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11.17 18:03

국제유가 변동 따른 공사비 미지급 '경계'…한화 건설부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계약 해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진=빈살만 페이스북 캡처)<br>
무함마드 빈 살만 (사진=빈살만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원자재 가격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리스크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가 중동 특수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총 사업비 1조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야말로 가뭄 속 단비와 다름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대규모 투자·협약은 물론 수주 낭보가 업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시장에서 지난 8월 12일 기준 약 179억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작년 전체 실적(156억달러)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다만 중동 지역 수주액은 37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42억달러)에 비해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은 중동 시장 수주에 있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1조달러에 달할 대규모 사업인 동시에 친환경·스마트 도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고부가 가치 창출도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현지 모듈러 관련 사업협력에 나선다. 이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사우디 지역에서 모듈러 기술 기반의 공동 협력을 위한 양자간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삼성물산과 PIF가 장기적 관점에서 사우디 역내 맞춤형 건설 신기술 개발과 조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협약이다.

대우건설은 석유, 가스, 석유화학 관련 MOU를 맺었다. 대우건설은 이날 사우디 현지의 종합건설사인 알파나르와 포괄적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알파나르와 업무협약을 통해 현지 '오일 앤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발굴 및 참여기회를 확대하게 됐다. 아직 계약이 체결되진 않았지만 네옴시티 사업과 관련 현재 토목과 건축 등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약들 가운데 건설업계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에쓰오일 초대형 석유화학 설비사업 '샤힌 프로젝트(Shaheen Project)'다. 

샤힌(아랍어 매) 프로젝트는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투자해 울산에 스팀크래커(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 생산 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구축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에쓰오일 대주주'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 대주주인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투자를 공식화한 것이다. 

에쓰오일이 발주하는 사상 최대 규모 석유화학 설비 공사(패키지1, 패키지2)는 현대건설이 주간사로 현대엔지니어링 및 롯데건설과의 컨소시엄 형태(이하 현대 컨소시엄)로 수행, 내년 초 착공해 2026년 준공될 예정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석유화학 제품 원료 에틸렌을 생산하는 핵심 설비 '스팀 크래커'와 에틸렌을 활용해 폴리에틸렌(PE)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 '올레핀 다운스트림' 건설에 참여한다.

설비 준공시 연간 180만t 규모 에틸렌과 75만t 규모 프로필렌 등 기타 석유 화학제품을 생산하며, 에쓰오일은 이를 통해 석유화학 제품 생산 비중을 기존 12%에서 25%로 확대한다. 

롯데건설의 경우 프로젝트 패키지2와 패키지3에 참여한다. 패키지3은 에틸렌 및 프로필렌을 저장하는 탱크설비 21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다만 빈 살만 왕세자가 들고 온 수주 선물에 업계 내 기대감이 높지만 일각에선 지나친 기대는 삼가는 게 좋다는 경고가 나온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빈 살만 왕세자의 정치적 입지도 변수다. 그는 2017년 부친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당시 1순위 왕위 계승자인 조카를 폐위시키면서 왕위 계승자 자리에 앉은 이후 레바논 총리 협박, 언론인 암살 등 각종 사건·사고와 관련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자체도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내놓은 계획이라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향후 국제 유가 변동성이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유가 폭락 현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등 국제 정세 변화로 재현될 경우 공사 중단, 공사비 미지급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애를 먹을 수 있다. 실제로 한화 건설부문(구 한화건설)은 팬데믹 가운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 현장에서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고, 최근 사업 계약 해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량 수주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은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업들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진행 상황을 봐야하겠지만 사우디-한국 양국의 실무진들이 잘 협의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