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1.09 15:02

정진상, '위례·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에게 총 1.4억 수수 의혹

검찰이 지난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내의 민주연구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검찰이 지난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내의 민주연구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위례·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특혜·뇌물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섰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기소한 지 하루 만이다.

정 실장이 근무하는 여의도 민주당사 내 당대표 비서실의 경우 당직자들이 수사팀의 출입을 막으면서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 대표의 측근 수사와 관련, 민주당사 압수수색은 지난달 19일과 24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정 실장에게 검찰의 칼날이 겨눠지면서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압박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9일 오전부터 정 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아파트 내부와 지하주차장 폐쇄회로(CC)TV 영상, 차량 출입 내역 등을 확보했다. 

정 실장이 근무하는 여의도 민주당사 내 당대표 비서실과 국회 본관에 있는 당 대표 비서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정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패방지법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부원장과는 다른 혐의다.

뇌물 수사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밝히는 일이 핵심이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요구·약속한 때 성립한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가 취득할 때 적용된다.

정 실장은 위례·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정책실장을 지내며 성남시 내부 결재 라인에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정 실장이 이런 지위에서 알게 된 개발 사업 관련 비공개 정보를 민간사업자들에게 흘리거나, 각종 인허가 과정에 도움을 줘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기도록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 대가로 민간사업자들에게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1억 4000만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정 실장의 '뇌물 액수'는 향후 수사 과정에서 늘어날 확률이 적잖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10년 무렵부터 형제처럼 지내며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유지한 유착 관계를 금품 수수의 배경으로 본다.

이들 3명이 민간업자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대장동 개발 수익 일부를 나눠 갖기로 약정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사업 지분은 성남시가 '50%+1주'를, 민간사업자들이 7%(보통주), 나머지는 금융사 등이 소유하는 구조다. 그러나 사업 진행 과정에서 민간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되면서 민간사업자들은 대주주인 공사의 배당액(1830억)보다 훨씬 많은 4040억원을 배당 받았다.

민간사업자 중 지분이 가장 많은 사람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다. 그는 민간사업자 지분 중 약 49%를 자신과 가족의 명의로 소유했다.

검찰은 최근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김씨 지분의 절반인 24.5%가 실제로는 이 대표 측 지분이라는 진술을 남욱 변호사 등에게서 확보했다. 김씨 앞으로 된 천화동인 1호에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의 지분이 포함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1차 수사 과정에선 이 지분 24.5%가 유 전 본부장 몫이라는 결론이 났다. 김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중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 몫으로 보고 공통비 등을 제한 뒤 428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모의한 내용 등이 근거가 됐다.

지난해 2월 22일자 김씨와 정영학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에는 두 사람이 428억원을 산출해 내는 계산 과정도 담겼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받기로 한 몫에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지분도 들어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 실장 등이 대장동 사업의 배당이 본격화한 2020년 9월부터 민간사업자 측에 수익금을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유 전 본부장이 이런 요청을 김씨에게 전달했지만 김씨가 여러 이유를 들며 거절했고, 대신 남 변호사에게서 일부 자금을 건네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남 변호사 역시 최근 검찰에서 '정 실장이 김씨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김씨가 거절했다고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의 의심대로 정 실장 등이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대가로 거액을 받기로 약속했다면 이 역시 뇌물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이미 뇌물 혐의로 기소돼 있다.

검찰은 2014년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과 김 부원장에게 각각 건넨 5000만원과 1억원의 출처도 확인중이다.

당시 남 변호사는 위례·대장동 분양대행을 맡은 이모씨에게서 23억원, 토목건축업자 나모씨에게서 20억원 등 대장동 사업 운영비 명목으로 총 43억원을 빌려 이 중 8억3000만원을 김씨와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 이 중 일부가 정 실장과 김 부원장에게 건너간 돈이라고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씨가 마련한 23억원의 출처가 당시 위례 사업에 참여한 호반건설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 실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검찰의 수사는 이 대표의 코앞까지 겨눈 양상이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최측근이었던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연이어 강제수사 대상이 된 만큼 이 대표와 연관성을 규명하는 수사가 조만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기소하면서 이 대표를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공소장에는 김 부원장이 수수했다는 돈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이 대표를 수십차례 적시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김 부원장이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2020년 7월부터 '이재명 경선 캠프 조직화 방안'을 짜고 관련 회의 내용을 정 실장 등과 공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을 실제로 이 대표 선거자금에 사용했는지, 이 대표가 이를 인지하거나 관여했는지에 대해 수사중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비리의 '정점'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은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를 이 대표로 지목했다.

남 변호사는 최근 김씨 소유의 천화동인 1호에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 외에 이 대표의 지분도 포함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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