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4.17 07:00

中 지난해 전 세계 점유율 41.5% 기록…韓 33.2%로 2위로 밀려나

LG디스플레이 모델이 차세대 TV 패널 'OLED.E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모델이 차세대 TV 패널 'OLED.E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17년간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왕좌에 앉았던 우리나라가 지난해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중국이 저가 물량 공세로 LCD 패널 시장을 거머쥔 점이 주효했지만,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인 OLED 패널 분야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다.

LCD 산업 패권을 중국에 넘겨준 뒤 OLED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OLED 시장 1위 LG디스플레이가 '굳히기'를 위해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41.5%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LCD와 OLED를 포함해 총 648억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33.2% 점유율을 기록하며 지난 2004년 이후 17년간 지켜왔던 1위 자리를 중국에 넘겼다.  

이번 중국의 추월은 LCD 시장 주도권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중국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워 LCD 패널 시장을 공략해 왔고, 2018년부터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전체 LCD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LCD 시장 점유율은 10% 중반대에 머물렀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밀리는 LCD 시장 대신 OLED 시장 공략에 주력해 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 내에 충남 아산캠퍼스 등 대형 LCD 생산라인 철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이미 일부 LCD 생산라인을 '퀀텀닷-디스플레이(QD-OLED)' 패널 생산라인으로 변경한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CD 패널의 연간 생산 능력을 25% 줄였다. TV용 패널의 경우 40%를 감축했다. 대신 대형 OLED 패널 등의 매출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문제는 중국의 OLED 성장세가 무시할 수준이 아니란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 세계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은 82.8%로 압도적이지만, 지난 2016년(98.1%)과 비교하면 감소세를 보인다. 같은 기간 중국은 1.1%에서 16.6%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DSCC는 오는 2024년 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 쓰이는 중소형 OLED 패널 시장 1위를 중국이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미국 현지에서 사전 판매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의 QD-디스플레이 TV인 'S95B'. (사진=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 
지난 3월 미국에서 사전 판매를 진행한 삼성전자의 QD-디스플레이 TV인 'S95B'. (사진=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동맹'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TV에 들어가는 대형 OLED 패널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굳히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를 앞세워 기존 1위였던 중국 BOE(20.6%)를 제치고 TV용 디스플레이 점유율 1위에 오른 바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동맹설이 돌고 있다. 최근 OLED TV 시장이 커지면서 삼성전자 또한 참전을 선언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생산량이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OLED 패널 공급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협업할 것이란 예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받는 OLED TV 패널 공급량만으로 제품을 생산할 경우 최대 수량은 130만대 수준이다. 신규 TV 라인업이라고 보기엔 역부족"이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프리미엄 TV 시장 중심 점유율 유지를 위해 LG디스플레이의 패널 구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악화한 LCD의 비중을 줄이고 OLED 비중을 더욱 늘려야 하는 LG디스플레이 역시 연간 OLED TV 패널 출하량 목표치 소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신규 고객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증권가는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LCD 판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업계 화두인 OLED 동맹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양사 수장이 동맹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올해 초 CES 기자간담회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서로 조건이 맞고 '윈윈'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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