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2.12 15:29

이정식 장관 "1987년 전투적 노사관계 떠나보내지 못해…각자도생 모습 이제 끝내야"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 6월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KTV방송 캡처)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 6월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KTV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가 윤석열 정부가 도입해야 할 노동개혁 정책 윤곽을 12일 정부에 권고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週)'에서 최대 '연(年)'으로 개편하고,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노동부는 권고문에 담긴 과제들을 검토해 연내 또는 내년 초에 입법 일정 등을 담은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연구회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정부 권고문을 발표했다.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등 12명의 교수로 구성한 연구회는 그간 정부에 제안할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해 왔다.

연구회는 근로시간과 관련해 기본 40시간, 최대 연장 12시간인 '주 52시간제'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다. 연구회는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 확대를 통해 일 효율성을 높이고, 충분한 휴식을 누리도록 해 근로시간 총량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장근로시간 단위가 길어지면, 전체 연장근로시간 총량을 감축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장시간 연속근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에 따르면 1주 12시간인 연장근로시간은 1개월에 52시간이다. 분기 단위로 설정할 경우 총 연장근로시간은 월 단위(156시간, 52시간×3달)의 90%인 140시간, 반기 단위는 80%인 250시간, 연 단위는 70%인 440시간을 연장근로하자는 것이다.

연구회는 장시간 근로를 막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또 근로자가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모든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임금체계 측면에선 '중소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계 구축 지원'을 비롯해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지원' 및 공정한 평가 및 보상 확산 지원이 권고됐다. 

아울러 60세 이상 계속 고용을 위한 임금체계 관련 제도 개편 모색은 물론,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와 상생임금위원회 설치 등이 제시됐다. 세부적으로는 "직무·성과 평가 기준, 절차 등에 관한 컨설팅을 확대해 근로자가 공정하게 평가받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연구회는 "우리나라 많은 기업은 해가 바뀌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주요 임금 결정 방식으로 활용한다"며 "이는 기업의 신규 채용의 기회를 제약하고,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에 부정적이며,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노사가 처한 상황에 맞춰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임금체계가 없는 많은 중소기업을 위해 임금체계 설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회의 권고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나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과 같은 맥락이다. 연구회를 통한 노동개혁 과제 논의는 고용노동부가 업무계획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안으로, 연구회 권고문은 정부안으로 대폭 수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연구회의 발표 내용은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노동개혁'의 큰 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연구회의 권고문 제안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한자, 한자 곱씹어 읽으며 먹먹한 심정이었다"면서 "40여 년을 노동과 살아왔다. 많은 분이 '우리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은 왜 이럴까' 제게 물을 때마다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장관은 "국민이 일궈내 발전한 대한민국에서 1987년의 전투적 노사관계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MZ 세대가 중심이 되는 세상과 세대의 변화 속에 우리 노동 규범과 의식, 관행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채용 강요, 폭력행위 등 노사 모두 상대를 진정한 파트너가 아닌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모습, 기득권과 담합으로 약자인 노동자와 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각자도생의 모습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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