정도로 알려졌다. 이를 포함한 국산차의 러시아 현지 판매량은 대략 28만대로 추산된다. 

자동차는 다양한 기술과 부품이 함께 쓰이는 융합제품이다.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중 하나라도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제재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수출이 제한되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면 러시아의 산업 전체가 침체에 빠져 이에 따른 완성차 판매량 감소로 인한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러시아 내 현대차그룹의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어 생산 및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경제재제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수출이 막히고 판매량이 줄면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이번 제재가 순전히 미국 정부의 손에 달려 있는데다, 향후 많은 유럽국가가 제재에 동참하게 되면 우회 판매로까지 막혀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이번 제재로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약한 국내의 러시아 부품 수출업체가 무너지면, 그것이 현지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 부품 수급 차질로 이어져 우리나라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현재 상황이 1~2달 이상 이어지면 그 피해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다. 정부의 피해 기업 지원 방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의 제3국 생산제품에 대한 제재로 인한 직접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성용 중부대 자동차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원천기술을 사용한 부품의 경우에는 규모가 우려만큼 크지 않고, 유럽 등 다른 곳에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