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6.24 10:03

곽관훈 교수 "정부 정책 믿고 '지주회사 전환 기업집단' 규제 대상되는 역설적 상황 처해"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공정거래법보다 회사법상 내부통제시스템 마련을 통해 규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제는 특정 요건의 기업이 모두 대상인 만큼, 정상적 거래도 미리 검증해야 하는 사전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제3회 공정경쟁포럼'을 개최해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제 현황 및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전문가 패널로 곽관훈 선문대 교수, 박성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신영수 경북대 교수, 황태희 성신여대 교수, 이혁 강원대 교수가 참석했다. 경제계 패널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주요 기업 공정거래 분야 담당 임직원이 함께했다. 정보름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곽관훈 교수는 "미국, 유럽(EU) 등에서는 모회사의 자회사 지원이나 계열회사 간 협조적 행위에 대해 경쟁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우리나라는 공적 제재를 하는 경쟁법으로 규제하다 보니, 개별 기업이 처한 환경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규제가 이뤄져 정상적인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내부거래가 이슈가 되는 원인으로 "기업 현실과 국내 법체계 사이의 괴리"를 꼽았다. 기업 현실에서는 기업집단을 통한 경영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국내 회사법은 기업집단의 실체를 부정하는 법체계를 취하고 있어 내부 거래의 긍정적 역할은 간과되고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 패널인 황태희 교수는 "내부 거래 규제 도입 후 경제력 집중 해소라는 입법 목적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는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외국인 투자자, 소액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 규제의 문제와 개선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내부거래 규제는 회사법이나 경쟁법이 아닌 '기업집단 규제법'으로서 한국 특유의 지배구조 및 거래 관행을 규율해 온 독자적 제도로 이해되어야 한다"며 "부당한 내부거래로 인한 폐단이 회사법의 수단으로 적절히 통제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공정거래법의 개입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곽 교수는 현행 내부거래 규제 방식에 대해 "모든 기업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다 보니 정부 정책을 믿고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집단은 오히려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생겼다"며 "기업의 특성에 맞는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자율적 규제로 전환하거나 지주회사의 본질을 고려한 내부거래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호하거나 엄격한 요건은 기업에 사전 규제로 작용해 정상 거래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내부거래의 긍정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 기업집단 내부통제시스템 등 자율규제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혁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 도입된 지주회사제도는 시행 20년이 지나면서 과도한 내부거래 규제 문제, 금산분리 원칙, 인적·물적 분할 문제 등 규제와 현실 간 미스매치가 나타나고 있다"며 "내부거래, 지주회사 등 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 목표를 전반적으로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을 주재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내부거래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경영 방식의 하나인데 부정적 측면만이 확대해석된 면이 있다"며 "규제 도입 당시와 시대적 상황이 바뀐 지금은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규제 차원에서만 접근하기보다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내부 거래는 폭넓게 허용하는 등 균형 있는 제도 설계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