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6.23 15:27

이정식 장관 "주 최대 52시간제 틀 속에서 운영방법·이행수단 개편"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방안 논의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자료제공=고용노동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등 노동 개혁에 나선다. 특히 '주 최대 52시간제'의 운영방법과 이행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키로 했다. 이를 위해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하며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하고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기업은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시간 제도는 현장에서 장시간 근로환경 개선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주 최대 52시간제라는 기본 틀 속에서 운영방법과 이행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할 것"이라며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실정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워라밸', '시간 주권'이 중시되면서 일하고 싶을 때는 일하고, 쉬고 싶을 때는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 달라는 요구도 지속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가령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총량 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해외 주요국을 보더라도 우리의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방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일정기간 내 '주 평균시간 준수' 방식을 활용하면서 노사의 자율적 시간배분을 존중하고 있다. 일본은 연장 월(45시간)·연(360시간) 단위로 관리하되 3개월 단위로 선택근로 등 유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은 할증률만 규정해 두고 연장근로 한도는 없다. 영국은 1주 48시간이나 노사 합의시 예외를 허용한다. 

정부는 실제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 휴식권 강화 등을 위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적립 근로시간의 상‧하한, 적립 및 사용방법, 정산기간 등 세부적인 쟁점사항에 대해 면밀히 살펴 제도를 설계할 방침이다. 

또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연구개발 분야에만 정산기간을 3개월(다른 분야는 1개월)로 인정하고 있어 그 범위의 불명확성, 형평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근로자 편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게 적정 정산기간 확대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방안 등이 같이 논의되면 실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틀을 지키면서도 시대적 흐름과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장관은 "전문성·창의성 등이 중시되는 스타트업‧전문직의 경우도 실제 근로시간 운영에서 근로자·사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검토할 것"이라며 "이러한 제도개선 과제들이 근로자 건강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건강보호조치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근속연수별 임금격차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정부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고 청년들이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임금체계도 개편하기로 했다. 

특히 연공형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한다. 고용부는 연공형 임금체계가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했지만 과도한 연공성은 저성장 시기, 노동시장에서 이직이 잦아지는 시대에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금체계는 기본적으로 노사 자율의 영역이나 과도한 연공급이 갖고 있는 부작용을 감안해 노사가 협력해 직무·성과 중심의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성과와 연계되지 않는 보상시스템은 '공정성'을 둘러싼 기업 구성원간 갈등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 개인의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근로자 개개인 역시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지면서 현재 일한 만큼의 보상을 현시점에서 정당하게 받기를 원하고 있다"며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800여 개 직업에 대해 임금정보, 수행직무, 필요능력 등을 상세히 제공하는 미국 Onet과 같은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별 기업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은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는 한국형 Onet 구축을 위한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2023년 신규 통계조사 설계 및 시범조사를 실시하며 2024년 실제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표준직업분류 세분류 기준으로 450개 직종에 대한 수행직무, 필요한 업무업량, 고용전망과 아울러 정확한 임금정보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이 장관은 "기업 현장에서 임금체계 개편 시 노사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근로자 간 이해관계 대립과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노사 합의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해결과제는 없는지 함께 살피겠다"며 "고령자 계속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재고용 등에 대한 제도개선 과제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노동시장은 고용형태 다양화 등에 따른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산업전환에 따른 원활한 이‧전직 지원, 양극화 완화 등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노사정이 함께 모여 폭넓은 개혁의제를 발굴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아 나가는 사회적 대화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합리적이고 균형있는 정책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7월 중 운영한다. 10월까지 4개월간 운영하며 실태조사, FGI, 국민 의견수렴 등을 통해 우리 노동시장의 객관적인 상황과 실태에 기반한 구체적인 입법과제와 정책과제를 마련한다. 연구회 논의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구회를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현장방문, 관련 전문가 및 노·사 등이 참여하는 공개 포럼 등을 병행하는 등 노사 입장을 충분히 청취하고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며 "연구회 종료 이후 입법 등 후속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노사와 지속 소통하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고도화·다변화된 경제·산업구조에 비춰볼 때 제조업 중심 산업화시대에 형성된 노동규범과 관행은 더 이상 우리의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다"며 "경제 현실과 괴리된 노동시장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잠식하고 무엇보다 청년과 미래세대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누적된 노동시장의 비효율·양극화·불공정 해소와 함께 당면한 산업구조 재편과 노동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로서 우선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사회적 대화를 통해 다양한 노동시장 개혁과제를 폭넓게 논의할 계획이다. 일방의 희생과 양보가 아니라 기업과 근로자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대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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