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1.04 09:56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사진제공=최일)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사진제공=최일)

미래에도 잠수함은 있다.

잠수함은 전시에는 그 몫을 톡톡히 했다가 막상 전쟁이 끝나면 무대에서 주연의 자리를 양보하는 전철을 밟아왔다. 물속에 들어가면 아예 보이지도 않고 물 밖으로 나와도 단순한 외형으로 선체의 3/4을 물속에 숨기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외관이 멋있는 수상함에 비해 평시에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잠수함은 수상함 대비 탁월한 은밀성, 적 활동해역에서의 정찰 및 감시능력, 탐지능력과 강한 무장을 가지고 있어 세계 각국은 잠수함의 가치를 더욱 인정해 가는 분위기이다.

1950년대와 2000년대의 수상함과 잠수함 보유국가 자료를 분석해 보면, 수상함 보유국은 41개국에서 58개국으로 41% 늘어난 반면, 잠수함 보유국은 19개국에서 44개국으로 131%나 증가했다. 해군을 보유한 나라들 중 잠수함을 보유할 능력을 가지지 못한 나라들도 많지만 그 나라들도 모두 잠수함을 가지고 싶어한다.

동남아 국가들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에 이어, 미얀마, 필리핀까지 잠수함 도입에 열을 올리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잠수함 보유국들은 늘어날 것이다.

잠수함은 의외로 다양하다.

라이트 형제가 1900년 비행기를 발명한 이후 항공기는 군용기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하지만 민간항공기와 개인 경비행기, 헬기뿐 아니라 레저용 행글라이더 등 하늘을 나는 특권은 군이라는 어느 한 계층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바다 속은 어떠할까. 역시 하늘과 비슷한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물론, 고가의 제작비, 안전에 대한 우려 등으로 항공기에 비해 다양한 계층의 욕구를 실현시키지는 못했지만 이제 잠수함도 그러한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잠수함도 더 이상 군용잠수함만의 범주로 한정되지 않는다. 

잠수함의 은밀성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집단은 어디일까. 그것은 테러집단이다. 은밀하게 테러요원을 수송하거나 고가의 표적에 테러를 하기에는 잠수함이 적격이다. 또한 밀수조직에도 적격이다. 실제 중미의 거대한 밀수조직은 잠수함까지 운용하고 있고, 콜롬비아는 마약퇴치 작전에 잠수함을 동원하고 있다. 레저용 잠수함도 늘어가고 있다. 군용잠수함 보다 더 비싼 초호화 레저용 잠수함도 이미 보통 요트에 실증을 느낀 부호들에게 좋은 소유물이 되고 있다. 

물속을 보고 싶어 하는 고객을 실어 나르는 관광 잠수함도 늘어가고, 물 속의 자원을 채취하고 수중연구를 위한 산업용 잠수정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잠수함 건조의 기술이 보편화 되면서 큰 조선소에서만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잠수정을 건조해서 운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제한된 바다 속에 이토록 많은 수중물체들이 움직일 것인데 항공기에 대해 공역통제를 해 주듯이 수중에서도 누가 수중 공간 통제를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미 노출돼있는 항공기에 비해 잠수함은 존재 이유가 뭔가 은밀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을 운용하는 나라는 모두가 다른 잠수함을 보고 싶어하지만 정작 자신의 잠수함은 보여주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한된 공간에 움직이는 잠수함 종류와 척수는 늘게 될 것이고 잠수함 사고도 당연히 증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재래식 잠수함은 더 이상 재래식이 아니다.

잠수함을 추진시스템으로 분류할 때 원자력잠수함과 재래식잠수함으로 구분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재래식이라는 말 자체의 의미도 바뀌고 있다. 재래식이라는 의미는 과거에도 써 왔고 지금도 쓰고 있다는 말이다. 

잠수함은 첨단과학의 결정체로서 나날이 그 성능을 발전시켜 왔다. 잠수함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추진체계만 가지고 원자력과 재래식으로 구분해 버린다면 최신기술로 과거에 없었던 신식 잠수함으로 만들어 놓고도 재래식으로 불리는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들은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디젤전기추진을 하지만 새로운 고성능 배터리를 이용하는 잠수함이나, 새로운 추진체계로 각광받는 AIP 잠수함도 재래식잠수함이라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됐다. 

이를 차별화하기 위해 원자력잠수함과 재래식잠수함이라는 이분법에서 원자력잠수함(Nuclear Submarine)과 비원자력잠수함(Non-nuclear submarine)으로 구분을 하고 비원자력잠수함은 다시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잠수함과 디젤-전기(Diesel-electric) 잠수함으로 구분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의 향상으로 기존 납 배터리 보다 3배 이상 성능이 좋은 리튬배터리가 실용화되고 있다. 또한 이보다 더 나은 성능의 배터리도 개발되면서 기존 재래식 잠수함의 단점인 제한된 잠항시간을 늘려갈 것이다. 원자력잠수함은 아니지만 재래식 잠수함이라고 할 수 없는 첨단 잠수함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007영화에나 나올 법한 잠수함도 곧 보게될 것이다. 

2차대전까지 갑판에 설치됐던 포는 잠수함의 물속 기동에 지장을 주므로 오늘날 잠수함에서는 철거가 됐고 어뢰로 대체됐다. 

미래해전은 전면전 보다 국지분쟁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위해 비대칭전 수행이 보편화될 것이다. 따라서 잠수함도 연근해전, 대테러전, 소형표적에 대비해야 한다. 

어뢰 한방으로 수만톤급 적 수상함을 격침시키는 위력도 유지해야 하겠지만 연안에서 테러를 위해 접근하는 수십 톤짜리 선박도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십 억원 짜리 어뢰로 저가의 고속선을 공격하기에는 아까울뿐더러 맞추기도 어렵다. 따라서 잠수함에 다시 함포 장착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수중 기동성 또한 저해되면 안되므로 2차대전 때 같이 잠수함 갑판 위에 포를 달 수는 없고 마스트를 이용해서 포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  

잠수함이 좀더 얕은 수심의 연안까지 갈려면 배의 크기를 줄여야 하지만 이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생각해 낸 것이 바닥에 붙어서 달리는 잠수함이다. 바퀴 달린 잠수함, 007영화에나 나오는 이러한 잠수함도 이제 조만간 보게 될 것이다. 대양으로 항해하고 빙하 밑을 정복한 잠수함은 이제 연안으로 연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네트워크전 개입할 때 

잠수함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해보자. 아무도 없는 깊은 밤중에 잠수함 승조원들만 모여 은밀히 항구를 벗어난다. 함장도 승조원들도 그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출항 후 함장은 비밀도장이 몇 개나 찍힌 봉투를 뜯고 그들의 임무가 지시된 명령서를 읽는다. 그리고 그들이 작전하고 돌아올 때까지 아무도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최고 지휘관과 잠수함함장만 아는 비밀 속에 그들은 은밀히 작전을 수행하고 돌아온다. 

물론, 이것은 사실에 바탕을 둔 잠수함 운용의 기본이었다. 즉, 잠수함작전은 단독작전이 기본이었다. 앞으로도 국가에서 운용하는 전략잠수함은 은밀한 단독작전을 하겠지만, 동시∙통합적 합동작전이 보편화 될 미래해전에서는 해군도 타군이나 다국적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듯이 이제는 공격잠수함도 타 전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이를 위해 잠수함도 네트워크전에 개입해 그 존재가치를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채널의 통신수단을 갖추고 육상지휘소나 타 우군전력과 보안을 유지하면서 정보교환이 가능해야 한다. 

◆더 이상 항공기의 밥 아닐 것

잠수함은 물속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지만 항공기에 들키면 끝장이었다. 기동력이 좋은 대잠항공기는 물 속에서 아무리 빨라 봤자 '고양이 앞의 쥐' 밖에 되지 않는 잠수함에 대해 일방적인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소노부이를 깔고 대잠무기를 이용해 공격하거나 부상을 강요하여 일단 탐지된 잠수함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공격의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잠수함도 막다른 골목길에서 고양이에게 쫓기다 돌아선 쥐처럼 항공기에 대해 뭔가 대응할 기세다. 잠망경심도에서 항공기를 쏠 수 있는 대공로켓포를 장착할 뿐 아니라, 수중에서 항공기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대잠헬기는 대잠 탐지를 하려면 디핑을 해야 한다. 이때, 디핑 소음방위로 잠수함이 미사일을 공격하면 공중에 정지해 있는 헬기는 꼼짝없이 맞을 수밖에 없다. 

또한 저고도로 비행하는 해상초계기나 헬기의 소음은 물속의 잠수함이 들을 수 있어 표적방위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고속의 미사일은 저속의 항공기를 충분히 명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잠수함은 더 이상 항공기의 밥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소리 없는 잠수함 

잠수함의 가장 큰 장점은 은밀성에 있으므로 조용한 잠수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미 미국의 시울프급 잠수함은 너무나 조용해서 물속에서 전속으로 달려도 그 소음이 다른 잠수함이 정지하고 있는 소음보다도 더 조용하다고 한다. 외부로 전달되는 소음유발의 큰 요인은 선체저항과 추진소음이다. 

선체저항을 줄이기 위해 선형개발을 지속적으로 해 왔지만 잠수함 설계자들은 이제 마지막 장애물인 함교탑(Sail)을 어떻게 없앨 수 없을까 궁리하고 있다. 함교탑의 크기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앤 잠수함을 설계한다.   
  
추진소음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하고 있다. 기존 프로펠러는 소음을 많이 발생하므로 이미 펌프젯으로 바꾼 잠수함도 실용화가 되었다. 펌프젯 추진시스템은 덕트내에서 로터와 고정자로 추진함으로써 방사소음을 줄이고 케비테이션을 제거한다.

잠수함영화 '붉은 10월'에서 소개된 초전도 추진 시스템도 연구분야다. 초전도함의 추진원리는 플레밍의 왼손법칙에 따른다. 즉, 선체에 고정된 초전도 자석에 의해 선체 내를 관통하는 해수관내에 자장을 형성하고 그 자장과 직각 방향으로 해수전류를 흘리면 해수에 전자력이 발생하고 그 반작용으로 잠수함이 추진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사람 없는 잠수함

현재 운용중인 잠수함에도 이미 무인화가 진행 중이다. 사람이 작동하지 않아도 사전 주입된 정보대로 일정 속력, 심도와 침로를 유지하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고, 컴퓨터가 스스로 적의 표적소음을 분석하고 식별하고, 저절로 어뢰가 날아가 표적을 명중시키기도 한다. 앞으로는 이러한 무인화 잠수함에서 진일보해 아예 사람이 없는 잠수함이 나올 예정이다. 

인명에 대한 위험요인 없는 무인잠수함은 적 항구까지 들어가서 정해진 시간에 정찰 및 감시를 해서 그 정보를 모기지로 전송하고, 원격으로 지시를 받아 적 기지를 공격하기도 한다.

잠수함은 단독 작전뿐 아니라, 수중에서 움직이는 잠수함 기지와 같은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여러 척의 유인 또는 무인 잠수정을 운용하기도 하고 수중에서 드론을 발사하기도 할 것이다.

맞춤형 모듈 잠수함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고 싶은 욕구는 경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잠수함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도 이러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소수의 잠수함 밖에 가질 수 없는 나라들은 어떻게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연안에서 정찰 및 감시, 특수전, 기뢰전도 하면서 대양에 나가 대수상전도 하고 전략무기를 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잠수함 한 척에 모든 기능을 충족시키다 보면 어느 한 가지도 완벽하게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생각해낸 것이 모듈식 잠수함이다. 이 모듈식 잠수함은 탈착식 섹션(Section)을 구비해 특수전을 수행할 때는 특수요원 침투 및 회수용 장치를 부착하고 대양에서 작전을 할 때는 그 공간에 UUV를 장착하고 나갈 수도 있다. 작전의 특성에 따라 센서도 맞춤형으로 장착할 수가 있어 모듈식 잠수함은 앞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비행기만큼 빠른 잠수함

과연 잠수함의 속력은 얼마까지 빨라질 것인가. 항공기만큼 빨라질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이것이 가능해 질지 모른다. 물 속에서 잠수함 주위를 공기로 싸 버린다면 잠수함은 물 속에 있지만 하늘을 나는 비행기와 같이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를 필두로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200노트 이상의 속력을 내는 어뢰는 이미 개발되었다. 미국은 이 기술을 잠수함에 적용하여 개발 중이며 조만간 비행기만큼 빠른 잠수함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최일 잠수함 연구소장

P.S. 경남 김해에 있는 잠수함연구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세계 잠수함 기록물 전시관(International Submarine Archive)입니다. 이메일 kommandantchoi@gmail.com으로 방문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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