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2.08.16 10:59

브로커 영역 더 집중 의도…서지용 교수 "실적 제고 도움 될 지 미지수"

신한금융투자 사옥 전경. (사진=뉴스웍스DB)
신한금융투자 사옥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여의도 증권가에 사옥을 팔고 사명을 바꾸는 등 이미지 변신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신한금융투자는 오는 10월부터 '신한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한다고 16일 밝혔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신한투자증권'에는 '고객 중심'과 '투자 명가'의 정신으로 고객들에게 전문화된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사명 변경에 앞서 여의도 사옥을 매각하고, 여의도역 이름에 사명을 병기하는 등 전사적인 혁신을 추진 중이다. 사명 변경도 그 일환 중 하나로 보인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18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여의도 사옥을 이지스자산운용에 6395억원으로 매각했다. 사옥을 새로 짓거나 이동하지 않고 그대로 임차해 사용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최근 사옥 매각으로 일하는 공간에 대한 변화를 이루는 등 여러 방면에서 혁신을 추진 중이다"라며 "사명 변경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사명 변경 이유 중 하나로 증권업에 더 집중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하나금융투자는 약 7년 만에 하나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사명 변경에 앞서 지난 2015년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을 코람코더원리츠에 매각한 바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마찬가지로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해, 현재 하나증권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하나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두 회사 모두 사명 변경에 앞서 사옥을 팔았다. 사옥 매각과 사명 변경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NH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도 사명 변경 전후로 사옥을 매각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 추진 당시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현재 NH투자증권이 탄생했다. 이후, NH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 마스턴투자운용에 여의도 본사 사옥을 250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후,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여의도 파크원 타워2에 입주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사옥 이전과 함께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 3월 현재 다올투자증권인 KTB투자증권은 약 10년간 사용했던 사옥에서 떠난 후, 현재 포스트 타워로 입주했다. 사옥 이전과 함께 다올투자증권은 기존 KTB투자증권에서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의 'KTB' 대신 '다올'로 변경했다. KTB투자증권을 포함해 KTB자산운용, KTB네트워크, KTB프라이빗에쿼티, KTB신용정보유진저축은행 등 계열사 전체 이름을 다올로 변경했다. 다올은 순우리말로 '하는 일마다 복이 온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증권사가 사옥을 매각하는 이유에는 자본 확충을 통한 영위 사업의 확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외국환업무를 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와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를 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사옥 매각으로 자기자본이 5조164억원에서 5조원 중반대로 상승했다. 현재 증권사 중에서 자기자본 8조원을 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3월말 기준, 10조3982억원) 뿐이다.

증권사의 사옥 매각이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한 조치라면, 사명 변경은 증권업에 초점을 맞춰 정체성을 더 명확히 하고 증권사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을 제외한 은행, 카드, 보험 등 다른 금융업계는 대부분 직관적인 사명을 가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신한은행도, 하나증권과 함께 하나금융지주에 속한 하나은행도 마찬가지다. 카드사는 대부분 사명에 카드를 쓰고 있으며, 보험은 생명·보험으로 나눠쓴 모습이지만 해당 단어들도 직관적이다. 

다만, 최근 증권사의 사명 변경에는 증시 부진과 공매도 과징금 사태로 인해 증권사의 본래 업무인 증권 브로커 영역에 더 집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 시장이 부진하고 최근 허위 공매도 등 부정적인 사건으로 자본시장에 대한 역할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다보니 일시적으로 고객들이 영업점에서 거래하는 증권거래에 집중한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도 "해외에서는 증권사의 업무영역이 넓다보니 금융투자사라는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데 '증권'으로 바꾸는 게 실적 제고나 중장기적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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