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4.06 09:13
최초로 흡음 타일을 붙인 독일유보트 U-11 (사진제공=잠수함연구소)
최초로 흡음 타일을 붙인 독일유보트 U-11 (사진제공=잠수함연구소)

잠수함을 멀리서 보면 깔끔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선체에 뭔가 붙여놓은 것들이 있다. 일부는 떨어져 나가서 볼썽 사납기도 하다. 

이렇게 붙어있는 것을 흡음타일이라고 한다. 소리를 흡수하는 타일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흡음타일은 세계적으로 대부분 큰 잠수함들에 다 붙어 있다. 미국의 버지니아급, 일본의 소류급, 중국의 위안급, 우리나라의 도산안창호급에도 붙어있다. 영국 Astute급 잠수함(SSN)의 흡음타일은 3만9000개에 이른다는데 왜 이런 것을 붙일까?

흡음타일을 장착하는 목적은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이다. 

적 군함은 물속에 있는 잠수함을 소리를 이용해 찾는다. 잠수함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장비를 수동소나라고 한다. 또 잠수함을 향해 핑소리를 보내서 반향음으로 잠수함을 잡는 장비를 능동소나라고 한다.

즉, 적 군함은 잠수함을 잡기 위해 수동소나 또는 능동소나를 사용한다. 잠수함은 적의 수동소나와 능동소나에 탐지되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한다.

먼저 적 수동소나에 대한 조치를 살펴보자. 적은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잡는다. 잠수함의 수중방사소음은 크게 3가지가 있다. 바로 ▲유체 소음 ▲프로펠러 추진 소음 ▲기계 소음이다.

유체 소음은 잠수함 선형을 유연하게 만들어 최소화한다. 프로펠러 추진소음도 프로펠러를 펌프젯으로 만들기도 하고 프로펠러 형상을 잘 만들어 소음을 최소화한다. 유체소음과 프로펠러 소음은 전 주파수대에서 발생하는 광대역 소음이다. 

마지막 남은 수중방사소음이 기계 소음이다. 기계 소음은 특정한 주파수 대역을 가지고 있는 협대역 소음이며 멀리 전달된다. 이러한 기계 소음 줄이는 방법에도 3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더 조용한 장비를 탑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같은 기능을 하는 펌프일지라도 조용한 펌프를 설치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장비를 선체에 바로 붙이지 않고 탄성 마운트를 설치, 소음이 선체 밖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가 오늘의 주제인 흡음타일을 붙이는 것이다. 이 흡음타일이 방사되는 소음을 차단해준다.

다음은 적 능동소나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잠수함은 동일한 성능이라면 작게 만드는 것이 좋다. 작은 동력으로 오래 움직일 수 있고 적의 능동소나부터 발각될 가능성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거 잠수함은 어뢰로 수상선박을 공격하는 대수상전 임무만 했다고 하면, 오늘날 잠수함들은 대수상전 뿐 아니라, 대잠수함전, 대육상작전, 기뢰전, 특수전, 정찰 및 감시 작전 등 수많은 역할을 맡는다. 더 많은 장비들과 무장들의 탑재가 필요하므로 점차 커지는 추세이다. 잠수함 선체가 대형화되면 적 능동소나핑에 더 큰 반향음을 보내게 되니까 탐지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그래서 잠수함 선체에 흡음 타일을 붙인다. 이 타일을 붙이면 적의 능동소나 핑 소음을 흡수해 버려 반향음이 줄어들게 된다. 적의 레이다파를 흡수해버리는 스텔스 항공기의 RAM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흡음타일은 적의 수동소나에 대응하여 잠수함 자신의 소음이 방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 적의 능동소나에 대응해 적 능동소나 핑소음을 흡수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이 흡음타일의 역사는 세계 2차대전으로 거슬러간다. 독일은 대서양해전에서의 승리를 위해 유보트에 모든 것을 걸었다. 연합국은 오늘날의 능동소나와 같은 ASDIC을 개발해서 수중에 있는 유보트들을 탐지했다. 독일은 이에 대응하여 소나핑 반향음을 줄이기 위해 흡음타일을 개발했다.

1940년 Type 2B인 U-11에서 첫 해상시험을 했고, 1941년 4월 Type9인 U-67에 흡음타일을 부착했다. 그런데 접착력 부족으로 타일이 떨어져 나가면서 오히려 더 많은 소음이 발생하고 함속력도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1944년이 되어서야 접착제 문제를 해결, 흡음타일을 붙여본 결과 유보트 자체 엔진소음의 방음장치 역할을 했고 연합국 소나핑 반향음을 15% 가량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흡음타일을 부착했던 유보트들은 U-11, 480, 485, 486, 1105, 1106, 1107, 1304, 1306, 1308, 4704, 4708, 4709 등이 있었고, 일본 항공모함 잠수함인 I-400에도 사용되었다.

전쟁 후 소련은 1960년대 후반 빅터급부터 흡음타일을 사용했다. 영국 해군은 1980년 HMS 처칠함에 흡음타일을 부착했고 미해군은 1980년 USS Batfish함에 부착했다. 오늘날은 2000톤급이상 거의 모든 군용 잠수함에 이 흡음타일을 붙이고 있다.

현대잠수함의 생명은 은밀성이기에 음향스텔스 기술이 잠수함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잠수함 흡음타일은 잠수함의 스텔스 성능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기에 조용한 잠수함을 추구하는 현대 잠수함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

그런데 잠수함에 붙이는 이 흡음타일이 단순해 보여도 아파트 화장실에 타일 부치는 것처럼 간단한 작업이 결코 아니다.

흡음타일의 기본재질은 고무 또는 합성 폴리머 타일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 흡음타일의 소재는 너무나 많다. 나라별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다. 

흡음타일의 외관은 일반적인 고무판같이 보이지만 확대해서 보면 그 속에 많은 공기구멍들이 있다. 이 공기구멍들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물속에서 전달되는 음파는 이 공기층으로 인해 전달력이 감소되므로 이 공기구멍들을 어떤 크기와 모양으로 만드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적의 저주파 능동소나에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고주파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광대역 주파수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타일도 그냥 한 겹으로 붙이는 것도 있고 이렇게 여러 층을 나누어서 붙임으로써 흡음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이와 같이 흡음 성능을 최대화하기 위해 여러 시험을 거쳐 두께와 크기, 공기 층의 모양과 재료를 선택하게 된다.

이 흡음타일의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는 접착제이다. 잠수함이 물위에 떠 있으면 뜨거운 태양열에 노출되고 물속에 내려가면 매우 차갑다. 흡음타일은 뜨거워도 또 차가워도 늘 붙어있어야 한다. 또 잠수함은 깊은 심도에 내려가고 올라오면서 압력선체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데 흡음타일은 이러한 압력선체에 붙어있어야 한다. 부두에 계류할 때 예인선이 잠수함을 미는데 힘을 직접 받는 부분이 이 흡음타일이다. 부두 계류 이후에도 이 흡음타일이 부두와 마찰이 지속되므로 흡음타일은 잘 떨어지게 된다. 

미국 최신예 핵추진공격잠수함 버지니아급에도 이 흡음타일이 떨어진다고 기사화되기도 했다. 그래서 각 나라는 특수접착제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리벳을 박기도 한다.

흡음타일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의 위안급 039C형은 고무 페인트를 바르는 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가 얼마나 흡음 성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이다.

이와 같이 흡음타일을 부착하면 여러 가지 성가신 일들이 많다.

그럼에도 각 나라는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흡음타일을 개발하여 잠수함들은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 최일 잠수함 연구소장

P.S. 경남 김해에 있는 잠수함연구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세계 잠수함 기록물 전시관(International Submarine Archive)입니다. 이메일 kommandantchoi@gmail.com으로 방문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사진제공=최일)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사진제공=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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