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11.27 07:30

그룹 전체 중장기 전략 수립·실행 맡아…김태기 "설립 필요하지만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갖춰야"

(사진제공=삼성전자)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이 초읽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관련 논의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12월초로 예정된 정기 임원인사에 맞춰,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재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과거 미래전략실을 대신해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3개 관계사 태스크포스(TF) 수장들과 만나면서 이러한 전망은 더 힘을 받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예년처럼 내달 초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번째 인사다. 이미 지난해 변화를 준 만큼 올해는 기존 경영진을 유임시켜 안정을 꾀할 것이란 시각과 복합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변화와 쇄신에 중점을 둘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임원 인사 이상으로 주목받는 것이 조직 개편 여부다. 그룹 전체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견 여파로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폐지했다. 현재는 사업지원TF(삼성전자), 금융경쟁력제고TF(삼성생명), EPC경쟁력강화TF(삼성물산) 등이 각 주력 사업별 컨트롤타워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와 그룹 중장기 전략 수립 등을 위해 그룹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계열사별로 '각개전투'하는 현 구조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엔 무리가 있고, 사업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도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삼성은 미전실 해체 후 그룹이 주도하는 중장기 전략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대형 M&A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을 수시로 받아왔다. 

워낙 민감한 이슈라 삼성 측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이미 해당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 23일 삼성준법위가 3개 관계사 태스크포스(TF) 수장인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김명수 삼성물산 사장, 박종문 삼성생명 부사장을 만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2월 구성된 2기 준법위가 TF장들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 자리에서 컨트롤타워 복원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전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의 부정적 이미지다. 과거 미전실은 총수 직속 컨트롤타워 조직으로,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계열사별 이사회가 아닌 컨트롤타워가 주요 경영 판단을 내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의사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불법적 요소가 끼어들기 쉽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미전실에 대한 대외 이미지가 좋지 않은 만큼, 그룹 컨트롤타워가 부활한다면 과거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의 과도한 권한을 억제하고 견제할 시스템을 갖추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삼성 같은 규모의 글로벌 기업은 조직의 중장기 전략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서도 "과거 미전실 체제를 답습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거버넌스 체제를 갖추고 그룹 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효과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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