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12.08 10:04

"불법 타협하지 않고 엄정한 책임 묻겠다"…5개 업종 출하 차질 3.5조 규모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5일 경기 고양 저유소를 찾아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5일 경기 고양 저유소를 찾아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 운송 사업자 및 운수 종사자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데 이어 8일에는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오늘로 15일째 계속되고 있다. 명분 없는 집단운송 거부가 장기화됨에 따라 우리 산업과 경제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오늘 2차로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류가 멈추면 우리 산업이 멈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경제와 민생으로 되돌아온다"며 "화물운송 거부로 공장은 재고가 쌓여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수출을 하고자 해도 항만으로 실어나를 물류가 막혔다"고 지적했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의 출하 차질은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산업으로 확대돼 우리 경제 전반 위기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화물연대의 자발적 복귀를 더 기다리기에는 우리의 상황이 긴급하고 엄중하다. 이에 정부는 추가로 철강과 석유화학의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조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자 최선의 노력"이라며 "화물연대 여러분,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하는 정당성 없는 운송거부를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조속히 복귀해달라"고 촉구했다.

한 총리는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정부는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그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며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경제 피해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 국민들도 정부를 믿고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1월 24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긴급 현장상황회의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1월 24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긴급 현장상황회의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화물 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날 자정까지 집단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행정지 및 자격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에 더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전날 국토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시멘트 화물차 기사 1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국토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운송사 19개, 차주 516명을 대상으로 복귀 여부를 확인한 결과 강원 지역에서 미복귀자 1명이 확인됐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하 철강, 석유화학, 정유, 시멘트, 자동차 등 5개 업종의 출하차질 규모는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철강, 석유화학의 경우 출하 차질 누적에 따른 공장 적재공간 부족으로 일부 업체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감산을 검토해야 하는 등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시멘트의 경우 운송사와 차주들의 운송복귀가 늘어나면서 시멘트 출하량이 평시 대비 88%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정상화 조짐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회복세가 관찰된다. 전날 화물운송자들이 일부 업무에 복귀하면서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포항공장 등에서 제품 출하가 재개됐다. 파업 초기 늘어났던 품절 주유소도 최근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다.

다만 철강 및 정유업계는 출하 차질로 여전히 하루 평균 10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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