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2.11.14 10:49

호주 "음식과 함께 한국 주류 즐기는 'K-Pours' 신조어 부상"

신한류(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해외통신원 리포트 시각화 결과. (사진제공=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신한류(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해외통신원 리포트 시각화 결과. (사진제공=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해외통신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K-콘텐츠를 대표하는 단어로 'K-Pop'과 'K-Drama'가 손꼽혔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9월 26일~10월 7일, 10월 17~25일까지 두 번에 걸쳐 총 21일간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15개국 17개 지역의 해외 통신원 리포트 1만5146건이다.

지난 2004년 5월부터 게재된 해외통신원 리포트 전문을 시기별(한류 2.0·한류 3.0·신한류)로 시각화한 결과 접두사 'K-'가 상위 핵심 단어로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 K-콘텐츠를 대표하는 단어로 'K-Pop'(65%)과 'K-Drama'(24%)가 꼽혔다.

한류2.0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한류3.0은 2010년대 초반부터 2019년까지를 의미한다. 신한류는 2020년 이후 시기를 말한다.

특히 한류 2.0∼한류 3.0에서는 K-Pop이, 한류 3.0에서 신한류로는 K-Drama가 한류의 변화와 성장에 영향을 준 핵심 단어로 나타났다. 한류 2.0을 대표하는 K-Pop에 이어 인기 드라마가 줄지어 등장하면서 K-Drama가 재부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류 수용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었던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한류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통신원은 "한국은 그동안 프랑스가 선호하지 않았던 장르에 존엄성을 부여했다"며 "2023년판 르 프티 라루스(Le Petit Larousse) 사전에 'K-Pop'이 등재된 것은 현지 언론, 문학, SNS 등에서 해당 용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됨을 증명한다"고 전했다. 

또한 독일 통신원은 "과거 청소년들의 비주류 문화로 여겨지던 K-Pop이 지속적으로 팬덤을 확장해 독일 음악 산업이 주목하는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오프라인 매대 확장, 전용 온라인몰 오픈 등 산업적 확대도 눈에 띈다"며 "독일에서 K-Pop은 고유명사로 정착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국 통신원과 스페인 통신원은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으로 K-Drama의 인기를 분석하는 보도가 급증했다"며 입을 모았다.

한편 '방탄소년단(BTS)'은 한류 3.0과 신한류의 상위 핵심 단어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의 한 음식점에서는 신메뉴 음료의 이름을 BTS와 비슷한 어감의 'GTS(wheat Grass Tea Special)'로 명명했다. 특히 해당 메뉴의 홍보 과정에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단어 '오빠(oppa)'를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중국(북경) 통신원은 “중국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친구에게 애교를 부릴 때 오빠(oppa)라는 호칭을 사용하거나, SNS에 오빠(oppa)라는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영상이 업로드돼 있다"며 "중국 바이두 사전에 등재된 '오빠(oppa)'와 함께 '언니(unni)'도 한국의 고유한 호칭으로 인식되며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래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중국의 언어 관습을 고려할 때 굉장히 독특한 현상이다. 또한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싱가포르 합작영화 '아줌마'의 인기로 '아줌마(ajoomma)'가 신조어로 떠올랐다.

일부 국가는 한국 소프트파워의 원천이 한류와 접두사 'K-'의 활발한 활용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스페인 통신원은 "한국은 현재 최강의 소프트파워를 지닌 나라"라며 "각종 매체에서는 콘텐츠를 필두로 세계를 정복하는 한류를 'K-Boom'으로 표현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곤 한다"고 전했다. 

문화가 정치의 상위 개념이라고 여기는 프랑스에서는 "한류 모델은 정치 참여에 소극적인 프랑스 젊은층의 마음을 되돌릴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접두사 ‘K-’에 착안해 인도네시아의 ‘I-’ 범용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에서는 케이팝을 즐기는 팬들을 의미하는 단어 'K-Poper'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스페인 통신원은 "K-Poper는 특정 가수(그룹)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디지털 전사'로 불릴 만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팬들을 의미한다"며, 스페인에서 K-Pop이 하나의 고유 장르로 인정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독일에서는 'K-Pop'과 'Stan(스토커와 팬의 합성어)'이 만난 팬덤 용어 'K-Pop-Stans'가 사용되고 있다. 독일 통신원은 "Stan은 광팬 혹은 극성팬이라는 부정적인 어감에서 유래했지만, 최근에는 공통적 이니셔티브를 지닌 하나의 문화 세력으로 인식된다"고 전했다. 

반면 영국 통신원은 "접두사 'K-'가 한국문화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며 "가디언지가 언급한 'K-Everything', 'K-Boom'은 한류에 대한 관심이 광적이고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전반적인 것임을 방증한다"고 평했다. 

또한 "영국에서는 '한류'라는 단어가 현재 가장 떠오르고 있는 단어일 뿐만 아니라 영국 내 한국문화 미경험자가 훨씬 많다는 점이 오히려 향후 한류의 관심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독일에서는 고유명사화된 K-Pop 외에는 접두사 'K-'의 활발한 적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통상적으로 드라마를 '시리즈(Serien)'로 칭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독일의 각종 매체가 K-Drama를 하나의 명사로 언급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을 'Corée'로 기재함에 따라 접두사 'K-'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따라서 프랑스 현지 언론에서는 K-Pop에 'Korean Pop' 또는 'Pop Coréenne'라는 표현을 더해 부연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북경)에서 K-Pop은 '한국유행음악(韩国流行音乐)'으로, K-Drama는 '한쥐(韩剧)'로 명명한다. 북경 통신원은 "'한류(韩流)'라는 단어가 중국에서 유래한 만큼 해당 단어의 활용이 중국 내에서는 보다 적절할 수 있다"고 평했다. 

필리핀 통신원은 "한류 3.0 시기부터 한국 식품 구매가 용이해졌다"며 "최근 한식이 필리핀 요리와 서양 음식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수 통신원들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계기로 각국에 불어온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이 K-콘텐츠 속 다양한 한국 주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호주 통신원은 "음식과 함께 다양한 한국 주류를 즐기는 것을 의미하는 'K-Pours'가 신조어로 떠오르고 있다"며 "맥주 외에도 소주, 막걸리, 복분자 등 현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국 주종이 2배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통신원은 "한국의 음주 문화는 현지 젊은이들에게 굉장히 재미있고 흥겨운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마트에서 판매하는 소주의 종류가 최근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장면이 등장했고, 일본 술보다 늦게 들어온 한국 술이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필리핀 통신원은 "과일 소주인 '친구 소주'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친구(Chingu)'가 어떤 의미인지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현지에서 친숙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종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처장은 "접두사 'K-'를 활용한 다양한 신조어는 한류 진흥의 성과"라며 "하나의 장르로 정착한 K-Pop을 필두로 향후 보다 많은 고유명사가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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