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11.03 11:47

첫 째는 원인 분석이 배제된 독과점 논란이다.
면세점은 단순 수수료 취득 구조인 백화점과 달리 직매입 형태에 기반하고 MD(Merchandizing, 트렌드 분석, 제품 매입 및 판매, 재고관리 등을 총괄) 역량을 내재한다. 제품 직소싱을 위해서는 브랜드와의 견고한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정성적 노력과 실질 구매의 정량적 투자가 선제적으로 요구된다. 국가 경쟁력 격차로 한국의 면세사업자는 럭셔리 브랜드와의 관계에 있어 열위에 있어왔고, 브랜드 유치는 사업자로서의 핵심 역량을 인정받은 일부 업체에게만 허락되어왔다. 메이저 업체가 구축해온 브랜드와의 상호 신뢰, 소싱 능력은 장기간의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며 자금력, 인프라 등 물리적 투자로 대체될 수 없는 정성적 역량이다.
또한 면세업의 직매입 시스템은 규모의 경제와 연계돼, 스케일을 확보한 업체만이 소비자에게 품질과 가격에 있어 차별화된 효용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장에서 과점구도는 일반적이다. 대만의 에버리치(Everich), 태국의 킹파워(King Power)는 독점 사업자이며 전 세계적으로 상위 10개 업체가 약 6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장기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업체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메이저 사업자의 경쟁력과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강화되어왔다.
무엇보다 소비재 산업에서 수요를 형성하는 주체는 소비자이다. 소비자는 소비 효용을 극대화하는 채널에서 합리적으로 소비 집중도를 높인다. 면세채널은 근시일 내 출입국이 예정되어 있는 여행객만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면세점 이용 시 근원적으로 시간과 기회의 제약을 받는다. 가장 풍부한 브랜드 및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의 혜택을 제공하는 메이저 업체로 소비 수요는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밖에 없다. 상위 업체의 과점구도는 현상적 결과일 뿐이다.
두 번째는 '특허'와 '특혜'의 혼용과 면세 특허권에 대한 확대 해석이다.
한국시장의 약 65%를 구성하는 시내 면세점은 정부가 부여하는 특허권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권한 자체는 사업자의 퍼포먼스를 담보하지 않는다. 특히 면세업은 통신, 방송 등의 특허처럼 이미 형성된 내국 소비에 기반한 내수업이 아니다.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여행객이 소비 대상이며 세계 29위에 불과한 한국의 관광경쟁력(일본 9위, 홍콩 13위)이 시스템적 혜택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면세사업은 환율 변화에 대한 수익 변동성이 크고 고객 기반을 형성하는 여행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타 내수 유통사업 대비 운영이 어려울 뿐 아니라 평균 수익성도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 효과를 할인 프로모션을 통한 소비자의 효용으로 연계해온 것은 한국의 관광 경쟁력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고객 베이스의 안정성과 성장성에 의존하기 어려웠기에 잠재 고객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은 장기간 진행되어온 자구책이었다.
면세사업자는 자체 경쟁력을 기반으로 여행 소비 성숙기에 백화점 등 일반 내수 유통채널의 소비 수요를 효율적으로 역흡수해왔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면세채널 내 내국인 소비 성향은 글로벌 1위인 한국 면세 시장의 핵심 배경이다(한국 소매시장 규모는 전 세계의 1.6%에 불과한데 비해 면세시장 점유율은 12%이다). 중국인 입국객 수요가 성장을 주도했다는 오해가 일반적이지만, 한국 면세시장은 중국인 유입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0년부터 글로벌 1위였다.
메이저 면세사업자가 이토록 '효율적으로' 중국 입국객의 소비 수요를 견인할 수 있는 것은 특허의 영향보다는 시스템적 경쟁력에 근거한다. 한국 메이저 면세 사업자가 제공하는 가격 시스템은 관세와 소비세의 영향을 크게 뛰어넘는다. 면세의 혜택만이 강조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주요 구매 품목인 화장품의 가격 경쟁력은 범 아시아권 내 최고 수준이다. 자국 내 스케일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두 업체가 주축을 이뤄 이상적인 시장 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타까운 현실은 중국 소비자가 해외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현재 한국의 관광 경쟁력이 면세점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면세채널이 주축이 되는 한국의 관광 경쟁력을 추가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위 업체 중심의 경쟁력 강화가 최적의 방안이다. 규모 확보가 선제적으로 요구되는 특성상 전체 파이를 키우는 역할은 메이저 업체만이 할 수 있다. 수반되는 효용의 일부를 하위 업체들의 직접 지원책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다. 메이저 사업자는 중소기업의 제품 소싱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 하위 업체 경쟁력 보완의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내 면세업에 대한 부정확한 논란은 실리적으로 매우 큰 리스크를 내재한다. 인천공항에서 전세계 최고 수준의 임대료 부담과 장기간의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업체들이 합리적인 가격 시스템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시내면세점이 보완 기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면세 사업권과 관련한 비현실적인 분배 논리와 지나친 수준의 특허수수료 부과 논란은 국내 업체의 경쟁력 약화와 한국 면세시장의 가격 경쟁력 훼손 가능성으로 귀결될 수 있다. 전 세계가 중국 여행객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 구축에 몰두하는 현 시점에 시기적으로 더욱 적절치 않다.
무엇보다도 모든 시스템적 리스크의 실리적 영향은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과연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논란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
