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2.12.06 15:33

산자부 "재고 없는 주유소 가격 표기 말라"…'정보 없음' 주유소 10곳 중 8곳 정상 판매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주유소의 휘발유 재고가 떨어진 한 주유소의 가격표시판에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정은지 기자)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13일째에 접어든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유류 판매가 중단된 '품절 주유소'가 85개소를 기록한 가운데, 일부 교통·지도 서비스가 부정확한 주유소 유류 판매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불편은 물론, 주유 사업자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부터 품절 주유소 현황 정보를 매일 오후 4시 전후로 오피넷을 통해 안내하고, 재고가 없는 주유소는 지도 서비스에 가격이 표시되지 않도록 조치한 바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사이트 오피넷의 '주유소별 가격 현황' 데이터베이스를 반영 중인 교통·지도 서비스 업체 중,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인 '티맵(TMAP)'이 부정확한 주유소 유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맵은 휘발유나 경유를 정상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주유소 중 상당수를 '(유가) 정보 없음'으로 표기해 혼선을 빚고 있다. '정보 없음'으로 표기된 주유소는 현재 유류 재고가 없는 곳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들 주유소는 티맵의 주유소 길 안내에서 배제되는 만큼, 금전적인 불이익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오류는 티맵이 오피넷이 제공하는 각 주유소의 유류 가격을 가져올 때 '데이터 업데이트 24시간 이내'의 주유소 정보만을 적용한다는 자체 기준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격 정보를 제공한 뒤 24시간이 경과한 주유소는 '정보 없음'으로 표기된다. 따라서 전날과 판매 가격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업데이트하지 않은 주유소의 경우, 정상적으로 유류를 판매함에도 유가 정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뉴스웍스가 전날 티맵에 '정보 없음'으로 나타난 주유소 중 30곳을 무작위로 골라 확인한 결과, 가격 변동이 없어 업데이트를 안 한 곳은 24곳, 재고가 떨어진 곳은 6곳이었다. 정보 없음으로 나타난 주유소 10곳 중 8곳이 정상적으로 유류를 판매하고 있던 셈이다.

그러나 이들 주유소 업주들은 티맵에서 자신의 주유소가 '정보 없음'으로 뜨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주유소 업주는 "우리 주유소가 왜 '정보 없음'이라고 뜨냐"고 되물으며 "티맵으로 주유소를 검색한 소비자들은 우리 주유소로 오지 않는 것 아닌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같은 상황의 또 다른 주유소 직원은 "현재 모든 유류의 재고가 충분히 있다"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품절이 된 적이 없다. 지도 서비스에서 왜 품절로 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티맵은 오피넷에 유가 업데이트를 한 지 24시간 지난 주유소를 '정보 없음'으로 표기한다. '정보 없음'으로 표시된 주유소는 길 안내에서 배제된다. (사진제공=티맵모빌리티)

이에 대해, 티맵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되지 않은 정보는 자칫 '허위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티맵을 운영하는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유가 정보는 매일 변동되는데, 오피넷에 주유소 유류 정보가 하루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는 정보'로 인식하는 게 맞다"며 "잘못된 정보를 막기 위해 나름의 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석유공사 측은 "가격 변동 여부를 떠나 주유소가 유류 가격을 매일 (오피넷에) 고시할 의무는 없다"며 "현재 각 주유소에 1주일에 한 번씩 유가를 업데이트하도록 안내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피넷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국 1만2000여 개의 주유소를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티맵의 자체 기준에 대해서는 "24시간 기준은 티맵의 규칙일 뿐"이라며 "그렇다고 정부가 민간 기업에 '어떤 식으로 표기해라'라고 기준을 지시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티맵의 자체 기준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부정확한 주유소 유가 정보 제공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주유소의 생계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가격 정보가 24시간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고 '정보 없음'으로 표기하는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해당 주유소에 미리 재고 상태를 확인하라'는 안내 문구를 추가하는 등, 혼선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