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2.03.25 13:01

백종훈 부사장 "러시아 제재로 유럽 수요 국내로 몰려 제품 판매 반사이익 볼 것"

25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 4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백종훈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25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 4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백종훈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조카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압승했다.

박찬구 회장은 박인천 금호아시아나 그룹 창업주의 4남이며, 박 전 상무는 창업주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에도 박 회장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표 대결을 벌였다 패배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5일 서울시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제 45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 10시 25분께부터 12시 10분까지 진행된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총 네 가지 안건이 의결됐다.

주총 참여 총 주식수는 1705만6755주로, 주총 개회 당시 기준으로 참석률 68.1%를 기록해 주총 진행 요건을 충족했다.

박 전 상무는 이날 주총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법률대리인이 자리를 대신했다.

이날 이익배당,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의 의결사항을 두고 사측 제안과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이 경합한 결과 박 전 상무의 의안은 모두 부결됐다. 

먼저 이익배당은 사측이 제시한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1만원, 우선주 현금배당 주당 1만50원의 의안이 찬성 총1169만2829주(68.6%)로 가결됐다. 반면 박철완 상무 측이 주주제안한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1만4900원, 우선주 현금배당 주당 1만4950원의 의안은 찬성 543만4293주(31.9%)로 부결됐다. 

사외이사는 사측이 제안한 박상수 경희대 명예교수, 박영우 에코맘 코리아 이사(전 UN환경계획 아시아태평양 사무소장)이 각각 찬성률 71.0%(1210만6594주), 71.0%(1211만4020주)로 선임됐다. 

박 전 상무가 주주제안한 이성용 전 신한금융그룹 CDO, 함상문 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의 선임은 찬성률이 각각 29.6%(504만724주), 29.0%(494만4840주)로 부결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은 사측 후보인 박상수 교수가 찬성 811만2761주(72.6%)로 승인됐다. 박 전 상무가 주주제안한 이성용 전 신한금융그룹 CDO 선임안은 앞서 사외의사 선임안 부결에 따라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번 주총 표 대결에서 금호석유화학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측 지분은 6.81%이며, 아들인 박준경 부사장은 7.21%을 보유하고 있다. 박 전 상무 측은 10.22%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6.82%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일부 주주는 금호석유화학의 낮은 주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개인주주 정모 씨는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주가 상황이 전보다 많이 하락한 상황으로,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회사 가치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측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기도 했지만 그 양이 부족하다"며 "회사의 자사주가 17%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현재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할 생각은 없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주총 의장을 담당한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부사장은 "주가와 관련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작년 주주제안이 나온 뒤 주가가 뛰었다가 하락한 상황인데, 라텍스 부문 등 회사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주가에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1500억원 규모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고, 이 밖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장기 투자를 고려해 신규사업 부문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에 대한 주주의 질문도 이어졌다. 

백 부사장은 "러시아가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천연가스의 경우 가격이 폭등 중이며 유가 역시 현재 예상보다 더 높아지고 있어 일부 제품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은 재품가와 연동해 차액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자재가 인상과 제품가 인상은 시간차가 있어 실적이 다소 나빠질 수 있지만, 오는 4분기에는 만회할 것"이라며 "원자재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품 부문은 러시아 제재로 유럽의 수요가 국내로 몰려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탄소나노튜브(CNT) 사업의 진행에 대한 물음에는 "탄소나노튜브 처음 시작할 당시 합성수지에 들어가는 컴파운딩용으로 개발했으나 이차전지에도 들어가게 되면서 이차전지용으로 방향을 전환해 현재 개발 중"이라며 "현재 아산 공장에 120톤 규모 공장을 갖고 있고 율촌(산단) 공장이 2024년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360톤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된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에 공급한다"며 "그 부분은 계획대로 투자해서 증설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