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11.17 23:40

이재용·최태원·정의선 등 총수 8명과 2시간 회동…'제2의 중동붐' 기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진=빈살만 페이스북 캡처)<br>
무함마드 빈 살만 (사진=빈살만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17일 '미스터 에브리씽'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차담회를 가졌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국내 기업과 사우디와의 투자 협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주요 기업 총수들은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타워에서 주재한 차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모인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 8명이다. 

차담회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빈 살만 왕세자의 빡빡한 일정 탓에 5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차담회를 끝내고 나온 총수들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자리를 떴다. 

재계에서는 이날 차담회에서 '네옴시티' 사업을 중심으로 한 각종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보다 약 44배 큰 2만6500㎢ 규모 인공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60조원)에 이른다.

차담회에 앞서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네옴시티 등 메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건설과 관련한 우리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 간 계약 및 양해각서(MOU)가 이미 26건 체결된 상태다. 총 규모만 40조원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한국 기업들과 총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선 삼성물산은 네옴시티에 모듈러(조립식) 주택을 건설하는 협약을 맺었다. 규모는 1만 가구, 5조3000억원대(40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네옴시티에 최첨단 철강 3D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MOU다. 표면적으로는 공사 현장의 인력이 거주하기 위한 용도로 지어지지만, 네옴시티 핵심으로 꼽히는 직선 도시 '더 라인' 내 주택 건설을 위한 시험장(테스트베드) 성격도 갖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철도차량 전문업체인 현대로템은 사우디 투자부와 고속철·전동차·전기기관차 구매 계약 및 네옴시티 내 현지 공장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업 규모는 고속철 2조5000억원(19억달러), 전동차 4800억원(3억6000만달러), 전기기관차 6500억원(4억9000만달러) 등 총 3조6000억원(27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차세대 수소기관차도 함께 개발한다. 현대로템이 사우디 고속철을 수주하면 국산 고속철이 수출되는 첫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중동 시장 확대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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