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1.10 16:11
추경호(왼쪽 두 번째)경제부총리과 원희룡(세 번째) 국토교통부장관이 10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 4년 10개월 동안 쉬지 않고 올랐다. 실거래가격지수는 2017년 1월 100에서 21년 10월 206.4로 106.4% 상승했다. 작년 10월을 정점으로 현재까지 9.2% 하락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우선 이런 수치가 현실과 부합하느냐를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송파구 잠실 엘스 전용면적 84㎡의 경우 9월 22일 16층 아파트가 21억원에 팔렸다. 지난 10월 7일에는 12층이 19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리센츠 역시 9월 13일 27층이 22억5000만원에서 매매됐지만 10월 8일에는 29층이 2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기존 거래가격보다 크게 낮춘 매물만 팔린 여파로 며칠 사이에 1억5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 급락한 셈이다. 핵심 아파트단지조차 한 달도 못되는 시기에 10% 안팎 떨어진 것만 봐도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물론 과도하게 올랐던 집값이 일정 부분 하향 조정되는 것은 경제원리상 당연한 일이다. 거품이 빠지면서 정상을 찾아가는 절차이기도 하다. 다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고 하강 폭도 너무 크다는 것이 우려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작년 7월 0.5%에서 지난 10월 3.0%로 15개월 만에 2.5%포인트 급등한 여파까지 겹쳐 부동산 매매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고착된다면 주택공급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거래량이 갈수록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 역시 위기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월평균 주택거래량은 4만6000호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5년간 월평균 7만9000호보다 41.8% 줄었다. 특히 서울의 거래절벽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 9월 서울 주택거래량은 3000건으로 지난 5년 평균 1만3000건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금리 인상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집값의 추가하락에 대비, 매수세가 극도로 위축된 탓이다.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CSI가 지난 4월 114에서 지난 10월 64로 급락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팔려는 사람에 비해 사려는 사람이 워낙 적다보니 가격도 예상을 뛰어넘은 범위로 속속 내려가는 것이다.

전세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과거와는 달리 목돈 부담이 없는 월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로 인해 한때 구하기 힘들었던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깡통전세' 경보도 켜지면서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도 속출하고 있다. 

최대 피해자는 ‘영끌쪽’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고 신도시 아파트 청약 기회를 마냥 노리다가 기존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에 놀란 나머지 더 이상 오르기 전에 잡자는 심정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총동원해 지난해 아파트를 매입한 30대와 40대는 추락 중인 집값에 가슴을 치면서 급증한 대출 원리금을 매달 갚느라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다.

연 7%대까지 치솟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거래가 끊기다시피하면서 공인중개사들은 계약서를 쓰는 방법조차 잊어먹었다고 한탄하고 있다. 이사업체나 인테리어 업자, 도배공 등의 일감도 격감하는 등 부동산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분양도 최근 늘고 있다. 지난 9월 미분양 증가폭은 9000호로 2015년 12월 1만2000호이후 가장 많았다.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외곽은 물론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확대되는 추세다. 대구광역시 미분양은 8월 8만3000호에서 9월에는 10만5000호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경기는 3만2000호에서 5만6000호로, 서울은 6000호에서 7000호로 각각 증가했다. 

분양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전국 주택 인허가 규모는 작년 5월 4만8000호에서 지난 9월에는 3만3000호로 줄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23만3000호, 23만6000호에 달했던 분양물량도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18만8000호에 그치고 있다. 추세적인 부진 흐름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현재처럼 집값이 급격히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면 미분양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주택공급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장차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급등할 것은 너무나도 뻔하다.

부동산 시장 현안 대응 기본 방향 (사진제공=기재부)

위기국면을 맞아 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당초 내년 초로 예정됐던 투기과열지구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 허용과 규제지역내 무주택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50% 일원화 조치를 12월 초로 앞당겨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9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갖고 서울시와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성남시 수정구, 하남시, 광명시를 제외하고 경기도 전역과 인천, 세종을 14일 0시부터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1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을 추가로 공급해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부동산 개발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중장기 수급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주택공급기반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분양주택 PF 대출보증 상품'을 신설한 조치가 주목된다. 부동산 시행사는 자체 자금으로 토지를 사들이고 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아 착공, 분양하면서 계약금과 PF 대출로 사업비의 30% 가량을 조달한다. 이후 수분양자로부터 받는 중도금과 잔금으로 잔여공정을 진행, 준공한뒤 입주민을 맞이하게 된다. 미분양이 예상보다 많이 발생하면 유동성 부족으로 시공사에 공사비를 주지 못해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 준공이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담보 대출 보증 상품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 대한 보증지원은 미흡한 상태다.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HUG는 5조원 규모로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 상품’을 신설한다. 분양가 할인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한 건설사업자의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전제로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게 PF 대출을 받을 길을 터주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결정이다. 국토부와 금융위는 기금운용계획 변경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보증한도와 요율 등을 확정, 내년 2월 중 시행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 3월부터는 자금이 공급될 전망이다.

기존 PF 대출 보증대상 요건을 완화하고 보증규모도 확대한다는 대책도 시행사와 시공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HF)가 주택공급사업 유동성 공급을 위해 각각 5조원씩, 총 10조원 규모로 PF 대출보증 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한 시중 자금경색을 감안, 전체 보증규모를 15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HUG의 보증배수를 높이고 추가 출자를 통해 보증여력 확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표제공=기재부)

이처럼 늘어난 보증물량을 원활히 공급하기위해 HF는 주거용 오피스텔 등 준주택과 복리시설에도 대출보증을 제공하며 지역에 관계없이 100세대 이상이면 보증을 서주기로 했다. HUG도 '양도성예금증서+1.5% 이하'라는 대상금리 제한을 해제하고 시행사의 신용등급과 사업장 규모에 따라 소규모 심사라면 기간을 축소하고 지점 재량으로 심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내 주금공법 시행령을 고치고 HUG와 HF의 내규도 개정할 방침이다.

리츠 지원을 위해 부동산 지분 규제를 완화한다는 조치도 눈에 띈다. 현재 리츠가 부동산법인의 지분을 50% 초과해 소유한 경우에만 해당 투자 지분을 부동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리츠가 부동산법인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경우에도 해당 지분을 부동산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업회계기준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을 20% 이상 보유할 경우 실질적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는 12월중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서민의 주거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데도 지난 정부에서 여러 채의 집을 가진 임대사업자가 투기꾼으로 낙인찍히면서 종부세, 양도세 등의 세제 혜택이 대폭 줄어든 상태다. 뒤늦게나마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제의 정상화를 위해 연내 합리적인 개편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세제와 금융지원 수준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리츠 등 전문법인사업자로 육성하는 방안을 포괄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바람직한 결정이다. 

서민과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하는 우대 대출한도를 6억원으로 현재보다 2억원 높이며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해온 별도의 대출한도(2억원)을 폐지하면서 기존 LTV와 DTI(총부채상환비율)틀 내에서 관리하기로 한 것은 합리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임차보증금 반환대출 보증한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는 것 역시 서민을 위한 지원방안이다.

향후 경기 위축이 본격화되면서 주택 매수 수요는 더 약화될 우려가 높다. 금리 정점도, 집값 바닥도 모르는 상태에서 작년 상반기보다 크게 오른 대출금리를 내면서 선뜻 주택을 구매할 사람도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금리가 하향 추세를 보일 때까지 부동산 시장 침체는 이어질 확률이 높다.

 (표제공=기재부)

과거 호황기 시절 도입된 주택 수요억제 대책은 이제 뒷전으로 물러날 때다. 더구나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1.8%로 대폭 낮추면서 물가상승률은 2.2%에서 3.2%로 높였다.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울 정도로 경기가 나빠진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규제완화에 속도를 더 내고 범위도 확대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역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규제 해제 결정시기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될 것이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종부세와 재산세 부담은 크게 늘어난데 비해 취득세는 별반 줄어들지 않았다. 양도소득세에 대한 중과세도 너무 심하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보유세를 더 걷는 만큼 거래세는 덜 걷는 것이 당연하다. 분양주택에 대한 전매 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 등 과도한 거래 규제도 단계적으로 풀어 부동산거래가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주는 추가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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