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11.10 16:17

"연이은 빅스텝 부담…기준금리, 천천히 낮은 폭 인상할 필요"

(자료제공=KDI)
(자료제공=KDI)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2.3%)보다 낮추면서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2%에서 3.2%로 상향했다. 

KDI는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2023년에는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투자 부진도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5월 전망보다 0.5%포인트 내렸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에서 2.7%로 소폭 낮췄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내수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외여건의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대내외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는 수출과 투자의 부진으로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주요국의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해 수출은 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코로나 감염병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회복되는 민간소비가 경기둔화를 일부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경제연구원(1.9%) 등 국내기관들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1%대 후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오는 24일 한국은행도 새로운 경제전망을 내놓는데 현재 2.1%로 제시 중인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1%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2%를 내려갈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실무자들이 아직 보고를 하지 않아 모르겠다"면서도 "금리 인상과 대외 여건 악화로 인해 성장률이 내려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성장률 둔화 우려는 수출 부진에 따른 것이다. 이미 수출은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10월 수출이 52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10월보다 5.7% 줄었기 때문이다. KDI는 글로벌 경기둔화로 상품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내년 수출이 1.6%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올해 수출 증가율 예상치(4.3%)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내년 경상수지는 16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230억달러) 예상치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봤다. 올해 1~9월 중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41억4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32억7000만달러 축소됐다. 이는 수입 증가에 따른 상품수지 부진에 따른 것이다. 올해 9월까지 상품수지는 146억200만달러 흑자로 1년 전보다 449억4000만달러 줄었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서비스수지 개선세가 둔화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KDI 홈페이지 캡처)
(자료=KDI 홈페이지 캡처)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2%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치(2.2%)보다 1.0%포인트 올렸다.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내년 물가 상승률이 올해 전망치(5.1%)보다는 낮아지나 물가안정목표(2%)는 여전히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로 성장률을 낮출 경제 하방리스크는 여전히 산적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KDI는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가 지속되거나 글로벌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경기가 제로코로나 정책과 부동산시장 위축 등으로 급락할 경우 중국 수요 부진으로 우리 수출이 둔화될 수 있고 중국의 생산 차질이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지면서 하방 위험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원자재와 곡물가격이 급등할 경우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과 경기둔화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대내적으로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거나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경기둔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하고 확산될 경우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한편 KDI는 경기 둔화를 우려로 한은의 추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경계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연초 1.0%에서 현재 3.0%까지 올랐다. 2번의 빅스텝 및 4번의 베이비스텝을 통해 총 2.0%포인트 인상되면서 10년 만에 3%에 진입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 금리인상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얼마나 인상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분간 천천히 인상하면서 물가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능한 천천히, 낮은 폭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두 차례 0.5%포인트를 올렸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세가 더 확대되면 좀 더 빠르게 인상해야 할 수도 있으나 전망에 따르면 물가 상승세는 곧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 7월 사상 최초로 빅스텝을 단행한 뒤 10월 재차 빅스텝을 단행했다. 11월에도 빅스텝 단행 가능성은 남아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0.25%포인트 인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인상 및 고물가에 대응한 0.50%포인트 인상을 두고 한은의 고심이 깊은 상황에서 KDI가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이다.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를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단계'라고 평가하며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2023년을 기점으로 경기불황 국면에 본격 진입할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정 실장은 "내년도는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고 경기 둔화 정도로 본다. 물가상승률도 연간 3.2%지만 하반기로 가면 2.5%까지 낮아질 수 있다"며 "이것만 가지고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분명히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방향성 자체는 스태그플레이션쪽이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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