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2.08.22 05:50

냉전적 사고로 중국 배척하는 우 범하지 말아야…미래지향적 새 판 짤 때

지난 5월 16일 박진(위)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화상통화를 하고 있댜. (사진제공=외교부)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 24일 수교한 이후 30년 동안 급속한 관계 발전을 이뤘다. 경제·통상·사회·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교류하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최근 양국 관계는 미·중 충돌의 여파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중 관계는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 뉴스웍스는 역사적인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결실을 되짚어 보고 향후 미래를 조망하는 특집기사를 상·중·하 3회에 걸쳐 게재한다.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한국과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공급망, 반도체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전략경쟁 여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덩달아 국민들의 감정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제 양국 관계는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한중 관계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한중은 더욱 성숙한 관계로 진일보해야 한다. 과거엔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질적 성장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이뤄내야 한다. 

신냉전 전환기 속 한중관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았지만 축하 분위기를 느끼기가 어렵다.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는 표현이 맞을 성싶다.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전략경쟁, 이에따라 급변하는 국제질서의 흐름이 한중 관계를 거대한 늪 속으로 밀어넣을 지도 모를 상황이다. 

수교 30주년을 눈 앞에 둔 지난 9일, 양국 외교 수장간 벌어졌던 사드 논란은 한중 관계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두 사람은 사드가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중국은 회담 다음날인 10일 입장을 바꿔 기존의 이른바 '사드 3불(不)'에 이어 '1한(限)'까지 거론했다. '사드 3불’(사드를 추가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 및 한미일 군사동맹에 불참하는 것)에 더해 ’1한’(기존 사드 운용도 제한)까지 들고 나온 것이었다. 

지난 2016년 불거진 이후 잠잠해지는 듯했던 사드 문제가 다시 새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인 것은 미중의 전략경쟁 때문일 것이다. 

한국이 사드 문제 외에 중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다. 중국은 한국의 '칩4'(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 참여를 강력히 견제하고 있다. 만약 한국 정부가 ’칩4’ 참여를 결정하면 중국이 보복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상대국에 대한 국민감정도 악화일로여서 양국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중 청년이여, 눈을 떠라

향후 한중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젊은 층들의 교류과 협력 확대가 절실하다. 사드 갈등 이후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양국 교류가 단절되면서 양국 청년세대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사드 배치와 이에 맞선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결정적 계기었다. 이런 흐름은 최근의 김치와 한복 종주국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방탄소년단(BTS)이 한 시상식에서 밝힌 수상 소감에서 ’한국전쟁’을  언급한데 대해 중국 누리꾼이 비난한 사건도 양국 젋은이들 간 정서적 괴리감을 키우기도 했다. 

여기에는 양국의 높아진 위상에 따른 민족적 자부심과 애국주의의 발로라는 측면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는 폐쇄적 국수주의다. 개선 없이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이를 뛰어넘어야 미래가 보인다.

일단 많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우호적 감정이 생겨난다. 특히 신뢰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 그래야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당분간 인적 교류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디지털 플랫폼 상의 소통과 교류라도 정상화시켜야 한다. 대학은 청년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상호 교류를 늘리면 확실히 그 국가에 대한 호감도는 올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주중 한국문화원 김진곤 원장은 "많이 만나야 우호적인 감정이 생긴다"면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코로나 19로 인해 막힌 인적·문화적 교류를 재개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유학생들을 민간 외교관으로 활용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유학생들이 폭넓고 깊이있게 상대국을 이해한 뒤 귀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다. 양국 청년들이 열린 마음으로 이런 행사에 적극 참여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상대국의 안 좋은 점을 집중 부각하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경향이 많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떠도는 루머를 기사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모자라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언론은 장점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고, 오해를 풀어주는 역할도 해야함이 마땅하다. 

환경·보건·ESG 등 보편적 이슈 놓고 협력할 때

지난 30년 동안 양국 관계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한중 관계는 비교적 순조롭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양국은 변화에 따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단 양국의 국력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장되었다. 양국을 둘러싼 세계 질서 역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양국은 양자관계를 넘어서 세계사의 중요한 주역으로서 협력을 해야할 위치에 서 있다. 새로운 관계와 역할 설정이 필요한 것이다. 과거 30년의 관성에서 벗어나 큰 시각에서 한중 관계를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한중 관계에 새 디자인이 절실한 이유다. 

다행스런 점은 양국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는 것이다.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공통분모가 많아 상호 호혜적 영역에서 상생을 거둘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문화 협력뿐만 아니라 환경, 보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인류 보편적 이슈에 대한 협력 리더쉽 구축의 전망은 밝다. 

두 나라는 이웃으로 수천년간 친소(親疏)관계를 반복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갈등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양국 관계가 더욱 성숙한 관계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양국이 1992년 냉전 구도 속에서 수교한 이유를 잘 따져봐야 한다. 이념보다 국익과 민생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냉전적 사고로 한국이 중국을 배척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과 적대적 관계로 돌입하면 우리는 비용을 너무 많이 지불하게 된다. 중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관리할 수 있는 외교력을 갖추는게 급선무다. 미중 전략경쟁 구조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한미동맹을 견고히 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명실상부하게 유지하는 영민한 외교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이사가지 못할 이웃이다. 결코 헤어질 수 없는 이웃이다. 더불어 함께 살아야할 파트너라는 의미다.

수교 30년의 교훈은 ’노력하지 않고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없다’라는 것이다.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30년간 엄청난 발전을 했고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과거의 양적인 성장에 걸맞는 질적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미래의 한중 우호를 위해 우리 모두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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