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2.11.29 15:14

대형증권사, 기준금리 맞춰 줄인상
자금 이탈 방지·유동성 확보 수단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제공=상가정보연구소)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제공=상가정보연구소)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예·적금 금리인상에 주저하는 동안 증권사들이 고객 뺏기에 나섰다.

시중은행보다 수익률이 더 높은 발행어음을 대거 발행하며 공격적인 영업에 돌입한 것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가 발행한 발행어음 수익률은 최고 5.60%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곧바로 수익률을 최대 0.50%p 올린 결과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5.10%에서 이달 5.60%로 상향했고, 같은 기간 KB증권은 5.00%에서 5.50%로, 한국투자증권은 5.10%에서 5.50%로, 미래에셋증권은 5.05%에서 5.25%로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8일 인상했으며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한은의 금리인상 바로 다음날인 지난 25일에 올렸다. KB증권은 지난 17일 선제적으로 인상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초대형 IB)에서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금융 상품이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인가받은 곳은 NH투자증권·KB증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4곳뿐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로 발행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도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이번에는 발행어음 수익률처럼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 원인은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에 대해 자제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시중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현상이 최소화되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역 머니무브에 대해 경고하자 시중은행은 오히려 예금금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우리 WON플러스 예금'의 경우 지난 13일 5.18%에서 0.20%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도 0.30%포인트 금리를 내려 5% 대에서 4.70%로 떨어졌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수신 금리 자제 요청으로 이달 연 5% 금리 상품이 시중은행에서 종적을 감췄다.

반면 증권업계는 현재 상황을 반격의 기회로 삼고 있다. 공격적으로 발행어음 수익률을 인상하며 고객을 재유치하겠단 전략이다.

한국 기준금리·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수익률 추이. (자료제공=한국은행·한국투자증권)
한국 기준금리·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수익률 추이. (자료제공=한국은행·한국투자증권)

가장 공격적으로 발행어음 수익률을 인상한 한국투자증권과 기준금리 격차를 보면, 올해 1월까지 만해도 1.05%포인트였다. 이달은 2.25%포인트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발행어음 수익률을 공격적으로 올리는 이유로 자금이탈 방지와 유동성 확보를 꼽았다.

최근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인해 단기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ABCP 차환이 어려워지자 관련 사업을 벌인 증권사들도 유동성 경색 우려가 확대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래 기준금리와 발행어음 수익률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며 "하지만 기준금리와 격차가 커지고 있는 현상은 증권사의 자금이탈 방지와 유동성 확보에 대한 노력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발행어음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 후 약정 기간(최대 1년)에 돌려줘야 해 최근 자금 경색과 금리 급등은 증권사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발행어음 수익률을 높인 만큼 증권사도 마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 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증권사의 운용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3분기 운용수익은 430억원으로 전년(3998억원) 대비 89.24%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은 982억원으로 전년(2070억원) 동기 대비 52.56% 줄어들었다.

증권사의 운용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발행어음이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다만, 업계는 초대형 IB에만 인가한 금융상품이어서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은 극히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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