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2.08.21 05:50

홍창표 "역내가치사슬 40% 원산지 기준 충족시키면 RCEP 관세 혜택…한국 기업 잘 활용해야"

7월 5일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주최로 양국 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김승호(사진 아래) 상하이 총영사가 축사를 읽고 있다. (사진=주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관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 24일 수교한 이후 30년 동안 급속한 관계 발전을 이뤘다. 경제·통상·사회·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교류하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최근 양국 관계는 미·중 충돌의 여파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중 관계는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 뉴스웍스는 역사적인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결실을 되짚어 보고 향후 미래를 조망하는 특집기사를 상·중·하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수교 30년 동안 양국 기업들은 상호 투자를 통해 서로의 몸집을 크게 키웠다. 한국 기업들은 적극적인 현지화를 통해 중국 진출을 확대했고, 중국 기업들 역시 높은 가성비를 무기로 한국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양국 기업들은 디지털 경제 등 서비스·무역 분야와 친환경 저탄소 산업 등에서 상호 보완성을 뚜렷하게 갖고 있다. 반면 하이테크 산업 중심으로 경합도가 심화되는 추세다. 앞으로 양국 기업에게 중요한 부분은 공동이익의 극대화일 것이다. 질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윈-윈’ 모델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시장’ 

중국은 세계 2대 경제체다. 중국은 대부분 산업에 있어 자본, 기술, 시장을 스스로 최대화 할 수 있는 미국 이외의 국가이다. 또한 다양한 소비 계층을 보유한 유망한 시장이다.

중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중산층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중산층이 소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경제성장 동력도 투자와 수출에서 소비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소비는 중국 경제성장의 첫째 가는 동력이 됐다. 

중국의 소비 업그레이드는 한국 기업에겐 호재가 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갈수록 소비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 중서부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비용, 원활한 물류, 많은 인재, 우호적인 외자기업 정책 등도 한국 기업이 중서부에 투자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중국의 IT와 디지털경제 분야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인터넷 보급률과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아지면서 인터넷 이용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는 관련 디지털 산업을 급성장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지난 30년 동안 급성장을 구가했다. 이 분야의 기술 혁신 또한 활발해지면서 영향력이 큰 중요 업종이 됐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것이다. 

서비스업도 빠르게 발전해 신규 업종과 새로운 모델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래산업 분야로 여겨지는 인공지능(AI), 첨단설비, 신소재, 바이오 메디컬, 신재생에너지, 그린 모빌리티 등의 분야도 양국간 협력 잠재력이 크다.

앞으로 한국 기업의 대(對) 중국 투자는 첨단 제조업, 현대적 서비스업이 위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ICT를 중심으로 4차산업 혁명을 선도하는 중국 소비시장에 효과적인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홍창표 코트라(KOTRA) 중국지역본부장은 ‘2022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에 이어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까지 체결됐다"면서 "역내가치사슬(RVC) 40% 원산지 기준을 충족시키면 RCEP의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은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속 중국’ 커지고 있어

2021년말 기준, 중국의 대 한국 직접투자 누적액은 68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에 실제 투자한 중국 기업 수는 총 7,689개에 달한다. 한국에 투자한 외자기업의 19.4%를 차지하는 규모다. 2019년말 재한 외자기업 수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3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교 초기에는 무역, 서비스업 투자가 많았다. 금융, 해운, 항공, 무역, 노무 등의 분야에 집중됐다. 지금은 전자정보, 전기, 정밀기기, 부동산, 식품, 화공, 기계장비, 의료기기, 물류, 환경보호 등으로 확대됐다. 중국 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한 분야는 서비스업으로 전체 투자액의 61.36%를 차지했다. 제조업, 농축수산광업, 건축업이 그 뒤를 이었다. 투자 지역을 살펴보면, 주로 수도권에 투자해 전체 투자의 62.4%를 차지했다. 

알리바바, 징둥(京東), 텐센트, 씨트립(Ctrip), 유핀후이(唯品會) 등 중국의 유명 전자상거래 기업도 대부분 한국에 법인이나 사무소를 설립했다.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 매스 등 청정에너지 분야의 투자 협력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은 중국 금융기관들의 한국 진출을 촉진시켰다. 1992년 수교 이후 중국 은행들은 한국에 지점을 적극적으로 개설하고 업무를 개시했다. 초기의 대표처에서 영업지점 개설까지, 다시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로 업무 범위를 확대했다. 이는 한중 경제무역 발전에 강력한 ’다리’ 역할을 했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 은행들은 주로 한국에 투자하는 중국 기업 및 중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대출, 무역융자, 국제무역 결제, 담보 제공, 외환, 해외송금,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갈수록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는 다원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을 유망 시장으로 보는 중국 기업이 늘어났고, 이는 중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 열풍을 일으켰다. 이러는 사이 중국 기업의 대한 투자 분야는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중국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중국 브랜드, 중국 제품들은 조용히 한국인의 일상을 파고 들고있다. 이제 한국인들은 '하이디라오’(海底撈)에서 훠궈를 먹고, '차옌웨써(茶顔悅色)'에서 밀크 티를 마시며, 주말에는 친구와 함께 '팝 마트’(Pop Mart)를 구경한다. 중국산 전기자동차도 낮은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두드리고 있고, 청소로봇은 한국 안방을 장악하고 있다. 한중 수교 30년이 지나면서 ’한국 속 중국’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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