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11.30 11:37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요건 명확화…고위험 중소기업에 '진단-시설개선-컨설팅' 종합 지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대상 30인 이상 확대…26년까지 사망사고만인율 0.29‱로 감축

(자료제공=통계청)
(자료제공=고용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2026년까지 사망사고만인율을 OECD 평균 수준(0.29‱)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2021년 사고사망만인율은 0.43‱로 OECD 38개국 중 34위에 머물러 있다. 매년 800명 이상이 일터에서 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고사망만인율은 8년째 0.4~0.5‱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은 4대 전략과 14개 핵심과제를 담았다.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 기업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지원하되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엄중한 결과책임을 부과한다는 전략과 중대재해가 다발하는 중소기업, 건설·제조업, 추락·끼임·부딪힘, 하청 사고에 대해 집중 지원 및 특별 관리한다는 것이 핵심 전략으로 추진된다.

먼저 예방과 재발방지의 핵심수단으로 위험성평가를 개편한다. 위험성평가는 국제적으로 안전보건관리의 초석으로 평가받는 매우 중요한 제도로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수단이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하위규범·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을 마련해 평상시에는 위험성 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발굴·제거하고 사고 발생 시에는 예방노력의 적정성을 엄정히 따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안전관리 방식을 말한다.

고용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위험성평가의 현장 안착에 매진키로 했다. 위험성평가 제도를 '핵심 위험요인' 발굴‧개선과 '재발 방지' 중심으로 운영하고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의무화 적용 시기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 중, 50~299인은 2024년, 5~49인은 2025년이다.

위험성평가의 현장 안착을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안전감독 및 법령 체계도 전면 개편한다. 정기 산업안전감독을 '위험성평가 점검'으로 전환해 위험성평가 적정 실시여부, 위험성평가 결과의 근로자 공유 여부, 재발방지대책 수립·시행 여부 등을 근로자 인터뷰 방식 등으로 확인하고 컨설팅,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한다.

특히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 위반 및 위험성 평가 적정 실시 여부 등을 중점 수사해 엄중하게 처벌·제재한다. 다만 위험성평가를 충실히 수행한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자료에 적시해 검찰·법원의 구형·양형 판단 시 고려될 수 있도록 한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동종·유사 업종에 비슷한 사고가 확산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재발방지에 중점을 둔 기획감독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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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고용부)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 법령 및 기준도 정비키로 했다. 산업·기술 변화 등을 반영해 안전보건기준규칙의 모든 조항(679개)을 현행화한다. 안전보건기준규칙 중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핵심규정은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규성을 유지하되 개별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해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사항은 예방규정으로 전환하고 고시, 기술가이드 형식으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위험성평가와 재발방지대책 수립·시행 위반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사항 위주로 처벌요건을 명확화한다.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도 확행한다.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안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선진국 사례 등을 참조해 제재방식 개선, 체계 정비 등을 강구한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산업안전보건 법령 개선 TF'를 운영해 개선안을 논의·마련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 분야도 집중 지원·관리한다. 우리나라 중대재해는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에서 80.9%, 업종별로는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72.6%, 사고유형별로는 추락·끼임·부딪힘 사고가 62.6%, 원·하청별로는 하청 사업장에서 40%가 발생하고 있다. 고용부는 효과적인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이러한 취약분야를 타겟팅해 집중 지원·관리키로 했다.

우선 신설(6개월 내) 또는 고위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안전일터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진단-시설개선-컨설팅'을 종합 지원한다. 사업자등록 정보를 활용해 신규 설립 사업주에게 산재예방 정보 및 안전일터 패키지 프로그램 참여를 안내한다.  

중소기업 맞춤형 시설, 인력 지원 등 과감한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해 중소기업의 안전관리 역량 향상도 전폭 지원한다. 소규모 제조업(50인 미만)의 노후·위험 공정 개선 비용을 지원하는 안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 2026년까지 안전보건 인력을 2만명 이상 추가 양성하며 업종·규모별 직무 분석을 통해 '안전보건 인력 운영 가이드'를 마련하고 안전관리 전담인력 추가 선임 시 재정지원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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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고용부)

건설·제조업의 경우 위험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AI 카메라, 건설장비 접근 경보 시스템, 추락보호복 등 스마트 장비‧시설을 집중 지원하고 근로자 안전확보 목적의 CCTV 설치를 제도화한다.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활용해 건설현장의 스마트 안전장비 사용은 촉진한다. 스마트공장 사업에 산재예방 협업 모델을 신설해 기계·설비의 설계·제작단계부터 안전장치 내장도 유도한다.

추락·끼임·부딪힘 3대 사고유형과 관련해서는 스마트 안전시설·장비를 우선적으로 보급하고 사업장 점검 시에는 핵심 안전수칙 교육 및 준수, 근로자의 위험 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한다. 핵심 안전수칙 위반 및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원·하청 기업 간 안전보건 역할·범위 등을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원청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역량 향상을 지원하는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 협력 사업'을 확대하고 협력업체의 산재 예방활동을 지원한 기업 등 상생협력 우수 대기업에 대해서는 동반성장 지수 평가 시 우대한다.

한편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도 대폭 확대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참여의 중심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대상을 100인 이상에서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한다. 사업장 규모·위험요인별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적정 인력 수준을 제시하고 해당 기준 이상 추가 위촉 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현장 근로자가 안전개선 제안 활동과 작업중지도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도록 한다.

근로자의 핵심 안전수칙 준수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한다.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따라 포상과 제재가 연계될 수 있도록 표준 안전보건관리규정을 마련·보급하고 취업규칙 등에 반영토록 지도한다.   

산업안전 거버넌스도 재정비한다. 양질의 종합 기술지도·컨설팅을 제공하는 '안전보건 종합 컨설팅 기관'을 육성하고 평가체계를 개편해 우수기관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안전관리 용역 발주 시 가점 등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안전보건공단의 중소기업 지원 기능을 확대·개편하고 위험성평가제 전담조직도 신설한다.

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응급의료 비상 대응체계도 정비한다. 응급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근로자 대상 CPR(심폐소생술) 교육을 근로자 의무 교육시간으로 인정한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사업장 내 CPR이 가능한 근로자를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자료제공=통계청)
(자료제공=고용부)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로드맵은 선진국의 성공 경험, 수많은 안전보건 전문가와 현장 안전보건관계자의 제언에 기초해 마련한 우리 현실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중대재해 감축 전략"이라며 "로드맵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경우 20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이 0.29‱로 감축돼 누구나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선진국도 자기규율 예방체계로의 전환 과정에서 다양한 우려사항이 제기됐지만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가장 효과적 전략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뒀다"며 "우리도 확신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면 우리 일터 안전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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