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6.03 09:24

방기선 기재차관 "할당관세 적용·부가세 면제 등 정부 지원,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게 중요"

(자료제공=통계청)
(자료제공=통계청)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이후 14년여 만에 처음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2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보다 5.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3%를 넘은 뒤 11월(3.8%)과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다섯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이어 3월(4.1%)과 4월(4.8%)에 4%를 돌파했고 5월에는 5%를 넘어섰다. 이에 전년 누계(1~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과 비교할 때 1.4%포인트 상향한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4.0%)보다도 0.5%포인트 높다.

5%대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재정·통화당국 수장들의 물가 인식도 같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금 추세를 보면 물가 상승률의 정점이 상반기에 있기보다는 중반기를 넘어서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분간 5%대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지난달 30일 3조1000억원 규모의 민생경제 안정대책을 발표한 추 부총리는 전날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각 부문에서의 경쟁적인 가격 및 임금인상은 오히려 인플레 악순환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가격 상승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5월 소비자물가를 품목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1년 전에 비해 7.6%, 서비스는 3.5% 각각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4.2% 올랐다. 농산물은 0.6% 하락했으나 축산물은 12.1%, 수산물은 2.7% 각각 상승했다. 농산물 가운데 채소류는 0.2% 올랐다. 품목으로 살펴보면 돼지고기(20.7%), 수입쇠고기(27.9%), 포도(27.0%), 배추(24.0%), 닭고기(16.1%), 감자(32.1%), 국산쇠고기(2.7%) 등이 다소 상승했다.

정부는 가격상승 압력이 높은 돼지고기, 식용유, 커피원두 등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부가가치세 면제 등을 통해 수입원가 상승 압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계절적으로 여름철 가격변동성이 큰 농축산물도 각별히 관리키로 했다. 먼저 수급 변동이 큰 채소류를 중심으로 품목별 수급 안정 노력을 강화한다. 6~7월 중 배추·무·마늘·양파 등을 총 3만4000톤 비축하고, 품목별 가격·생육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비축분과 기존 채소가격안정제·출하조절시설 물량을 통해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축산물의 경우 최근 강원도 홍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긴급 방역조치를 비롯해 가격 불안 요인을 철저히 관리키로 했다.

공업제품은 가공식품(7.6%)과 석유류(34.8%)가 모두 오르면서 8.3% 상승했다. 특히 석유류의 경우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LPG(26.0%) 등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이에 정부는 4월 말 종료하려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연장하고 인하 폭도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서비스의 경우 집세(2.0%)와 공공서비스(0.7%), 개인서비스(5.1%)가 모두 오르며 전년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집세는 전세(2.7%), 월세(1.0%)가 모두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외식(7.4%)과 외식외(3.5%)가 전부 상승했다. 공공서비스는 부동산중개수수료(-7.7%), 유치원납입금(-18.6%) 등이 내렸으나 외래진료비(2.3%), 국제항공료(19.5%) 등이 오르면서 0.7% 상승했다.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109.54로 1년 전보다 6.7% 올랐다. 식품은 7.1%, 식품 이외는 6.4% 각각 상승했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6.0%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5.73으로 전년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OECD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4.60으로 3.4% 올랐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5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5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경제관계차관회의'를 열고 "현 물가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5월은 대외적 요인으로 인한 에너지·원자재·곡물 공급망 차질에 더해 방역완화에 따른 내수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중한 물가상황에 대응해 지난 5월 30일 1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생활·밥상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와 체감"이라며 "대책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예산집행, 관련 법령 개정 등 후속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무엇보다 원가 상승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할당관세 적용, 부가가치세 면제 등 정부 지원이 실제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 소관부처는 간담회, 현장점검 등을 통해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국민들이 대책의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번 달 중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방 차관은 "민생·물가 안정과 민간 활력 제고, 경제체질 개선 등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를 담을 계획"이라며 "관계부처 조율을 거쳐 6월 중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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