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2.12.11 13:00

금융당국, 연내 가이드라인 제시 예정…KB증권, 내년 상반기 플랫폼 출시 '목표'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한새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주요 증권사가 증권형 토큰(STO)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핵심 기능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놓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증권형 토큰(STO)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증권형 토큰의 제도권 편입이 가시화되면서 증권사도 관련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증권형 토큰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을 말한다.  

예를 들면 A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매수하는 것처럼, A회사가 발행한 증권형 토큰을 보유하면 그 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업계는 증권형 토큰이 도입되면 주식 외에도 미술품, 건물 등 실물자산에 대해 조각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형 토큰의 장점으로 ▲저비용·맞춤형 증권 발행 ▲비정형적 권리 유통 등이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증권형 토큰을 활용하면 스마트 계약을 이용해 저비용으로 다양한 권리를 토큰 형태로 발행할 수 있고, 기존 증권 대비 안전한 매매가 가능하다. 

또한, 토큰의 활발한 유통성을 이용해 기존에 거래가 어려웠던 조각투자 등 비정형적 권리도 거래할 수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형 토큰의 경우 블록체인과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상장·거래·보유의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으며, 발행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절약될 수 있다"며 "24시간 거래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 상에서 결제와 인도도 거의 실시간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반이어서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와 비슷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단순 지불형 코인으로, 결제 및 송금에 활용되는 디지털 자산이다. 

증권형 토큰이 실물자산을 근거로 두고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정부의 가상자산공개(ICO) 금지 방침에 따라 증권형 토큰이 금지된 바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활발하다. 전 세계적으로 발행된 증권형 토큰의 시가총액은 약 23조원으로, 토큰 전문 분석기관 'IX Swap'은 증권형 토큰 시장이 연평균 59%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금융당국도 증권형 토큰 도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9월 "검증된 증권시장의 기존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되, 마련돼 있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시행 시 문제점을 점검한 후 정식 제도화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연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증권형 토큰 규율체계를 확립할 방침이다.

증권사도 당장 내년에 도입될 수 있는 증권형 토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증권형 토큰 사업 준비에 가장 활발한 증권사는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다.

KB증권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증권형 토큰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미 테스트도 마친 상태다. 

KB증권은 비공개로 진행된 테스트를 통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의 발행과 온라인 지갑으로의 분배,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한 상품 주요 거래 및 디지털자산 원장 기반의 호가, 주문, 체결 등 거래 기능과 매체의 연동 기능 등의 기능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또한 가상의 채권상품을 상정해 발행 및 배정, 매매, 수익 지급, 상환까지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을 토큰화해 블록체인과 연동해 구현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규제 체계가 없는 상황이지만, 규제가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핵심 기능에 대한 개발은 모두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증권형 토큰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능 검증에 착수했다. 기능 검증을 통해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디지털 월렛(지갑) 설계 ▲토큰 발행·청약·유통 ▲기존 금융시스템과의 연동 등 증권형 토큰 관련 기술을 내재화할 계획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7월 블록체인 관련 사업 전담 조직인 블록체인부를 출범한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블록체인 전문 기업인 슈퍼블록과 기술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연내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다른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증권형 토큰 도입에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스터디 차원에서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며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적용되는 기술도 정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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